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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길 Dec 15. 2024

내 고향, 울 엄마


남새밭 접시꽃 긴 장마에 고개 떨구고

탱자나무 울타리 노란 탱자 향 퍼지고

쓰디쓴 소태나무즙 엄마 젖에 바르니   

   

쪼꼬미 여동생 젖 달라 보채는데

엄마 젖이 왜 이리 쓴지 내 동생 어이 알꼬

부들 끝 고추잠자리 세상 잊고 잠을 자네      


진초록 언덕배기 누렁이 풀을 뜯고

아버지 바지게엔 소꼴이 가득 가득

꼬맹이 누렁이 몰고 대삽작 들어오네      


대낮의 기적소리 외딴집 뒤 흔들면

울 엄마 산허리 고구마 밭에 물 주려 가

물동이 머리에 이고 비탈길을 올라가네     


사랑채 옆 엄마보다 열배나 큰 버드나무

비상 덩굴 칭칭 감아 숨쉬기도 어려운데

자그만 울 엄마 참삶 저보다 더 숨차네      


해질녘 하얀 연기 버드나무에 걸쳐있고

지붕 위 하얀 박 석양 속에 빛나는데 

누렁이 되새김 소리 오늘도 평안 하네     


할머니 곰방대 뻐끔뻐끔 불 오르고

강아지 몰려들고 아가 염소 마당놀이

호롱불 끄질 듯 말듯 스며드는 웃음소리     


장독대에 종이 버선 뒤집어 붙여 놓고

된장 익는 향긋한 내음 울 엄마 춤을 추네

강된장 푸짐히 익어 맛좋은 쌈 반찬     


휘영청 달 밝은 밤에 모캣불 피워놓고

대청마루 둘러앉아 보리밥에 배추쌈에

무엇이 부러울까 오손도손 저녁 밥상     


세벽 세시 밥을 지어 큰 아들 통학에다

다섯시 밥을 지어 낭군님 출근하네

지금도 별나라에서 자식 걱정 뿐 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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