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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길 Oct 29. 2022

바티칸

바티칸은 도시 국가이다. 이 작은 국가가 전 세계를 움직인다는 게 참 놀라운 일이다. 이곳을 방문하려면 아침 일찍부터 줄을 서야 입장권을 살 수 있다. 어휴, 저 많은 사람이 어디에서 왔을까 하고 쳐다보면 그냥 말 그대로 세계 각국에서 왔다. 줄을 서는 게 아니라 밀려다닌다.


바티칸은 도시 국가 전체가 조각품으로 이루어져 있어 국내에서 하나, 둘씩 보던 조각품과는, 이 나라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이전에서부터 예술과 같이 살아왔다는 것이 참으로 놀라울 지경이었다. 대리석에 어쩜 저렇게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이 조각되어 있는지 움직일 때마다 놀라움이 더해 갔다. 나는 진흙으로 만든다 해도 근처에도 가지 못할 세세함 아름다움이 그 자체로 다가온다.     


매표소에 들어가는 도중의 벽에는 조각품이 있는데 가운데는 교황을 상징하는 형상이며, 양쪽에는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가 조각되어 있고 미켈란젤로는 손 망치를 들고, 라파엘은 팔레트를 들고 있다. 이 둘은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천재들이며 박물관을 현재의 보물 왕국으로 만든 사람들이다. 안으로 들어서면 바로 솔방울 정원을 맞이하게 되며, 약 높이 4m 높이의 솔방울이 조각되어 있는데 그 의미는 잘 알지 못하나, 동양의 의미로 사철 푸른 영광의 뜻으로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바티칸(미켈란젤로&라파엘), 2015]    


 1층 대기실은 우리말로 하면 도떼기시장을 방불케 한다. 2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는 피난민 수송하는 것처럼 빽빽이 차 있어 숨을 못 쉴 지경이었지만, 모두 질서를 잘 지켜 무난히 이동할 수 있었다. 누구나 마찬가지로 자기 나라를 떠나면 모두 애국자가 되는 것이어서 질서는 유지되는 것이 아닌가도 생각했다. 벽은 대부분 조각으로 장식되어 있고 베드로 성당 담 위에는 성경에 나온다는 현자들의 조각상이 광장을 보며 자리 잡고 있다. 참으로 예술이란 이렇게 이루어지고, 감상하며 멋지고, 생생하다는 것을 느껴야 하나 보다. 우리나라의 경우라면 이러한 조각품들은 박물관에 주요 위치에 자리 잡고 유리로 방어막을 쳐야겠지만 여기에는 너무도 많은 훌륭한 작품이 많아 그냥 밖에, 내가 보면 내버려 둔다는 수준에 머물고 있음이 더욱더 여유롭고 자연스러워 보인다.  

    

안으로 들어가면 맨 먼저 피나코테 회화관을 만나게 되며 여기에는 12~18세기의 그림이 전시되어 있다. 미켈란젤로, 라파엘, 레오나르도다빈치 등의 그림이 시대순으로 전시되어 있다. 대부분의 그림이 종교적인 배경으로 그려져 있어 이해하기는 힘들지만 그림 자체로서는 후기의 낭만파 및 자연주의, 초현실주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생각될 만큼 사고를 많이 해야 할 그림들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복도에 전시된 수많은 조각품은 시대 배경적인 사실을 공부하고 난 후에 관람하면 그 시대조류나 화풍, 인물들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으나, 참 아쉬운 길이기도 하였음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비전공자의 관점에서 관람하면서 보는 것은 과학적으로, 또는 해부학적으로 볼 때 참 신성하고도 사실적으로 제작되었음은 감탄케 하는 부분이었다.


그때의 연장으로 어떻게 저 정도로 할 수 있었는가를 덧붙여 생각하면 쳐다보는 그 자체가 감동으로 다가온다. 물론 그 사연을 알면 더욱 재미있었겠지만 아쉽게도 작품 그 자체들로만 감상하게 되었고, 그 작품이 나에게 말해주는 내용은 무언의 대화로 소통할 수 있었음에 기분 좋게 볼 수 있었다. 특히 옷의 주름 부분이나, 축 늘어지면서 천이 이루는 곡선 부분은 실제로 천으로도 표현할 수 없을 것이었는데 너무 세밀하고 멋있게 그것도 대리석으로 조각된 것이었다. 어쩌면, 이 박물관 내의 조각들의 수는 우리나라 전체의 조각 작품의 수보다도 훨씬 많음에 진정 예술이란 짧은 시간에는 이룰 수 없다는 살점 같은 아픔을 느꼈다. 이 나라는, 거의 전설로 보일 만큼의 옛날부터 예술가들의 천국이었음을 짐작게 한다.   

   

미켈란젤로가 천장의 그린을 그리고 나와서 하늘을 보고 주위를 돌아보면서, 자기의 그림이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자연의 아름답고 위대한 광경을 본 후 크게 깨우쳐, 자신의 작품에는 사인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참으로 미켈란젤로의 사람됨을 알게 한다.     


이 박물관의 전시된 작품들을 보면서 위대한 자연을 사람의 손으로 표현했다는 그 일에 가슴 뜨거운 감동하였고, 설사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더라도 그 사람들의 열정으로부터 나를 바로 세우는 데 큰 역할을 하였고 더 겸손해지도록 명령을 받았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예술은 모든 학문의 위에 있다는 말도, 위에 있어야 한다는 말도 나 스스로는 참으로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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