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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길 Aug 26. 2022

이데아

살아감에 단 일초도 아무런 생각 없이 지낼 수는 없다. 생각한다는 것에는 분명히 정신적인 역동성도 가지고 있어서, 멍하니 시간이 지나간다고 해서 아무런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며, 생각은 정신적인 중추를 통하여 더 깊이 파고들게 되기도 하는데, 자신의 바람과는 달리 자신의 의지와 다른 어떤 주제에 대하여 몰입될 때가 있다. 문득 떠오르는 것이 더 문제이다. 아무런 생각 없이 길을 가다가 곡명도 모르는 노래가 입가에서 흘러나오고, 또 겹쳐서 지나간 사람들이 나의 의지와는 다르게 떠올라 눈앞에 와 있는 일들이 일어난다.     


생각이라는 것은 뚜렷한 정신의 개입으로 어떠한 문제에 대하여 풀어보고 싶다는 것으로 그 문제에 대하여 생각을 집중하게 되고, 더욱 실리와 관계되면 화가 나기도 하고 그 대상이 있으면 아주 완벽하게 깨물어 주고 싶을 정도로 발전하기도 한다. 사람에게는 또한 편도체가 있어서 자신의 영역을 정신적으로 물질적으로 지키려 엄청나게 노력 많이 하는 것을 자신만 모르지 편도체는 항상 판단에 참여하고 있다. 정신적으로 물질적으로 손해를 보지 않게 보초 서고 있는 것이 편도체인데 이는 뇌의 명령을 받지 않고, 이성의 지배를 받기 때문에 우리의 생각과는 또 다르게 흘러가게 한다. 피해를 본 데이터를 쌓아두고 있는 곳이 이 편도체라, 손해를 본 것에 대해서는 절대로 잊지 않고 있다가 비슷한 경우에는 이성을 앞서간다. 같은 물건을 사는데 다른 가게에서 더 비싸게 샀을 때는 편도체는 억울해 잠을 못 잔다. 어떻게 해서든지 그 가게에 가게하고, 따지고, 악담하고 결국은 되돌려 받든가 반품을 하게 만든다. 이를 지배하는 것이 이성이다. 우리의 생각은 이성으로부터 풀려있어 지나고 나면 후회하게 되는 일들이 많다.     


다양한 생각들도 이성과 함께하여 생각하게 되면 실수하는 일들이 줄어들 것은 자명하나, 이성은 그다지 많은 에너지를 지니고 있지 않아서 오랫동안 버티지는 못한다. 길라잡이처럼 길만 안내해 주고 스르륵 빠져나가게 되는데, 우리는 그것은 잘 인지하지 못한다. 그래서 생각이라는 말보다도 한 단계 위에 있을 것쯤으로 말하여지는 관념이라는 말을 쓴다. 이 말은 생각이라는 말보다도 엄청나게 강한 것으로 다가와, 해야만 될 것 같은 압박을 주기도 한다. 생각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지워지는 것이 대부분인데, 관념은 생각 속에 유리 파편처럼 꽂혀있어 잘 잊히지 않는다.     


이러한 일련의 말을 통합할 수 있는 단어가 “idea*인데 이 단어도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그 의미가 아주 달라진다. 이데아라고 읽고 받아들이면 이것은 앞에서 말한 관념에 해당하여 우리의 활동 반경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현실을 지탱할 수 있는 것은 생각이라기보다는 이데아에 가깝고, 이데아는 또 비현실적인 사실과 공존하게 되어 무엇이 앞서가는지, 뒤에 오는 것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도 생긴다. 즉, 우리가 사차원에서 왔나 또는 사차원에서 사는 사람인 것 같다고 하면 이는 실제와 비 실제(비현실)가 공존하는 상태임을 지나가는 생각으로 경험하게 된다. 어쩌면 이치에 잘 맞지 않는 현실을 우리가 각인시킬 때 쓰는 말이기도 하다. 여기까지 읽으면서 좀 답답하다는 느낌이 바로 관념에 사로잡혀 있다고 생각해도 될 것이다. 좀 더 발전하면 아주 무서운 고정관념이 차고앉을 수 있다. 생각은 각자가 자유인데 그 의미가 자신을 억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데아(제주), 2021]


Idea를 아이디어로 읽으면 한층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말 그대로 어떤 일에 대한 구상. 착상. 고안. 착안 등으로 가까워질 수 있다. 뛰어난 생각 정도를 아이디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처럼, 아이디어는 우리의 일상 속에 들어와 꽤나 오래되어 생각이라는 단어에 조금 우월적인 요소가 들어 있는 것이 아이디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데아이건 아이디어이건 모두 자신의 발전기에 의하여 떠오른다. 어떤 것으로 흘러갈까를 생각하는 것은 본인의 의지이다. 문제는 나의 일을 이데아로 접근할 것인가 아이디어로 접근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또 생각에 가미되는 다른 요소 한 가지는 정신이라고 하는 개체이다. 이 개체는 길이 정해진 그 길 위를 잘 갈 수 있도록 지켜보는 역할을 한다. 이데아로 가든, 아이디어로 가든 정해진 길에 대하여 윤리적인 판단까지를 담당하면서 이끌어 가는 것으로, 관념이나 생각이 치우침 없이 가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판단은 에너지가 약한 이성을 바탕으로 할 때, 정신은 끊임없는 에너지를 공급하는 일을 맡게 된다.    

 

우리가 어떤 일을 수행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라면 무엇보다도 정신적인 요소를 생각해야 한다. 축구로 독일을 이길 수 있다는 것은 관념에 가까운 일인지도 모르는 것이었으나, 정신적인 요소는 그 일을 가능하게 했다고 본다. 어떤 일에 앞서 우리는 이성의 바탕 위에 생각(이데아 또는 아이디어)하고 정신적인 요소(spirit)가 필수적으로 따라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이성은 그다지 오랫동안 버텨 주지 못하기 때문에 많은 일을 그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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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아* (Idea): 생각, 관념, 심상(心像), 개념, 어떤 일에 대한 구상. 착상. 고안. 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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