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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airystar Jul 06. 2019

여섯 살의 피아노


여섯 살쯤, 유치원에서 바이올린을 배웠었다.
또래 아이들과 여럿이 한 교실에서 배우는 것이었는데, 수업 시작 전 쉬는 시간쯤 일어난 일이다.

그날따라 교실 전체가 시끌시끌했었는데,
그 당시 집에 피아노가 없었던 나는, 피아노를 쳐 볼 수 있다는 맘에 신이 나서 이 건반, 저 건반을 눌러보고 있었다. 옆에서 같이 피아노를 치던 아이가 있었던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다.

한참을 신나게 피아노를 치는데,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놀란 맘에 급히 피아노 커버를 닫는다는 게 그만



하고 소리가 났다. 소리가 커서 나도 깜짝 놀랐는데, 동시에 교실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누가 피아노를 쳤냐며 선생님이 나에게 무안을 줬던 것 같은데, 어린 맘에 어찌나 놀라고 상처를 받았던지...

그러고 나서 사색이 되어 흐려진 시야로 엄마를 찾았는데, 당황한 나머지 내 발길이 도착한 곳은 하필 다른 아주머니 앞..
그리고, 그 아주머니도 나에게 면박을 줬다.
그날 나는 엄청나게 울었던 것 같고,
그 후에 우리 집엔 피아노가 생겼다.




사실 그때의 기억이 선명하진 않지만, 그 날을 떠올릴 때면 쌀쌀맞았던 그 아주머니에 대한 기억과 차가웠던 공기는 잊을 수 없다. 생각해보면 고작 여섯 살 아이의 실수였는데…

나이가 들면서 그 기억을 잊고 살았는데
몇 년 전, 엄마가 그때 이야기를 꺼내셨다.
당시에 내가 피아노를 가지고 싶어 했었는데, 피아노 가격이 상당히 비쌌던 터라 고민을 하고 계셨었다고.
그런데 그 일이 있고 나서 아빠와 상의해서 바로 피아노를 사줬었다는 이야기를.

지금도 친정집에는 그 피아노가 놓여있다.
이제는 안 친지 오래되어 조율도 엉망이지만, 다음에 조금 더 큰 집으로 이사를 가면 그때 가져오기로 했다.

내가 받았을 충격을 생각하며 마음 쓰고, 무리해서라도 값비싼 피아노를 선물했을 부모님을 생각하면, 그런 줄도 모르고 철없이 기뻐만 했을 내 모습을 생각해보면.. 새삼 감사하고, 또 감사해진다.
내가 살면서 그 감사함을 다 갚을 길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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