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전작보다 퇴보하고 있는거야!!
제로베이스에서 공부를 하다가 떠오른 것이 있다. 요즘 박살나버린 UX를 가진 UI가 많다는 것이다. 매번 플레이를 하면서 한숨나오게 하고 답답함에 패드를 던지게 하는 게임, 그런것에는 뭐가 있을까.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게임 장르는 FPS다. 전장을 누비면서 총을 쏜다. 내가 쏘면 적이 쓰러지고 총에서는 반동과 화약터지는 소리가 느껴지는 것이 어떤 장르들 보다 타격감과 쾌감이 가장 좋았기 때문이다. 이 장르에서는 십몇년간 장수하며 세상을 호령하는 게임, '콜 오브 듀티 시리즈'가 있다. 초등학교 때 PC방에 가서 깔려 있는 모던워페어 2를 한 기억이 아직도 난다. 전장의 느낌, 잔혹함을 잘 표현했을 뿐만 아니라 총이 굉장한 사운드와 함께 내지르는게 그렇게 내 취향을 고정시켜놓은 듯 했다. 그렇게 이제 나이 스물여덟. 신작으로 '모던워페어 리부트2'를 만났지만,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고 말았다. 스토리도 이전에 비해 긴장감도 덜하고 전장의 느낌도 나지 않는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UI/UX가 대기업에서 만든게 의심될 정도로 저열하다는 것이다. 전작에서는 준수한 평가를 받은 부분이 이렇게 곤두박질 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모던워페어 리부트 2 (이하 MW2)는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모바일 UI라고. 이를 모바일 UI같다라고 느끼는 요인이 무엇이 있을까? 첫째는 상단 탭바라 할 수 있다. 기존 PC게임에서 상단 탭을 거의 활용하지 않는다.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우선 요즘은 모두 지원하는 1920*1080에 굳이 상단 탭바는 메인 화면에 쓰지 않는다. 탭바를 사용하는 건 대부분 환경설정 창으로, 매우 많은 설정이 있기 때문에 분류를 하기 위해 존재한다. 하지만 MW2의 경우는 상단에 '플레이', '무장', '대원', '업적', '상점'으로 분류를 나눠놓았다. "이게 왜 문제야?" 라고 생각 하는 사람도 당연히 있겠지만, 이러한 방식은 골수 팬, 게임을 오래 한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낯설은 배치다. 우선 '무장'과 '대원'은 플레이의 일부로 굳이 이 둘을 분리해서 밖으로 빼낼 필요가 없다. 대부분 장비는 Play 탭 안에 들어가면 좌측 메뉴에 빠른 플레이 아래에 두거나 로비에 들어가서 교체해도 무방하기 때문에. 심지어 상단 탭바가 불편하다 느껴지는 건 두번째 요소랑 겹쳐서 그런데 이것이 바로 카드형 UI다.
카드형 UI를 가지게 된 이유가 있었다. 해당 게임을 만든 회사, '인피니티 워드'는 제작 당시 스트리밍 앱 'Hulu'를 제작하던 UI 디자이너 팀을 대거 영업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들에게 가장 친숙한 UI가 바로 카드형 UI. 영상을 크게 카드형으로 보여주고 그 아래 제목을 쓰는 방식이었다. 카드형 UI는 분명히 특정 컨텐츠를 선택하는데 있어서 이점을 주긴 하지만, 모든 게임 모드를 카드로 만들 수는 없을 뿐더러, 오히려 카드형으로 만든 바람에 컨텐츠의 정보를 상하좌우로 늘려놓아버려 모바일 게임 다운 UI로 전락해버렸다.
사용자 분석으로는 시장조사와 친한 친구 몇명을 앉혀놓고 Usability Test를 진행해보았다. 서양에서 특히 유명한 작품이기 때문에 유저들의 반응을 분석해본 결과, 약 95%의 사용자들이 UI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부정적인 표현을 사용했으며(필자는 Discord와 Reddit를 사용했다. 가장 활발한 SNS이기 때문), 뉴스 중 '특정 사용자가 대안 UI를 그려왔다더라.'라는 글이 가장 추천수가 높았다.
Usability Test는 만약 '오래 게임을 즐겨왔던 유저라면, MW2의 UI는 괴리감을 느끼게 할 것이다.' 라는 가설을 세우고 진행했다. 시나리오는 나와 다른 친구 하나를 친구 추가 후 파티에 초대하고는 파티 나가기를 해보는 것. 결과는 참담했다. 우선 친구를 추가하는 방식이 'Activision ID'라는 일련번호를 알려줘야 초대를 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게임은 'Steam'과 'Battlenet'같은 게임 관리 플랫폼과 연동한다는 것. 이 플랫폼에 친구가 되어있어도 굳이 한번 더 친구 추가를 해야 한다는 점은 굉장히 불편하다. 다음으로 넘어가도 문제가 되는 것은 친구창도 온통 '카드형 UI'로 되어 있는 바람에 온라인 되어 있는 친구가 많다면 마구 드래그를 해서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친구 추가에 3분, 파티 참가에 1분 정도 소모하고나니 이번에는 파티 나가기는 또 어디서 해야한단 말인가 고민하고 있다. 파티 나가기는 대부분 파티 관리 창에서 할 수 있지만 이 비범한 게임은 또 소셜 창에 들어가서 굳이 파티 카드를 클릭하고 그 안에서 파티 나가기 버튼을 눌러야하는, 무려 Depth를 3개나 들어가야 만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괴물을 고쳐야 할까? 첫째는 카드형 UI를 포기한다. 기존 콜오브듀티들은 전부 아래로 메뉴 버튼들을 그림 없이 정렬하고 사용했다. 기존 다른 게임들이 채택한 방식을 포기할 이유가 전혀 없는데, 이 도전적인 UI는 오히려 유저들의 플레이를 방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친구를 찾는데 한세월, 원하는 모드를 찾는데 오래걸리니 스트레스만 쌓일 뿐 심미적인 감성은 플레이어들에게 와닿지 않는다. 아래 사진처럼 변경한다면, 직관성 있게 원하는 모드를 클릭해서 들어갈 수 있고 그 안에서도 각 분류마다 공백을 둬서 정보의 분리를 무의식으로도 인식할 수 있게 끌어낼 수 있다.
두번쨰는 소셜 부분의 간략화다. 현재 소셜은 굳이 Depth 한가지를 더 차지하고 그 안에서도 몇번을 눌러야 친구 찾기, 블랙리스트 설정 등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다. 게다가 다른 사람에게 '친구창에서 보여질 캐릭터와 무기'까지 고를 수 있게 해놓았는데 이건 개성을 존중하는게 아니라 쓸데 없는것이다. '친구창'을 오래 구경할 플레이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친구 화면은 메인 화면에서 우측에서 슬라이드해서 오는 Overlay 화면으로 딱 3분의 1 정도만 차지하고 파티, 친구, 블랙리스트로 탭을 분류하면 끝이다. 거기에 굳이 사족을 붙일 필요는 전혀 없다. 우리는 게임을 하려고 친구를 초대하는거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니까.
사랑하는 게임이 기괴하게 변하는걸 보고 있으면 마음의 답답함이 우러나온다. 가끔은 광오한 말로, '내가 만들고 기획해도 이보단 낫겠다!'라는 마음이 들고만다. 이 UI를 만들어낸 사람도 시니어 UI 디자이너고 존중받아야 마땅하긴 하다! 하지만 그들도 제발, 우리 플레이어의 마음과 UX를 존중하고 만들어줬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