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전수조사(1)

2020 팬데믹의 서막 - 5

by 그저남기는자


실제 고등학교 전수조사 모습, 많은 인력들이 소요된다

2020년 4월의 어느 날, 감염병 관리팀에서 확진자를 전담하던 직원이 자가격리로 갑자기 자리를 비우게 되었다. 확진자와 밀접 접촉했기 때문이다. 하루라도 비울 수 없는 업무라, 내가 임시로 그 자리에 2주간 투입되었다. 짧은 인수인계를 마치고 나니, 사무실에 혼자 남겨진 기분이 들었다. 그때부터였다. 전화기와 메신저, 여기저기서 동시에 쏟아지는 질문들이 나를 물어뜯기 시작했다.


하루 만에 번아웃이 왔다. 다음 날은 정말 출근하고 싶지 않았다. 새벽에 뒤척이며 잠을 설치고 있는데 문자가 하나 왔다. 어린이집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내용이었다. 코로나 팬데믹 초기에는 확진자가 발생하면 개인의 역학조사를 통해 동선을 파악하고, 접촉 범위를 설정한 뒤 검사 규모를 정했다. 당시에는 백신도 치료제도, 명확한 데이터도 없었다. 그래서 교육기관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원칙처럼 내려오는 지시가 있었다.

‘전수조사.’


전수조사는 확진자가 나온 기관의 학생과 직원 전원을 검사하는 것이다. 인원이 많아질수록 고려해야 할 변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동 동선, 검사 장소, 검사 이후의 관리까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해당 어린이집은 비교적 소규모였다. 원아와 교직원을 모두 합쳐 20명 남짓. 숫자만 보면 크지 않아 보였지만, 나에게는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무엇부터 손대야 할지 몰라 잠시 멍해졌다.


“전수조사 하래요. 어떡하죠?”

내 말에 팀 안이 잠시 조용해졌다. 모두가 처음 겪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 침묵은 오래가지 않았다.

“주무관님, 검사할 때 쓸 물품은 제가 챙길게요. 아이들 나눠줄 마스크랑 손 소독제도 같이요.”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 섭외는 내가 해볼게.”

“뭐가 더 필요한지 같이 생각해요. 괜찮아요. 우리가 있잖아요.”

그래, 나 혼자는 아니었다. 그 말이 그날 나를 버티게 했다.


하지만 그다음부터가 진짜 문제였다. 전수조사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두고 여러 기관의 의견이 충돌했다. 특히 접촉자를 모으는 방식에서 의견이 팽팽히 갈렸다. 시청 역학조사관들은 아이들과 직원들의 집을 일일이 방문해 검사하는 방식이 가장 안전하다고 보았다.

“이동 자체가 감염 위험 아닙니까. 집에서 검사하는 게 맞죠.”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차분했고, 논리는 분명했다. 우리 구의 입장은 달랐다.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인력도 시간도 감당이 안 됩니다.”

아이들과 직원 20여 명의 집을 모두 방문하려면, 그만큼의 인력과 시간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당시에는 확진자와 관련된 모든 움직임이 ‘낙인’으로 이어지던 시기였다. 레벨 D 방호복을 입은 사람들이 아파트 단지를 오가는 장면은, 그 자체로 소문이 되었다.

이런 입장 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안전의 문제와 현장에서 감당의 문제였다. 담당자들이 해결하지 못하자 팀장님, 과장님, 소장님, 국장님까지 고성이 오가며 한참을 조율하는 시간이 흘렀다. (2) 편 계속



여기서 잠깐, 방문검체가 어떤 과정인지 설명해야 할 것 같다.

‘집집마다 가는 게 더 안전하다’는 말이 왜 현장에서는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 없는 선택이었는지.


방문검체를 하려면 최소 세 명이 한 팀이 된다. 운전원, 검체를 채취할 의료인, 그리고 행정과 의료를 보조하는 일반 직원. 이 한 팀이 움직이기 위해 준비해야 할 물품도 적지 않다. 레벨 D 방호복, 장갑, 덧신, 고글이나 페이스실드, 마스크, 손 소독제, 폐기물 봉투, 검체 채취 키트, 소독 스프레이, 가위, 테이프, 대상자들의 이름이 적힌 라벨, 검체 채취를 보관할 아이스박스, 폐기물 박스 까지. 하나라도 빠지면 다시 돌아와야 했다.


현장에 도착하면 먼저 방호복을 입는다. 입는 것부터 체력이 든다. 벗을 때는 더 그렇다. 검사 대상자의 집 근처, 사람들이 없는 장소를 찾아 방호복을 착용하고, 모든 장비를 몸에 걸친 채 현관으로 향한다.


PCR 검사는 짧다. 면봉을 입과 코에 넣는 순간은 몇 초에 불과하다. 뇌가 관통하는 듯한 기분 나쁜 통증과 고통을 잠깐만 참는다면 금방 지나가는 찰나의 순간이긴 하다.


검체 채취가 끝나면 다시 집 밖으로 나와, 방호복을 벗을 장소를 찾아야 한다. 벗는 과정에서도 하나하나 소독을 한다. 장갑을 벗고, 소독하고, 다시 벗고, 또 소독한다. 이 모든 과정에만 20~30분이 걸린다.


검사를 ‘하는’ 시간보다, 가기까지, 입고, 벗고, 돌아오는 시간이 훨씬 더 오래 걸렸다. 대상자 한 명당 최소 1~2시간. 이걸 20명에게 반복한다면, 단순 계산으로도 60명 이상의 인력이 필요했다. 이 건 말고도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다른 일도 많기에 이 정도의 인원이 한 번에 출동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더 쉽게 양보할 수 없었다.


여기에 낙인효과까지 겹쳤다.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어린이집이었다. 레벨 D 방호복을 입은 사람들이 집집마다 드나든다면, 그 장면을 보는 이웃들의 시선과 궁금증으로 남아 있는 직원들은 더 힘들것이다. 안전을 위해 선택한 방식이, 또 다른 상처를 남길 수 있었다.

월요일 연재
이전 05화[인터뷰 1] 여보, 나 오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