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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길 Aug 30. 2022

기지개를 켜다

기지개는 몸을 쭉 펴고 팔다리를 뻗는 것을 말하는 명사이다. ‘기지개를 하다’고 하면 ‘피곤할 때에 몸을 쭉 펴고 팔다리를 뻗다’는 동사를 말한다. 그런데 ‘기지개를 펴다’라고 하면 그 의미가 사뭇 달라짐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동사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나 보다.     


기지개에 대한 나의 생각은 웅크리고 있다가 힘을 채우면서 뻗어 내는 것으로 인지가 된다. 이것은 ‘기지개를 켜다‘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모든 사물은 출발하기에 앞서 그 준비 사항의 하나로 기지개를 켜고 시작할 것이다. 겨울 동안 에너지를 속으로 넣고 움직일 수 있는 때를 기다리다가 기지개를 켜면 봄이 올 때를 준비하는 것이다. 그 속에서 많은 생물들은 기지개를 켜기 위해 숱한 어려움에도 에너지를 저장하고 있었을 것이다. 기지개를 켤 수 없는 상태로 겨울을 보냈다면, 에너지를 저장하지 못하였다면, 기지개도 켤 수 없게 될 것이다.  

   

나는 기지개초차 켤 수 없는 우리의 청년들을 쳐다본다. 확실한 것은 기지개를 켜기 위해서는 에너지의 준비과정이 필요한데, 우리의 청년들은 기지개를 켤 준비보다는 다시금 겨울을 찾아들어가 에너지 없는 찬 한파를 겪기로 작정한 듯하다.


                                                       [기지개(순천), 2019]     


언젠가부터 X 세대라는 말이 생겨난 이후 청년들은 이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X세대의 의미는 더글러스 쿠플랜드(Douglas Coupland)가 1991년 뉴욕에서 출간한 장편소설인 <Generation X: X 세대>에서 시작되어 무관심ㆍ무정형ㆍ기존 질서 부정의 대상으로 여기는 세대를 견주어 말하는 것이었다.    

  

우리에게는 2000년도 중반부터 생겨난 말로 그 의미가 다르게 다가왔다. 즉,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세대, 틀린 세대를 지칭해 왔다. 이 시기는 우리가 IMF 금융위기에서 가까스로 벗어난 시기여서 모든 것이 불안한 때였다. 그야말로 우리 청년들에겐 희망이 없는 시기였고, 취업은 남의 나라 일처럼 들려 자신의 존재감은 정말로 없었던(X) 시기였었다.       


지금은 그로부터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런데도 우리 청년들은 왜 꼭 같은 X 세대를 겪고 있는 것인가. 기지개를 켜도 뻗고 나아갈 곳이 없는 청년들을 그냥 바라보고만 있어야 하는가? 20년이면 긴 세월이고 아가가 태어나서 청년이 되는 세월임에도 이 나라는 무엇을 추구하며 이들을 이끌어 왔는가. 그래서 겨우 요즈음처럼 전 세계의 미개발 국가에서도 볼 수 없는 작태를 보이고 있는가.      


우리나라는 참 못 변하는 것 같다. 1996년 일본에서 우리나라 학생이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일본의 연구소에 와 있는 연구자에게서 들었던 말, “한국은 나의 조국이 아닙니다. 나의 조국은 미국입니다. 왜냐면, 조국은 일할 기회와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기 때문입니다”. 이 연구자의 주장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말 그대로 동토의 겨울에서 기지개조차 할 수 없는, 펼 수 없는, 켤 필요가 없는 나라로 된 것이다. 청년들의 꿈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전혀 없다.     


청년이 없는, 아니 모자라는 사회를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이것은 한  마디로 미래가 없는, 국가를 지탱할 수 없는 형태로 되어 감은 너무도 명백한 사실이다. 또한, 우리나라도 노인의 인구가 일본처럼 늘어나 함께 유지하려면 발생하는 비용은 누가 만들어 낼 것인가. 청년만이 해답이 될 수 있다. 아기의 수가 줄어들고 생산 층이 줄어들면 이민을 받으면 되지 않겠느냐고? 이것이 생각이나 될 만한 일인가.  

   

그렇다고 우리의 청년은 전혀 문제가 없는가? 우리 청년들에게도 문제점은 있다. X 세대의 희망 없던 시절을 되풀이하려고 하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일자리는 찾으면 있다. 중소기업에서는 직원을 구하지 못하여 난리인데 우리 청년들은 자기가 쌓아온 스펙이 아까워 중소기업은 외국인에게 물려주고 자신의 길을 찾겠다는 생각은 재고하여야 한다. 대기업은 같은 세대의 청년의 1%만 들어간다. 99%의 청년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래서 안전한 공무원이 되겠다고 40:1 이상의 경쟁률을 뚫겠다고 젊음을 바쳐야 할 것인가.     


청년은 고유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가장 잘하는, 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 그것을 스스로 개발해야 한다. 우리의 청년들도 자신의 특성을 믿고 자신을 살릴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 청년들은 끈기 있고, 끝까지 하는 한국 고유의 특성이 있음을 뒤 돌아보아야 한다. 그래서 자신의 살길을 찾아야 한다.     

우리 모두 인지하는 것이 있다. 요즈음 중국이 옛날의 중국이 아님을 실감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기술보다도 뛰어난 첨단기술로 우리를 추월한 부분도 아주 많은 것을 우리는 직감하고 있다. 왜일까.  

  

중국이 치솟아 오르는 이유 중의 하나는 국가의 정책에 있다. 중국은 우리나라처럼 젊은이들이 공무원이 되고자 노력하지 않는다. 자기의 길을 가고 있음을 주지해야 한다. 청년의 시기에 창업한다. 자신이 잘할 수 있고 같은 그룹을 만들어 창업에 도전하며, 그 일에 전념한다. 실패해도 젊으니까 시간은 있다. 우리의 청년들도 창업에 뛰어들어 자신의 포부를 성공시킬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이것이 출발을 위한 기지개를 켜는 것이 될 것이다.


세계의 10대 기술 중에서 중국이 2개나 차지하고 있는 것은 청년들의 일에서 비롯되었다.     

또한, 문제는 정부에 있다. 중국은 외국에서 훌륭한 아이디어 및 업적을 가지고 있는 청년을 국가에서 불러 돌아오는 중국을 만들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젊은 과학자들이 국내에 머무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지 못한다. 많은 젊은 학자들이 외국에서 싼 인건비로 외국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것은 분명 잘못된 정책이다. 우리가 노벨상을 차지할 수 없는 것도 같은 이유로 볼 수 있다.     


청년은 우리 다음을 책임지는 멋진 구성원이 되어야 한다. 청년을 살려야 한다. 국가의 정책은 청년을 중심으로 꾸려져야 한다. 등을 비빌 수 있는 언덕을 마련해 주어야 하고, 청년은 자신의 특징을 살려 준비된 세계를 이끌어 가야 한다.     

 

그래서 기지개를 하는 것이 아니라, 펴는 것이 아니라, 켤 수 있도록 사회의 구성원들이 함께 이끌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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