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디톡스

by 소망이

이번 주에 만 60시간 정도(만 이틀하고 반나절 정도) 강제 디지털 디톡스 경험을 했습니다.


올해 우울증 재발을 겪은 뒤 제가 주구장창 보던 미드가 제 뇌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어 영상시청 시간을 평소보다 줄인 터라 걱정보다는 기대가 되었습니다.


드라마 시청, 영상시청뿐만 아니라 사람들과의 카톡이나 전화를 통한 연락, 브런치 글 읽거나 쓰기까지도 하지 못하는 백 퍼센트 디지털 디톡스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니까요.


텔레비전을 대신 보지 않을까 싶었는데 텔레비전조차 보지 않게 되었고, 결국 완벽한 디지털 디톡스를 하고 돌아왔습니다.


어땠냐고 물어봐 주신다면 참 좋았습니다.


오랜만에 온라인 세상이 아닌 현재 머무는 그곳에서 해야 할 일에 몰입할 수 있었고, 룸메이트와 매일 밤 2~3시간의 깊이 있는 대화를 하며 마음 따뜻해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가장 유쾌했던 경험은 거의 10년 만에 포켓볼을 쳤던 것입니다. 저녁식사 후 대화 외에는 할 일이 없으니 포켓볼장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고, 연속 3게임을 신나게 했습니다.

함께 하는 이들도 저도 핸드폰이 없으니 포켓볼을 치는 모든 순간에 같이 존재하며 함께 즐기고, 박장대소하고 대화를 나눴습니다.


시간을 밀도 있게 사용했더니 훨씬 길게 있다 집에 돌아온 느낌이 들었고, 함께 했던 분들과도 짧은 시간인데 정이 듬뿍 들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도 이 느낌이 참 좋아 굳이 꺼져있는 핸드폰의 전원을 켜지 않았습니다.

몇 시간이 지나 어떤 연락이 와 있을지 궁금해서 켜보았는데 그다지 중요한 연락도 와 있지 않습니다.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브런치에 글을 쓰고 싶은데 못 쓴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렇게 쓰고 있으니 갈증이 좀 해소되는 느낌입니다.


앞으로도 계속할 생각이냐고요?

완전한 디지털 디톡스는 못 할 것 같습니다. 지금 이렇게 온라인 공간에 글을 쓰는 것, 그리고 제 글을 누군가가 읽어주시고 공감해 주는 것도 저에겐 큰 행복이며,

아직 다 보지 못한 태풍상사의 이야기도 궁금하고,

제가 즐겨보는 유튜브 동영상도 아마 여러 편이 업데이트되어 있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이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계속 온라인 세상에 놀지는 않아볼까 합니다.


브런치 작가님들의 글을 읽고, 글을 쓰는 시간 1시간

넷플릭스 드라마 보는 시간 1시간

유튜브 동영상 시청 30분

카톡이나 메시지 온 것 확인 10분


이렇게 총 2시간 40분 외에는 책을 읽거나, 집정리를 하거나, 산책을 하려 합니다. 빠른 방학을 맞았기에 하루 24시간 개인 시간이 주어졌는데 좀 가혹한 계획 같지만, 이번에 경험한 디지털 디톡스의 매력을 이어가 보고 싶습니다.


오늘이 첫날인데 제가 지금 글을 쓰느라 한 40분은 걸린 것 같으니 오늘은 작가님들의 글을 20분밖에 못 읽겠네요. 계속 읽을 수 있는 글이 아닌 20분간의 행복을 이제 누리러 가보겠습니다.


아마 타이머 설정이 필요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