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단어 79일차
이번 겨울, 처음으로 눈을 맞았다.
첫눈이 왔을 땐 집에 있어서 다음 날 기사를 통해 알게 되었던 터라 나에게는 오늘이 첫눈이었다.
어릴 땐 눈이 참 좋아서 사계절 중에 겨울이 가장 좋았다. 눈 오는 날 우산이나 모자를 쓰는 것은 상상도 못 했다. 왠지 낭만이 없는 느낌이랄까.
고등학교 때 친구와 함께 눈 쌓인 학교 운동장에 누워 눈을 맞았던 기억, 아무도 지나가지 않은 눈 덮인 길에 발자국을 찍으며 좋아하던 기억은 언제 꺼내보아도 미소 짓게 되는 소중한 추억이다.
그랬던 나도, 이젠 눈 오는 날 우산이나 패딩 모자를 눌러쓰게 되었다. 분명 눈 오는 날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눈을 맞는 낭만보다는 머리가 젖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이렇게 나이가 드나 보다. 그래도 아직까진 눈 오는 날을 기다리게 되는 설렘은 남아있으니, 그것으로 만족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