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이야기는 아니고 일 년 전 이야기입니다.
제가 저와 신랑의 월급, 매달 얼마씩 주택담보대출을 갚고 있는지 등을 말해주지 않았더니 둘째가 오해를 했어요.
늘 “이번엔 아직 못 사줘~”, “그건 자주 먹기에 많이 비싼 음식이야.” 등의 이야기를 들은 둘째가 어느 날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엄마, 우리 거지야?”
“엄마, 돈이 별로 없어?”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거겠죠. 아니면 원하는 대로, 먹고 싶은 대로 사주지 않는 엄마에게 화를 낸 것일 수도 있지요.
처음 들을 때에는 너무 당황스럽고 슬펐는데 여러 번 들으니까 들으면서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아~ 어떻게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지?'
그러다 어느 날 또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둘째에게 저는 찬찬히 설명을 했습니다.
"우리는 거지가 아니야. 엄마와 아빠는 매달 둘이 합쳐 세금 뺀 후 6백만 원 이상의 월급을 받고 있어. 일 년으로 계산하면 7천만 원이 넘지. 그런데 외할아버지가 가지고 있던 빚의 일부를 엄마가 대신 갚아야 했어. 그 후에는 이 집을 거의 대출로 샀고 그 금액은 2억 7천만 원 정도였어. 물론 네 나이가 33살이 될 때까지 천천히 갚아도 되지만, 엄마, 아빠는 최선을 다해 부지런히 얼른 다 갚아버리고 싶어. 엄마는 그동안 빚이 있는 삶이 싫었거든. 그래서 매달 이백만 원 정도씩 갚고 있고, 중간중간 큰돈을 받게 되면 다 빚을 갚는데 넣고 있는 중이야. 현재는 4천만 원 정도 빚이 있지만 이렇게 갚으면 2025년 12월이면 드디어 우리 집은 빚이 하나도 없게 돼.
어때? 엄마가 빚을 빨리 갚는 게 좋아, 아니면 계속 빚이 있는 게 좋아? 엄마가 빚을 갚지 못해 너에게 물려주게 되면 어떨 것 같아?"
똑똑한 둘째는 이 날 이후로 “우리, 거지야?”라는 질문을 하지 않았어요. 대신 이제는 빚이 얼마가 남았는지를 물어보더라고요. 그때마다 정확하게, 정직하게 말해주었어요. 시간이 갈수록 숫자가 줄어드는 게 본인도 신기한지 같이 좋아했어요.
물론 때로 왜 이렇게 큰 집을 사서 빚 갚느라 맛있는 것도 맘대로 못 사 먹는 거냐고 투덜거리긴 했지만요.
조금 더 어려서 만약 유치원생이었다면 어땠을까요? 설명하기가 더 어렵고, 딸도 그냥 갖고 싶은 것을 못 얻어서 울기만 했을 수도 있지요. 저도 그런 모습을 보기 힘들어 아이가 어렸을 때는 지금보다 더 관대하게 사줬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지금은 사춘기 소녀고, 초등학교 고학년생이니 논리적 사고를 어느 정도 할 수 있어 이런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