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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셜트래블러 Sep 27. 2022

만나기 힘든 당신들.

발달장애인주간보호센터를 기록하다.

 뜨거운 여름밤과 근심의 빗물들로 인해 힘들었던 마음을 선선한 바람이 어루만져주는 계절이 다가왔다. 


비장애인도 마찬가지겠지만, 날씨가 특히 발달장애인의 컨디션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그렇기에 덥고 습한 계절의 주간보호에는 다양한 이벤트들이 발생하고, 우리는 간절히 가을을 기다린다. 고대하던 가을이라는 절기가 다가오면 다수의 주간보호센터들이 캠프를 진행하는데, 우리 주간보호센터도 가을맞이 캠프를 준비하는 중이다. 사실, 캠프는 주간보호에서 큰 사이즈의 사업 중 하나이며, 여기저기 고민하고 마음을 써야 하는 사업이기도 하다. 비장애인들이 여행을 떠나듯 즐겁고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을 준비하기 어렵다. 


 먼저 버스 예약부터 걱정이다. 이번 우리 센터에서는 버스 비교 예약 어플을 통해 버스를 배정받았는데, 버스 예약 시 여행지뿐만 아니라 발달장애인이 탑승한다는 정보를 함께 올렸다. 발달장애인을 경험해보지 못한 버스 기사님이 돌발상황으로 인해 당황하시지 않게끔 나름 완충제를 둔 것이다. 또한 발달장애인이기에 버스를 깨끗하게 사용하기 힘들 수도 있기도 해 버스 예약금 외 기사님께 따로 식사비를 드리기로 했다. 이처럼 마음을 쓰는 일이 이뿐만 아니다. 가고 싶은 여행지와 식당, 숙소 등을 예약할 때에 발달장애인이 이용한다고 말씀을 꼭 드린다. 때때로 예약하는 과정에서 거절을 당하기도 한다. 이럴 때면 속이 쓰리기도 하지만 새롭고 특이한 경험이 아닌 보통의 일상이기에 그러려니 하고 마음을 다잡는다. 그래도 예전에 비해 거절의 순간들이 상당히 드물어지긴 했다. 

 캠프 준비의 마지막으로 모든 여행지의 화장실 위치를 파악한다. 여행지 도착 시 가장 먼저 방문하는 곳이 대부분 화장실이며, 우리의 여행은 화장실부터 시작해 화장실에서 마무리한다. 마치 어린아이들의 대소변 실수를 생각하면 이해가 될 것이다. 이런 캠프를 우리 센터는 일 년에 4회 정도 진행한다. 센터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중 하나가 외부활동이기에 캠프, 나들이, 불금 프로그램 등 외부 프로그램은 다른 센터에 비해 횟수가 많은 편이기도 하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출처 :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시장 / 여행 사진)


 이렇게 많은 센터들이 열심히 지역사회를 혹은 여행지를 누비고 있다. 그런데 비장애인인 우리는 일상에서 장애인을 마주치기가 왜 쉽지 않을까?

2020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발달장애인은 약 50만 명 조금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세상에는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우리 곁에 살고 있는데 마치 숨바꼭질을 하는 것처럼 꽁꽁 숨어 있는 것만 같다. 다 어디 숨었길래.. 이렇게 일상에서 마주치기 어려운지 모르겠다. 아마도 집이나 센터에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이전에 비해 외부활동의 기회가 많아졌지만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에 또 일상에 나왔으면 좋겠다. 

 물론, 위에 언급한 것처럼 마음을 써야 하는 것들이 많다. 발달장애인 특유의 개성으로 인한 안전문제, 외부활동을 위한 예산, 사회복지사 1명당 3명의 중증 발달장애인을 케어해야 하는 어려움 등 산재된 어려움들이 있지만 우리 주간보호센터가 지역사회와 일상을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그래야 발달장애인이 함께 살아감을 깨달을 수 있으며, 우리의 지향하는 바 또한 알릴 수 있다. 그들이 결국은 발달장애인의 삶을 위해 하나씩 하나씩 제도를 개선해나갈 수 있는 힘이 되어줄 것이다. 


눈에 보여야 알고, 알아야 공감할 수 있다. 





 2022년 3월 7일 제34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렸다. 이 시상식에서 청각장애인의 가정을 묘사한 코다 <CODA>라는 작품이 작품상, 남우조연상, 각색상을 수상하였다. 특히 남우조연상 시상자로 나선 윤여정 배우가 수어로 수상자를 소개하는 등 여러모로 의미가 반짝반짝 빛났던 작품이기도 하다. 이 작품을 통해 많은 관객들이 청각장애인의 눈으로 바라본 일상을 간접 체험할 수 있었다는 한편 세상에는 다양하고도 많은 장애인들이 곁에 있는데 마주친 적이 없다는 경험이 세계 곳곳에서 마치 간증처럼 이야기되고 있다. 그리고 한 목소리로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제 세상 밖으로 우리와 함께 살아가자고.


 코다라는 작품이 마음에 주는 자그마한 울림이 언젠가 세상을 변화시키겠지만, 우리 주간보호센터들도 영화 못지않게 울림을 줄 수 있다. 영화가 장애인의 존재를 세상에 알렸다면, 우리는 일상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나타내 줄 수 있다. 이는 더욱 강력하게 그들의 마음을 두드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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