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가에 사는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by 소망이

몇 년 전 소설로 재미있게 읽었는데 드라마로 나와서 반가웠습니다. 하루하루 딱 한 회씩만 맛있는 곶감 빼먹듯 아껴서 보았습니다. 이미 이 드라마를 보고 브런치 작가분들도 다양한 글을 쓰셨지만, 저도 오늘 아침에 마지막 12회를 보고 느껴지는 감동과 생각을 적어 봅니다,


이 드라마는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해석이 다르게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 다 이룬 것 같다가 결국 임원 못 달고 대기업에서 쫓겨나 결국 세차하는 일을 하게 되는 비참한 현실을 다룬 삶


- 그래도 서울 자가가 있었고, 대기업에서 퇴직금 받아 퇴직하였고, 아내도 현모양처에 공인중개사이며, 실제 가치는 3억이 채 안 되는 상가건물이지만, 그래도 상가자체는 분양받아서 실재하고 거기서 아들이 의류사업을 시작할 수 있으며, 어쨌든 서울 아파트를 판 돈으로 5억 5천만의 빚을 한방에 청산하고 경기도에 있는 빌라에 월세지만 들어가 살아갈 수 있는 것을 보니 퇴직해도 똑같은 퇴직이 아니고, 사기를 당해도 같은 사기가 아니라는 씁쓸함.


그런데 저는 이 드라마를 다른 관점에서 봤습니다. 이름을 붙이자면 심리학적 관점.


늘 잘난 형과 경쟁해야 했고 부모님과 형에게 인정과 칭찬, 온전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한 인간이 인정받기 위해, 실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경쟁에서 이겨서 그 사랑이라는 것 좀 받아보기 위해 자신감과 열정으로 25년의 대기업생활을 했습니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무시되는 상황에도 그 자리를 보존하고 상무가 되기 위해 참았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인정, 사랑은 받지 못했습니다.


결국 본인의 인간성을 지키고, 몇 달간 함께 한 공장직원들과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퇴직당하고, 공황장애가 오고, 상가건물 사기를 당하지만 나의 현실을 가족에게, 나의 연약함과 실수를 가족에게 고백하며 수용받는 경험을 합니다. 직업의 귀천이 있다는 편견으로 갈등하지만, 당장 대출 이자 300만 원을 매달 갚기 위해 대리운전을 합니다. 내가 왜 승진이 하고 싶었는지, 나에게 그 의미는 무엇이었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정직하게 자기의 내면을 보고 화해합니다. 이후 친형을 찾아가 투박하게 화해를 하고, 손세차 일을 합니다. 자신이 부장으로 다녔던 ACT회사 임원 차 세차 서비스에 지원하여 합격한 뒤 임원차를 닦으며, 후배 직원의 얼굴을 보고 대화할 수 있을 정도로 마음이 건강해집니다. 결국 부장일 때 자신의 말이 다 맞다고 큰소리치던 미성숙한 주인공은 다양한 삶의 시련을 통하여 성장하여 노동의 정당한 대가를 부끄러움 없이 받을 줄 알고, 자격지심이나 허세가 사라진 성숙한 인간이 됩니다.


보면서 친정아빠가 여러 번 떠올랐습니다. 제1금융권 00 은행의 지점장으로 운전기사가 운전해 주는 차를 타고 출퇴근하고, 취미는 골프이며, 현금으로 아파트를 산 아빠. 40대 후반 IMF로 강제 퇴직 당하셨을 때 충격이 어떠했을지 조금 더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 왜 선물투자에 퇴직금을 올인해서 다 잃고도 어떻게든 또 빚을 내 계속 투자하실 수밖에 없었는지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빠 역시 결국 현실을 인정한 뒤 양복과 구두를 벗고, 운동화에 티셔츠, 편한 작업복 바지를 입으시고 도시락 배달, 주차장 관리 등 몸을 쓰시는 일을 그 후 거의 20년을 해오시며 멋진 어른이 되셨습니다.

아빠 덕분에 저도 온실 속의 화초와 같이 살던 삶에서 제 의지와 상관없이 내팽겨진 덕분에 예수님의 사랑을 깊이 믿게 되고, 착한 아이 증후군 그리고 완벽주의에서 예전보다는 많이 벗어났으며, 빚을 갚으며 절약하는 삶, 미니멀한 삶을 온전히 몸에 익혔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 중 1순위가 돈이었다면 김 부장은, 그리고 저의 친정아빠는 실패자이지요. 그러나 전 돈이 1순위가 아님을 압니다. 사람이 자신의 미성숙함을 벗게 되고, 성숙한 성품을 갖게 되며, 사랑받고 사랑하는 삶을 살게 되는 것이 가장 제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본다면 김 부장도, 저의 친정아빠도 퇴직과 사기, 잘못된 투자 덕분에 성숙한 어른이 되었으니 성공한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어떤 관점으로 보시든 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되는 명 드라마입니다. 그러나 부디 실패자의 삶을 다룬 드라마, 결국 실패자가 될 나의 삶을 다룬 드라마라고 생각하며 보지는 않으시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