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밤 불안에 잠식되어 미친 듯이 빠르게 뛰는 맥박을 느끼며 밤을 계속 쇠다 보니 신경쇠약에 걸리거나 뇌혈관이 터지거나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퇴근시간이 되어도 할 일이 계속 있었고, 공문은 보고 있는데 내용이 이해가 안 가서 읽고 또 읽었다. 동료 선생님이 작은 부탁을 하러 찾아와도 깜짝깜짝 놀랐고, 하고 있는 업무도 많은데 새로운 업무가 또 생기면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점심시간엔 배도 안 고프고, 그래도 억지로 밥 먹으러 식생활 교육관에 가면 2022 개정 교육과정 편제표 관련해 다양한 교과 선생님들이 문의를 하셨고, 난 그러면 다시 불안해져 밥을 더욱 먹을 수가 없었다. 우리 부서 후배 선생님이 이런 나의 불안함을 파악하고는 그 후로 아예 좀 떨어진 다른 테이블에 앉아 주어서 둘이 먹게 되었고, 그래서 그나마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아~ 나 지금 뭔가 많이 잘못됐는데~
이러다 정말 큰일 나겠다 싶어 5월 13일 월요일 공강시간에 우리 학교 상담선생님을 찾아갔다. 차 한잔 마시며 담소를 나누려고 했던 선생님은 나의 잿빛얼굴을 보더니 놀라서 "왜 그러냐?, 무슨 일 있냐? 얼굴이 죽어간다." 하셨고, 나는 엄청 느린 말투로 하나하나 울면서 나의 상태를 이야기했다. 다 듣고 나더니 "선생님, 얼른 진단서 떼서 병가 쓰세요. 이러다가 공황장애 오면 어떡해요. 선생님 학교랑 학생들 좋아하는데 그러면 너무 슬프잖아요." 하셨다.
그리고 그날 오후 바로 인천에 있는 정신건강의학과로 데려다주셨다. 직접 운전해서~ 나에게 그냥 맡겨놓으면 또 못하고 시간만 지나갈 것 같으셨단다.
뇌파검사결과 10점 만점에 스트레스 지수 10점 만점, 그리고 집중력 0이 나왔다. 의사 선생님 설명으로는 컵에 물이 가득 차 있어서 더 이상 정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다 밖으로 흐르는 거라고 하셨고, 2개월 진단서를 떼 주셨다. 병명은 "적응장애"
2024년 5월 17일 금요일.
나의 꿈이었던 00 학교에서 근속 20주년 축하를 받는 날 나는 20주년 근속상장과 꽃다발, 선물을 들고 적응장애 판정을 받은 교사로 2개월 병가를 보내러 집으로 귀가했다.
그래도 친한 선배 선생님이 집까지 태워다 주셨고, 가는 길에 농수산물 시장에 들러 참외 한 박스, 골드키위 한 박스씩을 사주셨다. 너무 고생 많았다고 먹고 힘내서 곧 보자고 하시면서~
나랑 같이 밥 먹어주던, 업무 관련된 이야기는 식사 시간에는 일절 꺼내지 않던 배려심 깊은 후배 선생님은 카톡 선물하기로 애플망고를 보냈고, 그 외에도 입맛 없을 텐데 치킨 먹으라고 치킨 쿠폰을 보내준 선생님도 계셨다. 그리고 여러 분의 선생님이 그동안 너무 고생 많았다고, 선생님이 이렇게 아파서 병가를 들어가서 마음이 아프고 미안하다고 위로해 주시며 기도하겠다고 건강해져서 곧 보자고 응원해 주셨다.
감사하면서도 이렇게 좋은 학교에서 혼자 낙오되어 집으로 가야 된다는 사실이 괴로웠다. 그렇지만 그대로 출근했다면 며칠 안에 뒷목 잡고 회의실이나 교실에서 쓰러졌을 거란 생각에 병가를 늦지 않게 낼 수 있었다는 사실이 감사했다. 그렇게 병가 60일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