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유기라 불린 하루

2020 팬데믹의 서막 - 7

by 그저남기는자

2020년 2월, 코로나19 첫 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뒤 보건소의 전화기는 좀처럼 쉴 틈이 없었다. 폭발적으로 늘어난 문의에 전 직원이 매달려 수화기를 들었다. 증상, 검사기관, 검사 방법, 결과 확인, 병상 배정까지. 우리에게도 처음 겪는 질병이었기에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았고, 모든 질문에 곧장 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루 종일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다른 업무는 할 수 없었다. 그곳은 그저 분주한 사무실이며, 전쟁터였다.


나 역시 출근과 동시에 헤드셋을 썼다. 막 한 통의 전화를 끊고 다음 전화를 받았을 때였다. 수화기 너머로 화가 단단히 난 젊은 여자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튀어 올랐다.

“당신들, 도대체 거기 앉아서 뭐 합니까?”

그는 전날 방문 검체 채취를 받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두 시간 넘게 전화 연결이 되지 않자 분노가 먼저 차올랐다고 했다.

“양성인지 음성인지 말만 해주면 되는데 왜 이렇게 기다려야 하죠? 세금 받아먹고 그 자리에 앉아 있으면 다예요? 이런 식이면 직무유기 아닙니까? 직. 무. 유.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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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점점 거칠어졌고, 고함은 쉽게 멈추지 않았다. 결과를 확인해 5분 안에 다시 전화드리겠다고 조심스럽게 말했지만 돌아온 것은 또 다른 분노와 협박이었다. 전화를 끊고 검사실로 향했다. 인적 사항이 맞는 자료가 보이지 않았다. 몇 가지 정보를 다시 대조한 끝에야 결과를 찾을 수 있었다. 검사지에 적힌 연락처가 잘못되어 통보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도 함께 확인했다.


다시 전화를 걸려다 잠시 손이 멈췄다. ‘직무유기’라는 단어가 귀에 가시처럼 남아 있었다. 고개를 들어 사무실을 둘러보았다. 모두가 통화 중이었다. 연신 고개를 숙이며 죄송하다고 말하는 사람, 모르는 질문을 검색하며 답을 찾는 사람, 쏟아지는 요구를 받아 적는 사람.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검체 채취와 이송, 역학조사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다. 그 어디에도 일을 멈춘 사람은 없었다. 그 어디에도 직무를 버린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그런 말을 들어야 할까. 억울함이 목 끝까지 차올랐고, 이유 없이 눈물이 났다. 하지만 기다리고 있을 사람을 생각하며 다시 수화기를 들었다.

“○○님 맞으시죠? 검사 결과는 음성입니다. 연락처가 잘못 기재되어 통보가 늦어진 것 같습니다.”

“아, 그래요? 사람이 실수할 수도 있죠. 그리고 일 똑바로 하세요.”

말은 짧았고, 통화는 더 짧게 끝났다.


수화기를 내려놓지 못한 채 한동안 그대로 들고 있었다. 이미 끊어진 전화기 너머로, 아무도 듣지 않을 말들을 중얼거렸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누군가의 집 앞에 서서 검체를 채취하고, 확진자의 동선을 따라 낯선 장소들을 누빕니다. 접촉자를 찾고, 검사를 안내하고, 결과를 전하고, 병원으로 이송합니다. 밤에도 상황은 멈추지 않고, 다음 날 아침은 늘 더 많은 일을 데려옵니다. 그리고 그 모든 사이에서 다시 전화를 받고 있습니다.’


사과를 듣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우리가 거기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그 말 한마디만 전하고 싶었을 뿐이다. 돌아보면 그 시절의 사람들은 모두 두려움 속에 있었다.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조차 견디기 어려울 만큼. 그래서 어떤 말들은 필요 이상으로 날카로웠고, 어떤 마음들은 설명할 틈도 없이 지나가 버렸다. 내 속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왔지만, 흘려보낼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는 듯했다. 잠시 후 또 다른 전화벨이 울렸다. 나는 다시 헤드셋을 고쳐 썼다.

“△△보건소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지금 와서 돌아보면, 그 민원인에게도 결과를 서둘러 알아야 할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검사를 받던 순간의 긴장 속에서 연락처를 잘못 적었을 수도 있다. 이제는 그런 상황을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그날의 나는 그 말 한마디에 오래 마음이 상해 있었고, 끝내 원론적인 “죄송합니다”라는 말밖에는 건네지 못했다.

시간이 흐른 지금이라면, 조금은 달랐을 것 같다. 형식적인 사과 대신 더 천천히 설명하고, 그의 다급함까지 함께 헤아릴 여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날의 통화는 이미 오래전에 끝났지만, 이해는 이렇게 늦게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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