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살만한 것은, 아직은 순수한
늦은 저녁 함께 일하는 동료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어 작은 간식이라도 전하고자 마트로 향했다.
혼자 가기 심심하기도 하고, 산책을 즐기지 않는 독특한 강아지 콧바람이라도 쐬 주고자 슬링백으로 안아 출발했다.
마트에서 이것저것 고르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양의 식재료와 간식들을 샀다.
저녁 간식을 챙겨 먹진 않지만 그날따라 눈에 들어온 바나나우유를 마지막으로 집어 들고 계산대로 갔다.
봉투를 구매하고 차곡차곡 담기를 반복.
어쩐 일인지 계산대를 여러 번 뒤돌아보며 집으로 향했다.
이 독특한 강아지는 밤바람이 좋은 건지, 흥분하여 엉덩이를 들썩이길 반복했다.
“잠깐만 잠깐만 알았어. 조금만 참아봐. 다 왔어.”
무거운 짐을 들고 강아지를 말로만 다독이며 겨우겨우 집에 도착하고 사 온 것들은 정리하고 있었다.
“어? 바나나우유! 어딨 지? 내 바나나우유”
터질까 봐 분명 마지막으로 봉투에 담았던 기억의 잔상이 있었다.
그런데 그 어디에도 없었다.
‘1600원… 에이 그냥 잊어버릴까?’
고민하다가 결국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집에서 나선 지 얼마 안 된 곳에 바나나우유가 뒹굴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들어보니 이미 누군가 다 마시고 난 상태.
이게 내 것일까? 벌써 누가 먹은 건가? 생각하며 계속해서 발걸음을 재촉했다.
마트에 도착해 보니 한 손님 계산 중이었고, 잠시 기다리다 여쭈어보았다.
“저 방금 여기서 계산하고 바나나우유를 두고 간 거 같은데, 혹시 보셨나요?”
“아니요. 안 그래도 몇 번이고 돌아보셨잖아요~”
인자한 미소를 띠고 연륜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점원.
몇 분 전의 일이라 기억하는 게 당연하다 여기면서도 찰나의 순간 ’이 분은 나의 작은 행동도 눈여겨보셨구나! 기억해 주는구나 ‘ 하는 생각에
마음이 놓이고 감사한 마음까지 들었다.
어쩔 수 없다 생각하며 터덜터덜 돌아가는 길 분명 다시 마트로 갈 때도 둘러봤지만 못 봤던
바나나우유 하나가 가로수 아래 반듯하게 서 있었다.
직감적으로 ‘저게 내 바나나우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다가가 집어 들었다.
초록 알루미늄 뚜껑 쪽에 긁힌 상처는 있었지만 온전한 상태의 바나나우유.
바나나우유가 나뒹굴다 오뚝이처럼 일어섰을까? 누군가 주인이 다시 발견하길 바라며 한쪽에 세워둔 것일까?
평소 이성적 사고를 한다고 생각하던 나는 그날 밤의 기운인지,
중년의 인자한 미소 덕인지 후자로 생각하기로 했다.
아주 사소하고 작은 것이지만 그날은 이상하리만치 따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