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 연휴
추수감사절 휴일 동안 가족들과 함께 라스베가스에 다녀왔다. 비쌀 것이라는 통념과는 달리 사실 베가스는 저렴히 다녀올 수 있는 방법들이 있어 비교적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는 곳 중 하나다. 우선 호텔비가 타 지역에 비해 저렴한 축에 속하기도 하고 myvegas.com 이라는 사이트를 통해 매일 1시간 정도 (안드로이드 기준) 폰으로 게임을 틀어놓기만 하면 적립되는 포인트를 오랜 기간 동안 꾸준히 모을 경우 호텔 무료 숙박권을 받을 수 있다.
이번 추수감사절 기간 중 감사하게도 Bellagio 및 Aria 호텔 각각 1박씩 무료 숙박권을 사용할 수 있게 되어 기분전환 겸 2박 3일 일정으로 여행 계획을 잡았다. 라스베가스 스트립의 중심에 자리한 벨라지오 호텔은 훌륭한 위치와 특유의 분수쇼로 인해 유명한 곳이다. 아리아 호텔 또한 벨라지오 호텔 근처의 좋은 장소에 위치하고 있고 좀 더 현대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유명 호텔이다. MGM 리조트 Rewards 카드를 만들면 두 호텔 모두 무료로 주차를 할 수 있어 하루 50불 정도 수준의 리조트 비용만 지불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추수감사절 기간 동안 베가스에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가족 친지들이 모여 조용히 집에서 보내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연중 몇 안되는 긴 휴일주간이어서 그런지 평소보다 훨씬 더 사람들이 많이 몰린 것 같았다. 벨라지오 호텔의 체크인 과정은 대략 20분 정도 걸렸고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직원들이 로비에 나와 열심히 고객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아직 추수감사일 주간이지만 호텔 내부는 이미 크리스마스 관련 장식으로 가득했고 수많은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찍기만 하면 모두 훌륭한 사진이 될 것만 같았고 이토록 크고 정교한 모형들을 디자인하고 전시한 분들이 참으로 대단하게 느껴졌다.
아리아 호텔 또한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가득차 있었고 두 호텔 사이에 전철이 연결되어 있어 이동이 아주 편리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이라면 아리아 호텔은 주차장에서부터 로비, 객실 엘리베이터로 연결되는 공간이 모두 카지노 구역이어서 이동할 때마다 늘 카지노를 즐기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이제 추억의 아케이드 게임기를 만드는 회사들은 거의 사라졌겠구나 싶었는데 베가스의 수많은 호텔들을 가득 메운 카지노 시설들을 보니 아직 이 시장에도 수요는 충분히 있어 보였다. 어렸을 때 보던 777 과 같은 단순한 슬롯머신 외에도 참 다양한 게임들이 있었다. 아시아권 고객들이 제법 많아서 그런지 이들을 위한 게임들도 따로 준비되어 있는 것을 보면서 다시금 그 규모에 감탄했다.
베가스의 야경은 꽤나 멋진데 여러 개의 호텔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고 화려한 간판의 불빛들이 쉬지 않아서 실제 규모 이상으로 더 화려해 보인다. 정신없이 걸어 다니느라 제대로 된 사진을 찍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수많은 상점들이 일찍 문을 닫는 추수감사절 당일에도 이 곳의 밤은 여전히 밝고 화려했다.
베가스에서의 마지막 날, 미국 vs 영국의 월드컵 축구 경기가 있었다. New York-New York 호텔 근처의 광장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미국팀을 응원하며 맥주를 즐겼다. 결과는 아쉽게 0대 0 으로 끝났지만 거리에서 쉽게 보기 힘든 광경이어서 나름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11월 말이었지만 피닉스의 늦가을보다 조금 더 시원한 정도로 좋은 날씨였고 아침 햇살이 반사된 거리의 풍경이 참 좋았다.
지금껏 미국 생활을 하며 추수감사절 기간에는 대부분 집에서 조용히 가족들과 보내거나 지인의 초대를 받아 저녁을 함께하곤 했다. 이번 베가스 여행이 생각보다 괜찮아서 가끔 색다른 경험을 하고 싶을 때면 또 오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분주한 가운데서도 편안하게 보낼 수 있고, 어른을 위한 도박장 근처에도 아이들을 위한 동물원과 놀이공원이 있는 재미있는 곳이어서 올 때마다 나름 좋은 기억들을 간직하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