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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길 Jul 24. 2022

나의 여수(麗水)

생명을 틔우는 아름답고 빛나는 물, 여수(麗水)

1년 갯 수의 섬들   

  

봄을 낳는 돌산,

솔바람 맞으며 굽은 길 끝엔

바다 위 절벽에 서서 사람을 인간으로 이끌고,

맑은 일출로 인간의 마음을 정화시키는 향일암

지나는 토굴 사이로 아련한 둥지가 보일 것이오  

   

먼바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숭어가 튀어 올라 같이 놀자 인사하고

먼 석양 속으로 비치는 실루엣은

옛 고향을 그려내고

붉게 떨어지는 태양은

다시 찾을 내일을 잡을 것이오  

   

바다를 따라 도는 정겨운 드라이브 코스

길가의 들풀과 꽃들은

왜 이제 오냐며

눈꼬리를 흘리고

때맞춰 오는 이슬비는

지나가는 흑백영화의 주인공으로 만들 것이오


뱃길에 몸을 싣고자 하면

어디로 갈까 고민되는 많은 섬

금오도 비렁길에 맑은 숲

거문도, 백도의 태초의 울림

하화도 꽃섬 길

개도의 사람 길

낚시도 좋소     


내 말 들어 주는 사람 없거든

오동도의 동백꽃과 한참을 수다도 떨고   

  

비켜 가는 파도 소리에 원망도 해보고

서로 엉켜 싸우고 있는

가녀린 대나무들의 싸움도 좀 말려 주기도 하소   

  

찬란한 밤엔

꼭,

진남관의 수루(水樓)에 앉아

이순신 장군의 얼을 엮어보기도 하고

여천공단의 환상의 불빛에

그대들의 정열을 빗대어 보소    


뱃길 위에 축제에도 가보고,

엑스포 장의 빅 오의 조명 향연은

그대의 잠자고 있는 감성에

불쏘시개가 될 것이니

옆 사람 혼동 마소   

  

그래도 무언가 모자라다 싶거든

해변가에 예쁘게 단장된

낭만포차에 앉아

이 사람 저 사람이랑 인간을 맺어보소  

   

돌아갈 때는

여수의 갓김치와 게장이랑 사서

못 따라온 사람들에

아부라도 한번 하면서

여수의 날들을 총총 되새김하면

듣던 사람 삐쳐서

당장이라도 여수에 올 것이오.

    

그러다가

새봄이 오면

당신들처럼 겹겹의 고통을 이기고 피어난

영취산의 진달래에

그 간의 아팠던 눈물들을

속속들이 뿌리고 가소


                                                             [여수의 일출: 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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