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는 선배 선생님들이 많아서 내 나이 46세이지만 부장으로서는 거의 막내였다.
"000 교육과정 부장 맡았어? 힘들어서 어떡하려고 그래?"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고, 난 기쁘게 순종했는데 축하보다는 걱정만 하는 샘들에게 괜히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지금 돌아보니 나를 너무 잘 아는, 나를 진심으로 아껴주는 귀한 선생님들이셨다.)
부장 보직 발표를 하자마자 교감 선생님과 자율형 공립고 사례 발표 출장도 다녀오고, 새해 교육과정부 예산도 올리고 교육과정부장 협의회, 미래교육 협력지구 성과나눔회, 기초 학력 보장 성장, 나눔 워크숍도 참석했다. 오랜만에 가는 출장, 협의회, 예산 올리는 업무 모두 재미있었다. 뭔가 학교의 업무를 조금 더 높은 곳에서 조망하는 느낌이 신선했고 기분 좋았다. 학교에서는 2024 부장들에게 맛있는 뷔페 음식을 대접했고, 기분 좋게 맛있게 먹었다. 다른 부장샘들이 생각보다 유쾌한 기분이 아니신 것 같아 '왜 그러실까?' 속으로만 생각했고 나의 에너지는 풀 충전이었다.
2024년 1월 방학을 했고, 난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교육과정부 업무를 학습했다. 한 20가지 정도 된 것 같은데 지금 생각나는 것만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 방과 후 수업
- 미래교육협력지구 다함성 업무
- 2022 개정교육과정에 맞춘 편제표 작성
- 선택과목 수강신청
- 교육계획서 교육과정부 부분 작성
- 최소성취 수준
- 기초학력 보장 계획
방학이지만 화상회의로 첫 번째 교육과정위원회 협의회도 개최하고 진행했다. 방학인데도 성취평가 선도교원 연수 40시간 참석했고(대학교에 직접 가서 연수를 들었다.), 기초학력보장 연수, 고등학교 수업-평가 업무 담당자 역량강화 연수도 다녀왔다. 첫 학운위에도 참석해서 안건을 학부모님들에게 설명하는 시간도 가졌다. 그리고 전체교사 연수 때 전교사 앞에서 교육과정부에 관련된 내용을 안내하기도 했다.
매일매일 9시에 노트북을 켜서 정해진 업무들을 파악하고, 방학이지만 처리해야 하는 공문들을 처리하고, 계획서를 작성하였다. 일을 다하고 나면 오후 4시 즈음된 것 같다. 나는 그래도 이렇게 집에서 일을 했는데, 대부분의 부장선생님들은 방학에도 매일 학교에 나와 일을 처리했다고 나중에 들었다.
개학 전에 선택과목 수강 최대 학생 수에 맞춰서 2학년 교실 책상, 의자를 혼자 세팅했는데 생각보다 책상과 의자가 무거워 혼자 몇 시간 하다 보니 너무 춥고 힘들었다. '아~ 혼자는 못하겠구나' 싶어 2학년 남자반 담임선생님들께 부탁을 드리기도 했다. "월요일 대청소 시간에 반 학생들 시켜서 나르면 되는데 왜 혼자 하냐고, 정말~ 속상하게"라고 친한 샘이자 2학년 남자반 담임선생님 중 한 분이 전화로 이야기했는데 눈물이 왈칵 났다.
'그러게, 왜 난 같이 해야 하는 일도 이렇게 혼자 하고 있을까?'
개학을 하고 며칠 지나지 않은 3월 5일.
벌써 얼굴이 흙빛이 되어 저녁시간에도 일하고 있는 나를 같은 교무실 선배샘이 끌고 가서 목살 김치찌개를 사주셨다. “샘, 얼굴이 너무 안 좋아. 무슨 업무가 그렇게 힘들어?" 물어보며 많이 걱정해 주셨다.
3월 6일. 밤이 됐는데도 심장은 쿵쾅거리고 잠은 하나도 안 왔다. 이러기를 그 후로 거의 두 달 이상 그랬다. 누워도 교육과정부 업무가 머릿속에 가득 차있고, 맥박은 너무 빨리 뛰고, 간신히 새벽에 잠들면 2~3시간 정도 자고 나면 깨고~
때로는 선택과목이나 방과 후 수강신청 관련한 학부모의 날카로운 민원전화를 받기도 했는데 그런 날이면 온 신경이 너무 날카로워져서 아예 잠을 잘 수가 없었고, 음식맛도 하나도 안 느껴졌다. 툭하면 눈물이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