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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길 Jul 20. 2022

매미의 탄원서

인고의 어머니 나무

매미가 울지 않는 여름은 없다. 매미가 울지 않으면 여름은 가버린 것이 된다. 우리가 아는 것은 매미는 일주일을 울기 위해 7년을 기다린다는 것이다. 정말로 지구상에는 이보다 끈질기고 인내할 수 있는 생명이 있을까 하는 정도로 기다림과 인내의 대가이다.

모든 생명이 생명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노력과 운과 투쟁이 있어야 함은 우리가 어렴풋이 알고 있는, 상식에 속할 수 있다.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매미도 그 적응력을 발휘하며 살아왔을 것이다. 매미는 모든 살아 있는 생명의 먹거리가 된다. 새, 다람쥐, 거북, 거미, 고양이, 개 심지어 물고기의 밥이 된다. 우리도 아는 바와 같이 맨손으로 매미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은 매미가 해코지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벌처럼 침이나 뱀처럼 독을 가지지 않고 살아가기 때문에 지구상의 모든 생명에 에너지를 공급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참으로 살신성인하는 생명이다. 매미 측에서 보면 참으로 부당하다. 이렇게 선량한 생명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단지, 가지고 있는 보호 기능은 날 수 있다는 것밖에는 없다. 난다는 것은 천적들에게 먹이를 제공하는 수단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 사람도 마찬가지다. 착하고 선량한 사람은 나라의 보호를 받아야 함에도, 법보다는 주먹이 가까워서 착하게 산다는 것은 거의 생명을 내놓고 사는 것과 같지는 않을는지. 법이 보호해줄지라도 주위의 악랄한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도 등을 처먹을 생각을 하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혼자만의 생각일지.  

   

매미도 자신의 삶을 보람 있게 주위의 위험이 없는 곳에서 알록달록 사랑도 하며 떠나기 아쉬운 일생을 살고 싶을 것이다. 참 어떻게 보면 좀 어리석다고 해야 하나, 저렇게 소리 지르고 있으면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천적들은 금방 찾아와서 먹어 버릴 것인데 왜 저리 소리를 지르지 않으면 안 될까. 물론 나름의 생각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위험하기도 한 소리를 지르는 것은 아가가 태어난 첫 울음소리와 다르지 않다. 아가의 울음은 태어난 축복으로 앞으로의 영광을 알리는 울음으로 다가온다. 매미의 울음소리는 그 위험한 상황 속에서 사랑을 구하는 소리임을 챙겨보면, 사랑은 책임이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가르치는 삶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보다시피, 아무런 보호 도구도 없이 이 세상을 살면 그 종족은 순식간에 멸종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후세를 보존하기 위하여 이렇게 위험한 사랑으로 전신을 바쳐 사랑한다. 그것도 생명을 바치는 사랑을 한다. 수놈은 더 없는 애절한 사랑 후에 일대기를 마친다. 암놈은 먼저 간 사랑의 이행을 위하여 험한 길을 여행한다. 행여 한 곳에 알을 낳으면 힘센 놈들이 잡아먹을까 봐, 40곳 정도의 다른 곳에 생명을 심는다. 그러고 낭군을 따라간다. 이보다 더 헌신적인 사랑을 따라 하는 생명들이 있을까.  

   

알들은 첫 번째의 고통으로 나무에 심어진 채로 겨울을 나면서 세상의 어려움을 가슴으로 새길 것이다. 그러고 다음 해 부화하여 땅속으로 내려가 인고의 세월에 대한 도를 닦기 시작한다. 이놈들은 유대인처럼 서로를 살피며 절대적으로 먼저 튀어 나가 성체로 되는 일은 하지 않는다. 각고의 고통을 겪으면서도 자기만의 삶은 살지 않는다. 힘이 들면 사람들은 스스로 생명을 포기하기도 하지만 이들은 어렵다고 포기하지 않는다. 7년이라는 세월을 거쳐야 하는 인내를 발휘할 뿐이다.

     

우리는 인내가 얼마나 어려운지는 안다. 더구나 7년을 기다리며 다음의 생을 꿈꾼다는 것은 매미가 아니면 어려우리라는 것도 안다. 왜 매미는 7년 동안 고통의 인내를 감수해야 하는 걸까. 매미는 종류에 따라 5년, 7년, 13년, 17년의 주기를 가지며 땅에 오른다. 이 내용을 보면 참으로 애달프기도 하지만 이들의 인고가 얼마나 힘들 수밖에 없는가를 볼 수 있다. 조금 더 보면 짝수 해로 땅에 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천적들이 2년의 주기로 나타난다면 5년 주기의 매미는 10년이 되어야 천적과 만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7년 주기의 매미는 14년 만에 천적을 만나며, 심지어 17년 주기의 매미는 34년 만에 천적을 만난다는 이론이 성립한다.


                         

                                           [인고의  어머니 나무(순천), 2019]


결국 아무런 방어 체계가 없는 매미는 이 인고의 세월로 종족을 지켜내는 위대한 일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번 땅에 오르면 그 수가 헤아릴 수 없도록 많은 숫자가 동시에 날아오름으로써 많은 수가 희생된다고 하더라도 나머지의 숫자로 종족 보존의 길을 택하게 된다. 이런 끈질긴 일들을 우리는 그냥 시끄러운 소리로, 여름의 이야기로만 전해 듣는다.


그래서 매미는 목소리 높여 항변한다. 우리도 신체적인 방어 기술이 있으면 당신들을 그렇게 괴롭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당신들은 독을 가지고 있는 뱀이나, 말벌들은 무서워 가까이 가지도 못하면서, 유독 독이 없는 우리들만 괴롭히는 것이 삶의 도리에 맞는 것이냐고. 당신들은  자신들의 종족을 보존하기 위하여 어떠한 노력을 하며, 어떠한 인고의 세월을 보내고 있고, 보내어 보았냐고 더 큰 소리로 우리를 질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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