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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조금 더 있다 장보자

by 소망이

저희 집 식비 및 장보기는 신랑이 담당하고 있어요.

작년에 우울증이 걸리고 힘들때 신랑이 하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제가 느끼는 편안함이 커서 건강해지고 난 이후에도 계속 부탁했어요. 4인 가족 한달 식비 70만원에서 살기가 생각보다 저에게는 스트레스더라구요. 그리고 식비를 관리하지 않을 때에는 신랑도 고기가 없네, 간식이 없네 하면서 불만을 표현하기도 했어요.


지금은 우선 오른 물가를 반영하여 한달 식비 80만원 살기를 실천중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신랑이 규모가 제법 큰 마트에 가서 식재료, 간식, 과일을 사 옵니다. 이 때 제가 하는 말이 있어요. “여보, 우리 며칠 더 냉장고 파먹기 하다가 장 봐.”


간식은 떨어졌지만, 아직 냉장고에 고기가 남아 있을 때도 있고, 로제파스타 소스가 있을 때도 있고, 밑반찬이 남아 있을 때도 있거든요.

새로 장을 봐 오면 기존 식재료들은 주목을 못 받고 빛을 더 잃지만, 장 보기를 이틀정도만 미뤄도 맛있는 제육볶음으로, 로제파스타로, 비빔밥으로 반짝하고 빛날 것을 아니까요.


이렇게 냉동실, 냉장고, 간식 선반까지 싹싹 털어 먹고 나면 신랑이 무엇을 사오던 완전 반갑습니다.


빚이 늘어갈 때에는 이와 반대로 했던 것 같아요.

오히려 장을 가득 봐서 냉장고를 채웠고, 매끼니 식탁위에 올리는 음식도 더 화려했어요.


지금은 매주 비슷한 식재료로 비슷한 반찬을 해서 먹지만 감사히 맛있게 잘 먹고 있습니다. 물론 10대인 두 딸은 소박하고 익숙한 집밥에 때로 거부선언을 하고 본인들 용돈으로 마라탕을 사 먹거나, 아니면 라면을 끓여먹기도 합니다.


소박하고 단조로운, 매번 비슷한 밥이 집밥이라는 인식을 두 딸이 갖고 있으니 그러면 잘 살고 있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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