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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셜트래블러 Sep 13. 2022

이동권의 추억 2-노래방 방문기

발달장애인주간보호센터를 기록하다.

 이제는 더 이상 지하철을 이용하지 않는다. 

지난 지하철에서의 런닝맨 에피소드 이후로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이 아직 우리의 여건과 상황으로 인해 안전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때의 아픔을 가슴 한편에 묻고 이번에는 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정말 돌이켜보면 버스에 관한 추억도 굉장히 많다. 추억일진대.. 왜 눈에 습도가 높아지는 걸까.


  한참 청년일 때 우리는 뭐하고 놀았을까?. 이제 막 학교를 졸업하고 스무 살이 된 이용인들도 우리와 비슷한 경험을 했으면 하는 마음에 청년들이 자주 가는 곳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마침 센터에서 노래가 흘러나왔고 이용인들은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던 우리는 이용인들이 음악과 춤을 좋아하는 것을 기억해냈다. 그래서 정한 다음 행선지는 바로 노래방! 검색해보니 부평에 청년들이 많이 애용하는 유명한 노래방 시설이 있었다. 센터에서 버스를 타면 한 번에 이동이 가능했기에 우리 사회복지사들은 다음 나들이 일정을 확정하고 준비했다.  드디어 프로그램 당일. 이용인들에게 하나하나 설명하고 우리는 버스에 함께 탑승했다. 약 30분 정도 이동한 후 도착한 유명 노래방. 이렇게 좌충우돌 나들이는 시작되었다. 


 우리는 모두가 여유롭게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종사자를 포함하여 4~5명이 한 방에 들어가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계획하였고, 모두가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오산이었다. 노래방 입장과 동시에 마이크를 잡고 곰 세 마리를 부르기 시작한 이용인은 마이크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다른 이용인들도 부를 수 있도록 잠시 쉬는 것을 권유했지만 마이크로 종사자를 때리려 하였고, 우리는 권유를 포기하고 이용인을 진정시킬 수밖에 없었다. 결국 혼자서 한 시간을 넘게 노래를 불렀다. 우리는 옆에서 이용인이 원하는 노래를 예약해주는 역할만을 담당해야 했다. 다른 이용인은 다른 방을 보냈으나 거의 모든 방이 마찬가지였다. 마이크를 놓지 않는 사례가 속출하였고, 우리는 상황을 관리하고 진행하기 위해 애쓰는 사이 한 시간이 훌쩍 지났다. 더 이상 흘러나오지 않는 반주로 인해 화가 난 이용인들. 우리는 이용인들에게 상황을 안내하고 다행스럽게도 무사히 노래방을 나올 수 있었다.

 힘겨웠던 노래방 방문을 마치고 기진맥진해진 우리는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으로 이동했다. 노래방으로 갈 때와는 다르게 버스에는 사람들이 만원이었다. 이용인들의 하교시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간신히 만원 버스에 탑승한 우리는 이용인을 잘 구슬리며 이동을 했다. 약 40분을 이동후 센터 앞에 도착한 버스. 우리는 주섬 주섬 버스에서 내렸다. 바로 센터에 올라와 진행한 인원 파악. 아뿔싸!!! 한 분의 이용인이 버스에서 내리지 않으셨다. 우리는 버스 회사에 급히 연락하여 현재 상황을 설명드려 이용인의 안전을 부탁드렸고, 동시에 이동수단이 없었던 우리 센터는 택시를 급히 호출하고 버스를 따라잡기 위해 출발했다. 결국 나는 버스 종점에서 눈물 가득 남과 북의 이산가족처럼 이용인을 만날 수 있었다. 이용인은 여유롭게 휴게실에 앉아서 커피를 드시고 있었다. 커피를 다 드실 때까지 기다린 나는 손을 맞잡고 종점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함께 센터로 출발했다. 




  발달장애인이 이용하는 주간보호센터의 패러다임이 처음에는 장애인의 '보호'에 초점을 두었다면 '재활 프로그램'을 거쳐 이제 당사자의 삶에 초점을 맞춘 '활동'의 개념으로 바뀐 지 오래되었다. 우리는 패러다임의 변화에 발맞춰 다양한 활동을 시도하고 진행했다. 다만 센터를 개소한 우리는 가득하고도 긍정적인 열정으로 가득 차 있었던 것 같다. 준비되지 않은 센터 환경을 열정으로 극복하려고 했었던 경험이 실수로 이어지기도 했지만, 그 열정이 우리에게 이용인과의 추억(?)을 선물해준 것 같다. 지금은 12인승 승합차에 경차까지 구비해 대중교통을 이용할 일이 없지만, 가끔은 평범하게 이용인들과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고 싶기도 하다. 그냥 보통의 사람처럼 누구나 이용하고 애용하는 대중교통을 말이다. 


그리고 그때 이후로 우리는 노래방에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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