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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아이와 우리나라 아이

다른 것이지 틀린 건 아니야

by 하얀


호주에서 오페어를 한 적이 있다. 오페어란 현지인 가정에서 그들의 가족 일부가 되어 그 가정의 아이들을 돌보아주는 역할을 한다. 그 대가로 숙식을 제공받고 일정 금액을 받으며, 현지인 가정의 문화를 즐기는 것이다. 외국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나의 재능을 나눌 수도 있고 진짜 호주인 가정의 문화를 보고 싶은 욕구를 모두 채워주는 제도라 선뜻 결정을 했었다. 나에겐 시드니의 가족과 브리즈번 가족이 있다. 그때는 힘든 일도 있었지만 재미있는 값진 경험으로 기억된다.


흔히 우리는 외국 아이들은 창의적이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아이들이고, 우리나라 아이들은 수동적인 아이들, 부모에 의해 쳇바퀴 도는 아이들을 연상하기 쉽다. 정말 그럴까? 나의 경험이라 주관적일 수 있으나 그간 교직에 있었고 현재도 그러하며, 여러 기관을 다녔으므로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는 것과 몇 가지 물음으로 짐작해 볼 수 있는 것들이 많다. 또 사실 대학에서 배운 유아교육 이론들은 서양 학자들의 이론이 98%는 되니 아주 주관적이라고 할 순 없겠다.


처음 호주의 아이들을 만났을 때 놀라웠던 것은 관찰력이다. 호주는 자연경관이 좋고, 인구도 우리 인구의 반의 반도 살지 않지만 땅 덩어리는 커서 자연과 집이 어우러진 경우가 많다. 물론 시드니 시티는 빽빽하지만 내가 살던 노턴비치 쪽은 우리가 그림을 그릴 때 그리는 집, 하우스들이 많다. 그런데 동네마다 집들이 비슷비슷했다. 어딜 가나 나는 비슷한 길을 가는 듯했고, 구글맵이 없이는 집을 찾아가기 어려웠다. 그럴 때마다 아이들이 도움을 주었다. 아이들은 용케도 다른 점을 찾아내어 알려주었다. 나무의 생김새, 지붕의 차이 등….. 내 눈엔 색도 재료도 비슷해 보였는데 말이다. 그림도 실물과 유사하게 그렸다. 아이들의 그림이니 세밀화까지는 아니지만 실제 집의 특징을 반영하여 그린다던지, 보이는 특징들을 담아서 그렸다. 반면 앞에서 예시를 든 것처럼 우리 아이들은 집을 그리라고 하면 아파트에 살면서도 하우스 집을 그린다. 요즘 아이들은 아파트를 그리기도 하지만 우리 어릴 때만 해도, 성인이 된 우리에게 집 그림을 떠올려봐도 하우스 집을 그린다. 자동차도 나무도 꽃도 어느 하나 같은 그림이 없었다. 물론 발달 단계 상 사람 그림을 그리면 두족인(얼굴에서 팔과 다리가 나오는 형태)을 그려 비슷해 보이긴 하지만 말이다.


두 번째로는 대근육 운동능력이다. 아무리 남자아이라 하더라도 같은 연령의 우리나랑 아이들보다 힘이 세고 좀 더 모험적이고 움직임이 컸다. 여자 아이들도 어딜 가나 체조를 배웠다며 잔디밭이고 아스팔트고 옆돌기를 선보였다. 나한테도 당연하다는 듯해보라고 하는데, 가능할 리 없었다. 앞 구르기 뒷구르기 정도 보여주면 너도 나도 묘기 대행진이다. 호주라 그런지 몰라도 수영과 잠수도 기본이었다. 내가 살던 집에는 수영장이 있어서 여름이면 함께 수영을 했는데, 아이들과 마크&폴로라는 놀이(눈 가리고 술래잡기를 물속에서 하는 것 땅에서도 했던 것 같다)를 한판만 해도 금세 지치기 일쑤였다. 대부분의 일과를 밖에서 뛰어놀았다. 따로 운동이 필요치 않을 만큼 뛰어놀았다. 정말 어린 시절 놀이터에서 살던 때 이후로 가장 까맣게 탔던 것 같다. 그런 아이들이 가위질 같이 소근육을 이용할 때는 ‘얘네 이 나이 맞아?’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우리 아이들이 보고 싶었다. 아이의 집중해서 오물거리는 입을 보면 분명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결과물은 우리나라 아이들이 처음 가위질을 접하고 몇 달쯤 지난 정도의 수준이었다.


내가 이렇게 우리 아이들과 외국 아이들을 보며 무엇이 다른지에 집중하고 있을 때, 신기하게도 내가 많이 들었던 말은 ‘창의적이다’라는 말이었다. 나는 유아교사였기에 아이들과 그림을 그리며 놀 때는 정형화된 캐릭터 형태의 동물 그림을 그리거나 핼러윈을 맞이하여 jack-o’-lantern을 그리며 놀았는데, 그런 결과물을 보며 그들의 부모는 창의적이라고 너무 훌륭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신기했다. 나는 그냥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림을 그렸고, 오히려 그들이 세밀화 표현처럼 그리기도 하고 두드러진 특징을 뽑아내서 그렸기 때문에 같은 그림이 하나도 없고 정형화되지 않아 더 창의적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들이 보기엔 내가 창의적인가 보다. 창의성이란 간단히 말하자면 새로운 생각이나 시도, 독창적인 것을 말하니 어떻게 보면 그들이 나를 창의적이게 보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모든 것은 관점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저 사람은 왜 저러지?’, ‘저거 아닌데’라고 생각하기 전에 다른 관점으로 본다면 우리는 모두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고 창의적으로 행동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이 받아 들 여지다 보면 우리는 더 많은 다양성을 경험하게 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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