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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길 Jul 05. 2022

아버지의 지게

지게에 쟁기 싣고 길게 늘어진 그림자 

못논에 잠기운데

석양 속 누렁이 논두렁 길 가볍다    

 

쟁기 실을 자리에 세월이 실리고

기적소리 까맣게도 세월을 삼켜 물었다     


지게 멜빵이 삭아 속 뼈대를 보여도

줄어들지 않는 짐 속에는

병아리들이 모이를 찾고 있었다    

 

벗어던지지 못한 지게에는

세월보다 무거운 눈물이 배어 있었고 

    

닭들이 날개 달아 날아간 뒤에도

아슴아슴 지게 끈을 놓지 못했다  

   

하늘이 닫힐 때쯤

끊어질 듯 이어질 듯한 영상 속에    

 

몽글어진 눈물 한 방울로

세월을 씻었다     


그렇게도 벗지 못하던 바지게에

애잔한 미소 가득 싣고     


또 일어서고 있다. 


                                        [아버지의 지게 : 창원(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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