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실패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열여덟 살 무렵 만난 첫사랑의 아픔을 떨쳐내는 데 걸린 몇 년의 시간도. 스무 살 무렵 재수를 선택하고 1년간의 고통스러운 나날도. 그 무엇보다 자존심 상하던 꿈과 반비례한 젊은 날의 가난도 모두 아팠지만 그것도 한때였다. 결국엔 극복해냈다. 그런 내가 고작 잠드는 것에 실패하다니.
스무 살 중반 무렵부터 수면장애로 고생했다. 그때만 해도 나의 수면장애는 밤새 유튜브를 본다던가, 인스타를 뒤적거린다거나 하는 무료한 행동들에 기반한 게 아니었다. 그때는… 집착이랄까? 할 일에 대한 집착, 준비하던 기획에 대한 집착. 기대보다 더 잘 해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집착. 나를 더 갈고닦고 정진하는 방법에 대한 집착. 그런 집착의 생각들을 반복해서 떠올리는 집착까지. 말이 집착이지 사실 불안과 걱정 때문이었을 거다.
지금은 그나마 좀 낫다.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딴짓을 하는 시간도 많아졌으니까. ‘잠 못 자는 건 똑같잖아 인마’라고 친구들은 말하지만, 그나마 다행이란다. 친구들은 항상 걱정했었거든. 맥주 한 잔 할 때마다 '넌 일 생각 좀 그만해야 해.' 라며 나를 꾸짖었거든.
결국 문제가 아직 남아있다면, 그건 '여전히 제때 잠드는 데에 실패한다'는 것 정도?
안녕, 동지들
비단 나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온 도시가 불을 끄고 잠든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이 도시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뜬눈으로 혼자만의 밤을 반짝이는 불빛들이 많다. 자아에 대한 성찰. 미래에 대한 불안. 24시간 망에 연결되어있는 모바일 시대의 병폐. 그것도 아니면 단순히 전자기기가 내뿜는 청색광 때문이건 뭐 건간에. 도시는 나와 같은 수면장애 동지들로 가득하다.
이유를 불문하고, '나'와 도시의 수많은 '나'들은 오늘도 실패하고 있다. 그런데도 반복해서 수면장애를 겪고, 잠들지 못하고, 아침을 망친다. 이건 실패가 확실하다. 매번 가지각색 천차만별의 이유로 잠자기에 실패한다. 아침 햇살 출근길에 '내가 미쳤지 또 안 자고'라고 한탄하는 걸 보면, 실패가 맞다.
그래서 끄적여본다. 꼬리에 꼬리를 물어 생각의 미로로 빠져들 게 하는 것들을 기록해본다. 개인의 집착, 사회의 현상, 관계의 어려움, 인간적 외로움, 그리고 단순한 불평불만까지. 기록하다 보면 알 것만 같다. 도시인이 겪는 수면장애가 과연 무엇으로부터 오는지.
혹은 모를 수도 있고.
글: 말하는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