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약을 먹은 지 만 10주가 지나고 11주 차가 되었다. 한주에 10퍼센트씩 좋아진다고 했으니 다 회복되고도 남은 시간이다. 실제로 마음 상태도, 몸 상태도 건강해졌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2학기가 시작되어 수업하고, 업무 하며 살고 있는데 자연스럽고 편안하다. 그래도 약은 계속 먹어야 하니 토요일 아침 일찍 병원에 갔다.
9시 반 진료시작이라고 해서 시간 맞춰서 갔는데 이미 사람들이 가득 있어서 40분 정도 기다렸다. 차라리 더 일찍 가거나 아니면 아예 10시쯤 도착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브런치 글을 읽다 보니 어느덧 내 이름이 호명되었고 1 진료실로 들어갔다.
의사 선생님은 늘 하시는 질문을 동일하게 하셨다.
"이번엔 어떠셨나요?"
"이제 원래 저로 돌아왔습니다. 수업도 업무도 잘 감당하고 있고, 선생님, 학생, 가족과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좋네요. 잠은 잘 주무시나요?"
"네, 그런데 약 때문인지, 가을이 오고 있어서인지 잘 잤는데도 낮에 졸리네요."
"둘 다가 원인일 수 있지요. 그럼 관련된 약의 용량을 절반으로 줄이겠습니다. 그리고 이제 서서히 약을 줄여 나가 봅시다"
의사 선생님의 전문성을 신뢰하기에 약의 종류, 양에 대해 내가 먼저 결정한 적은 없고 늘 증상을 솔직히 말하면 의사 선생님이 약을 바꾸시거나 병원진료 텀을 늘리거나 약을 줄여주신다. 내 증상을 말했는데 이렇게 "약을 줄이겠습니다."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감사하고 행복하다.
4주 치 약을 두둑이 받고 돌아왔다. 약 봉투를 살펴보니 아티반정 0.5 mg이 0.25mg으로 절반 줄어 있었다. 아티반정은 신경안정제다. 불안, 불면이 있어 처방받았던 아티반정의 양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이제 내가 제법 잘 자고 마음이 평안하다는 거겠지~
약은 다음과 같이 변경되었다.
파마파록세틴정 5mg
밀타정 3.75mg
아티반정 0.25mg
언제 즈음 이 약들이 하나하나 줄어 단약 하는 날이 오게 될까?
브런치 작가분들의 글을 통해 우울증이 완전히 회복되어도 재발방지를 위해 상당기간 약을 계속 먹어야 하는 것을 알아서 조급함은 없었지만 2025년을 시작할 때 즈음은 단약 하면 좋겠다는 소망은 생겼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마음의 소리를 귀 기울여 듣고, 나의 안녕을 물어봐주며, 속도를 잘 조절하며 살아야겠지.
이때 즈음 책을 읽다가 멋진 글귀를 발견했다.
자신에게 대미지를 입혀가면서까지 잘 보여야 할 대상은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아.
맞지, 맞아.
왜 나는 다른 사람들에겐 그렇게 공감을 잘하면서 나에겐 가혹했을까?
왜 내 마음을 집에 와도 쉬게 하지 못했을까?
우울증은 이런 나에게 제동을 걸어주었다.
우선은 내가 살아 있어야 되는 거라고~ 건강하게 살아 있어야 되는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