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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색무취 Jul 16. 2022

이민 생활과 마음가짐 - 첫10년

얻는 것이 있다면 잃는 것이 있다

     평범하게 무색무취의 일상을 살고 있는 나에게 간혹 이민에 대해 문의해 오시는 지인들이 있다. 

이 분들께 내가 먼저 질문드리는 내용은 크게 다음의 세 가지이다. 

1) 주변인으로 살 각오가 되어 있으신지요?

2) 처음 10년 고생할 준비가 되어 있으신지요?

3) 가족 분들은 같은 생각이신지요?


     이 글에서는 두 번째의 질문에 대해 나의 경험과 함께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나의 경험은 미국으로 제한되어 있음을 먼저 밝혀드리며, 보통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 오시는 주된 방법들은 다음과 같다.

1) 유학 후 현지 취업 이민

2) 이주공사 및 자영업을 통한 취업 이민  

3) 개별 진행 (고학력 + 실적 또는 탁월함을 입증한 경우)

4) 투자 이민 


     개인적으로 이 중 가장 수월한 형태의 이민은 4) 번으로 생각된다. 현대 사회에서 돈은 곧 자유의 척도이자 권력이 되었고, 돈을 지불하고 오겠다는데 이를 마다할 국가는 거의 없을 것이다. 다만, 실제 이민을 계힉하는 청년들 대다수는 이러한 자본력이 없으며 은퇴를 곧 앞두거나 성공적인 투자를 통해 자본 증식에 성공한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보인다. 박사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좋은 실적이 있거나, 해당 분야의 권위자로 인정받은 경우 National Interest Waiver (NIW) 로 불리는 3) 번의 개별 진행 방식을 사용하여 굳이 현지 회사에 취업하지 않더라도 우선 영주권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다만 이 방식은 거절될 경우 향후의 이민 심사에서 불이익을 받게 될 소지가 있으므로 능력/실적이 확실하여 리스크가 낮거나, 영주권 없이 현지 취업 가능성이 적어 리스크를 감당하고 진행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잘 사용되지 않는 것 같다. 

(Green Card-영주권은 미국 정착에 필수적인 요소다.   출처: https://www.the-american-dream.com/what-is-a-green-card/)


     그렇기에 나를 포함 평범한 사람들이 택하는 이민의 방법은 1) 또는 2) 번이 주가 된다. 두 가지 방법 모두 고용주의 스폰을 필요로 하므로, '갑'과 '을' 관계가 형성된다. 바로 여기에서 이민 생활의 고통이 추가된다.  실리콘 밸리의 큰 회사에 취직해 전망있는 일을 하든지, 동네 가게의 관리를 하든지 둘 다 본질은 유사하다.  고용주가 나와의 계약을 파기하면 영주권 진행 프로세스는 취소가 되고, 나는 grace period (보통 60일) 내로 새 고용주를 찾지 못하면 미국을 떠나야만 한다.


     보통의 갑을 관계조차 쉽지 않은데, 이에 이민국의 영주권 진행 프로세스 중 일어날 수 있는 예기치 못한 상황들과 언제든지 직장에서 Layoff 당할 수 있다는 압박감이 더해진 마음의 부담은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쉽게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크다. 나의 실패 -> 터전의 상실 -> 가족의 삶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므로

이 시기에 많은 이민자들은 비교적 낮은 연봉으로도 직장의 일에 충성하며 책 잡힐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 자발적으로 야근을 한다. 나 역시 이 당시에 셋째가 태어나고 책임져야 할 일들이 많았기에 최대한 몸을 사리며 조직의 방침에 절대 충성했던 흑역사가 있다.  


     다행스럽게도 한국 이민자들의 경우 상황이 나은 편인데, 중국/인도인의 경우 매년 국가별 영주권 발급 수를 제한하는 정책에 발목을 잡혀 보통 6-7년 아상이 소요되나 한국인의 경우 고용주와의 계약이 파기되지 않는 한 아직까지는 1-3 년 수준으로 비교적 빠른 시간에 영주권을 승인받을 수 있다.   


(비자 상태로 6년 이상 있다가 Layoff 된 인도인 이민자의 사례)


     앞서 이야기한 내용들은 어디까지나 고용주가 기꺼이 직원의 영주권 진행 프로세스를 스폰해 주는 행복한 상황을 가정한 것이며, 현실에서는 고용주 스폰 결정의 단계까지 가기에 수 년간의 시간이 추가로 소요된다. 저 임금으로 이민자를 사용하고자 하는 회사들은 보통 취업비자로 2년 근무 이후 스폰을 진행하는 것으로 내부 방침이 되어 있으며, 나의 경우 은인인 전 매니저가 힘을 써 주어 1년 이후 스폰을 진행하였다. 


     정리해 보면, 평범한 유학생이 미국에 온 후 영주권을 받기까지의 시간은 4-11 년 = 유학 기간 (2-6년) + 스폰 승인 (1-2년) + 영주권 프로세스 (1-3 년) 으로 예상할 수 있다. 중위값을 본다면 대략 7-8 년 정도를 예상하면 될 것이다. 이주공사 및 자영업 취업을 통해 시도할 경우 유학 기간에 해당하는 기간은 아낄 수 있으나

스폰 승인 및 영주권 프로세스 기간이 일반적으로 더 길어지는 경향이 있으므로 처음부터 고용주의 스폰 승인을 받고 시작하는 상황이 아닌 한 유사한 결과를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7-8년은 생각보다 긴 시간이며, 이에 종잣돈 마련 및 내 집 마련의 시간까지 더한다면 대략 1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흐른 이후에야 이 나라에서 쫒겨날 걱정 없이, 합법적으로 일 할 수 있으며, 내 집에서 편안히 안정적인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미 한국에서 충분히 안정적인 생활을 누리며 성공적인 삶을 살고 계신 분에게 이 기회비용은 만만치 않다. 이민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갖고 계신 분들이라면 우선 자신이 잃어버릴 수 있는 기회 비용이 얼마나 되는지 부터 계산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렇기에 이민의 길을 걷고자 하는 분들께 나는 이 질문을 두 번째로 드리는 것이다. 처음 10년 고생할 준비가 되어 있으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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