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치는 방법
한 때 굉장히 성행했었고,
한 때 굉장히 질타의 대상이었던 칭찬스티커.
나도 굳이 따지자면 외적인 보상에 의해 행동이 수정된다고 생각하며,
무분별한 칭찬이 오히려 어린이들에게 긍정적인 동기부여가 되지 못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줄곧 행동의 변화정도를 언급하며 어린이의 노력을
격려했었다. 지금도 꾸준히 어린이들의 노력을 대견하게 생각하고
말로, 표정으로 표현해주고 있긴 하지만.
몇 해 전 한 선생님이 라벨지를 이용해서
밥대장 스티커와 정리대장 스티커를 만들어 그 반 어린이들에게
주는 모습을 보았다.
그 선생님의 수고와는 무관하게 학기가 끝날 때까지 정말 정말 밥 먹기를 힘들어하는 어린이들이 그 반에 유독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인사대장, 정리대장 스티커를 만들었다.
이유는 습관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일단 정리든, 인사든 해야 그 모습을 칭찬하고 격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는 확실했다. 우리 반 어린이들은 어딜 가나 씩씩하고 밝게 인사했다. 그리고 얼마를 어지르고 놀든 간에 정리시간은 5분 정도면 끝이 났다. 어떤 부모님은 이런 부탁도 하셨다.
선생님이 인사대장 스티커를 주신 후로 아이가 이웃에게도 인사를 너무 잘한다. 그런데 간혹 인사를 받아주지 않는 분이 있을 땐 시무룩해한다고. 스티커의 효과는 실로 대단했다. 그 동기가 스티커를 받기 위함일지라도.
다섯 살은 아직 나 밖에 모르는 것이 발달상 당연하다.
그렇지만 나는 타인의 조절을 통해서라도 남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행동을 흉내 내길 바랐다. 그러다 보면 저절로 그런 상황에 그 행동이 나올 것이고, 표현이 풍부한 누군가 그 행동을 격려한다면 어린이는 도움을 주고받는 경험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 테니까.
나는 어린이들에게 ‘배려하는 어린이’ 스티커를 소개하며 어떤 행동이 배려하는 행동일지 물었다.
“친절하게 하는 거요.”
“사이좋게 하는 거요.”
등등 어떤 행동이라기엔 모호한 개념적인 답들이 오갔다.
그래서 내가 배려받았던 순간을 소개했다.
미리 들려주었던 배려송의 노랫말을 떠올리게 했다.
그리고 마무리를 지었다.
매일 어린이들에게 ‘배려하는 어린이’ 스티커를 주면서 어떤 행동 때문에 스티커를 받는 것인지 이야기해 주었다.
새로운 친구가 우리 반에 왔다.
우리 반의 스티커 제도를 소개했다. 그리고 어떨 때 이 스티커를 받는지 어린이들에게 설명할 수 있도록 했다.
“친구가 우유를 쏟았을 때 같이 닦아주면 받을 수 있어요”
“다른 사람을 도와주면 돼요.”
“넘어진 친구가 있으면 손을 잡고 일으켜줘요.”
“갖고 놀고 싶은 장난감을 나누어줘요.”
“스팽글을 떨어뜨렸을 때 도와줘요. “
“종이 접기를 도와줘도 받을 수 있어요.”
“친구가 정리하지 않은 의자를 정리해도 받을 수 있어요. 다른 친구가 걸려 넘어지니까.”
다양한 대답이 나왔다.
돌이켜보니 그랬다.
점심, 간식을 먹고 난 후 우리 반에는 물티슈 부대와 빗자루 부대가 나타났었다.
화장실을 다녀오면 우리 반은 사용하지 않았지만 모든 슬리퍼들이 가지런히 놓여졌다.
친구가 울고 있으면 걱정스런 얼굴로 친구를 바라보고 친구의 어깨엔 작고 따스한 손이 얹어졌다.
내가 의도한 것보다 어린이들은 더 훌륭히 자라고 있었다.
감사한 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