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전수조사(2)

2020 팬데믹의 서막-6

by 그저남기는자

1편 내용 요약: 2020년 코로나 초기, 확진자 전담 직원의 공백으로 나는 임시 투입되어 어린이집 확진에 따른 첫 전수조사를 맡게 된다. 번아웃 속에서도 팀의 도움으로 조사를 준비하지만, 검사 방식을 두고 안전을 중시한 시와 현실적 한계를 고려한 구의 입장이 충돌하며 큰 조율 과정을 겪는다.


입장 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팀장님과 과장님은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고, 시청으로 전화를 걸었다. 우리 구의 현실을 설명한 끝에 마침내 절충안이 나왔다. 접촉자들을 어린이집에 모으되, 시간차를 두고 여러 팀으로 나누어 최소한의 인원만 검사하는 방식이었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그날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아침부터 이어진 조율 끝에 검사는 오후 2시에 시작됐다. 아이들이 한 명씩 도착할 때마다 현장의 공기가 조금씩 굳어갔다. 아이들의 손을 꼭 붙잡고 서로를 경계하며 들어오는 부모님들, 작은 손에 쥔 번호표, 마스크 위로 드러난 눈빛들. 먼저 검체를 채취한 아이들의 울음소리에 주변 아이들까지 동요했다. 검체 채취가 끝날 때까지, 누구도 긴장을 놓지 못했다. 검사는 오후 5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채취한 검체는 곧바로 검사기관으로 옮겨졌다.


“결과는 내일 오전 6시 전에는 나올 겁니다.”

퇴근을 했지만 하루는 끝나지 않았다. 집에 돌아온 뒤에도 전화는 계속 울렸다. 어린이집 전수조사라는 말 하나에, 불안은 꼬리를 물고 따라왔다. 몸은 지쳐 있었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눈을 감으면 아이들의 이름이 떠올랐다. 새벽 4시,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 결과 조회 화면을 띄워 놓고 새로 고침을 눌렀다. 화면은 바뀌지 않았다. 다시 눌렀다. 어느 순간부터 몇 초의 공백이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손가락 끝에 괜히 힘이 들어갔다. 5시가 가까워질 무렵, 이름 옆에 변화가 생겼다. ‘완료.’


chatGPT Image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씩 입력하고 결과를 클릭했다.

“Negative.”

바이러스의 반응이 없다는 이야기,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다른 원아의 이름을 입력하고 다시 클릭했다.

“Negative.”

그 문구가 뜰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가 풀렸다. ‘부정적인’이라는 뜻으로만 외웠던 이 단어가 이렇게 반가울 일인가. 혹시라도 한 줄이 다르게 뜨지는 않을지, 스스로를 다잡으며 클릭을 이어갔다. 원아들, 직원들, 원장 선생님까지. 모두 음성이었다. 하루 종일 통화했던 원장님께 짧은 문자를 보냈다.

“○○어린이집 원아 및 직원 전원 음성입니다.”

잠시 뒤, “감사합니다.”라는 답장이 도착했다. 그 한 줄의 문자로, 밤새 쌓여 있던 시간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렸다.

그날, 온라인에서는 어린이집을 추적하는 소문이 돌았고, 현장에서는 후속 조치를 묻는 전화와 위치를 캐묻는 민원이 이어졌다. 바이러스보다 빠르게 퍼진 것은 결과가 아니라 불안이었다. 불안이 커질수록,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오히려 단순해졌다.


긴 하루를 버틸 수 있었던 건 함께 있던 팀원들 덕분이었다. 말없이 건네던 눈빛과 “괜찮다”는 한마디가 나를 붙들어 주었다. 그들의 호의는 지금도 다 표현하지 못할 만큼 고맙다. 또한 우리의 지침에 차분히 응해 준 원장 선생님과 직원들, 결과를 기다리며 불안을 견뎌준 학부모들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날의 전수조사는 검사로 끝나지 않았다. 아침 해가 떠오를 무렵에서야 함께였기에 건널 수 있었던 하루임을 알게 되었다.


당시 2주간의 격리로 인해 어린이집은 잠시 멈췄다. 다시 찾은 어린이집은 전처럼 활기찼고, 우리는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날을 건너온 방식만은 오래 남았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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