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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눗방울이 터져요

마음이 열리는 순간

by 하얀




쭈그리고 앉아서 한 어린이의 미술활동을 지도해주고 있었다.

갑자기 작고 따스한 두 손이 옆구리를 타고 들어온다.

고개를 돌려서 보니 우리 반 다섯 살 남자 어린이가 씩- 웃고 있다.

“왜~?” 하고 장난스레 물어보니

얼굴을 내 등에 묻고 비비며 팔을 더 꽉 조여 온다.

“내가 좋아?” 하고 다시 장난스레 묻자,

다시 한번 팔을 파닥거리며 뒤에서 꽉 안는다.




또 다른 어린이는 곁을 맴돌더니 ‘탁!‘

엉덩이를 치고 간다.

놀라서 바라보면 ‘씩-’ 하고 웃는다.


어떤 어린이는 옆에 앉아 있었더니 손가락으로 콕 찌르고

또 씩- 웃는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선생님 한 번 안아줄래?, 안아줄 수 있어?”라고 물으면

어색한 미소로 목각인형처럼 안기던 어린이들.

혹은 ”으으응~“ 하며 어색한 미소로 소극적인 거절을 하고

옆으로 쌩 비껴가던 어린이들이다.



다른 사람의 몸을 함부로 만져선 안된다고 가르치면서도

어린이들의 애정표현에 적절히 반응해주지 못하는 것 같은 나.



색종이 가득 하트를 그려주거나

‘사랑해요’라고 써서 주는 것도 마땅히 고맙지만

눈만 마주쳐도 배시시 웃음이 나고 안기고 싶은 마음에

콕콕 찔러도 보는 작은 행동에

수없이 일렁이는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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