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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airystar Dec 11. 2019

혼밥

오늘 하루 단어 83일차

야근을 하려 했는데 몸살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몸이 으슬으슬 떨리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은 코트 단추를 열고 다니기도 한다.

뜨끈한 우동국물을 먹고 집에 가야겠다 싶어 사무실 근처 기사식당에 들렀다.

기사식당은 거의 기사님들이 오시는 터라 대부분이 혼밥을 하신다. 새삼 나의 첫 혼밥은 언제였나 생각해보니, 아마도 대학 때였던 것 같다.


그때 당시 남녀공학에 다니는 친구들은 혼밥을 상상도 못 한다고 했었는데, 우리 학교는 여대여서 그런지 혼밥 하는 사람이 꽤 많았다.

나는 굳이 듣고 싶지 않은 교양 수업을 친구들과 맞춰 듣는 것은 영 별로여서, 듣고 싶은 교양 수업을 찾아 듣다 보니 자연히 친구들과 공강 시간이 맞지 않았다. 첫 혼밥 하던 날까지 기억나진 않지만 음악을 듣거나 통화를 하거나 문자를 하며 자연스럽게 혼밥을 하게 됐다.

혼밥 하는 것이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민망했던 적이 딱 한 번 있었다. 같은 과 친구가 다른 자리에서 밥을 먹다 나를 보고 아는 체를 한 것이다. 그 순간 왜 그리도 얼굴이 화끈거리던지. 친구도 없다고 생각하려나? 그 친구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굉장히 신경이 쓰였던 기억이 난다.


요즘은 혼밥 하는 사람이 많아 1인석을 마련해두는 음식점도 꽤 있고, 1인 보쌈, 1인 샤브샤브 등 혼자 가도 먹을 수 있게 메뉴를 만들어놓은 식당도 많다.

앞으로도 가끔씩 음식점에서 혼밥을 하겠지만, 그래도 가장 맛있는 밥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며 먹는 밥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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