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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재발치료 11주 차

by 소망이

그렇게 안 가던 시간이 요즘은 휙휙 지나가네요. 어느새 지난주 글을 발행한 지 일주일이 되어 다시 글을 작성하고 있습니다.


현재 저는 우울증 재발 후 치료 11주 차가 시작되는 시점을 살고 있습니다.

약을 밤 9시에 먹는 것만 빼면 평범해서 감사하고 평안한 하루하루를 살고 있습니다. 우울증 증상으로 힘들 때에는 저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저의 기분이 어떠한지를 살피느라 글이 저의 내면에 치우쳐 있었다면 지금은 일상이야기를 써 내려갈 것 같습니다.


이번 주는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있었던 주간이었죠. 큰 딸은 수시로 본인이 원하던 학과에 최종합격되어서 수능날 수능을 보는 대신 저랑 같이 합격한 대학교 탐방을 갔어요. 같이 지하철 타고, 버스 타고 대학을 찾아가며 낯섦과 설렘을 함께 공유했습니다. 오랜만에 학식도 먹었는데, 음~~ 마흔일곱 살이 되어 먹는 학식은 가격만 착하지 맛은 그냥 그렇더라고요. 제 입맛이 어느새 고급이 되었나 봅니다.


여전히 약 먹고 9시 30분에는 자리에 눕는데, 푹 자고 일어나면 새벽 5시 즈음되지만, 한 시간 정도 더 잠을 청하다 6시 정도에 보통 일어납니다. 물을 마시고, 기지개를 켜고, 글을 좀 읽으며 여유롭게 출근을 준비해요. 아침을 대충 학교에 있는 간식(오예스, 카스타드 등)으로 때웠던 적도 있는데 몇 달 전부터는 신랑이 약밥을 주문해 줘서 아침에 전자레인지에 해동해서 1개씩 먹고 있습니다. 밥도 먹어봤는데 약밥이 든든하니 전 딱 좋네요. 갑상선암 수술을 했어서 신지로이드, 그리고 유산균과 L 라이신도 챙겨 먹습니다. 제 몸에 영양소가 그동안 많이 부족했었더라고요. 제가 아프면 가족과 직장의 삶에 치명적인 타격이 오니 저의 몸과 마음을 잘 챙기고 있습니다.


우울증으로 힘들 때에는 옷도 대충 걸쳐 입고 가고, 얼굴에도 로션만 바르고 갔는데 지금은 옷도 조금 더 단정하고 어울리게 잘 맞춰서 입고 가고, 로션 바른 다음 베이스 바르고, 쿠션 두들기고, 립스틱도 바르고 갑니다. 생기 있어 보인다는 말을 자주 듣는 요즘입니다. 립스틱은 이제 필수 생필품이 되었네요.


목소리와 걸음걸이에도 다시 힘이 생겼습니다. 원래 저는 목소리도 크고, 말하기도 좋아하고, 걸음도 좀 빠른 편인데 다시 원래의 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제가 힘들 때 걱정하시며 밥 사주고 싶어 하시던 선배 선생님들 약속을 미뤄놨었는데, 이제 괜찮아졌으니 밥 먹자고 하셔서 약속이 하나씩 늘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젠 뭐든지 과하지 않게, 천천히, 조금씩 할 생각이어서 약속도 신중하게 부담되지 않게만 잡고 있습니다.


제가 선생님들을 위해 무엇을 해 드린 것이 아니고, 그냥 제 몸과 마음 하나 건강해졌을 뿐인데 너무 기뻐하고 좋아하시니 참 이런 복이 또 어디 있나 싶습니다.


집에 가면 두 딸도 다시 제 양쪽 귀에다 재잘재잘 학교 이야기, 남자친구 이야기를 합니다. 이젠 엄마가 편해 보이니 이야기보따리를 풀 용기가 생기나 봐요.


당연한 하루들이 요즘 저에게는 선물과 같습니다. 일요일에 신랑과 같이 주일예배 드리러 교회 가는 것, 저녁으로 냉장고에 있는 나물에 계란 프라이 해서 고추장, 참기름 넣고 비빔밥 만들어 저녁 먹는 것, 하루의 일상을 대화로 풀어내는 것, 학교 선생님들이랑 시간 내서 맛있는 식사 하러 가는 것, 이렇게 브런치에 글 쓰는 것 등이 모두 다 감사합니다.


부디 저와 비슷한 상황이어서 약을 먹기 시작했는데, 아직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간절한 마음으로 이 글을 찾아 읽으시는 분이 계시다면 속히 약효가 잘 들어 일상이 회복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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