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이렇게 낫는 줄 알았는데 무기력이 나를 덮쳤다.

by 소망이

7월 중순 복귀를 앞두고 병가를 더 연장할지 그냥 복귀할지 결정을 위해 풀배터리검사를 받았다. 진단서를 받았던 병원에 오랜만에 갔다. 거의 3시간 정도의 길고 긴 검사를 받았다. 한 달 정도 머리를 온전히 쉬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집중이 잘 됐다. 검사 결과는 몇 주 후에 나왔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집중력, 인지력, 지능 등이 우수하게 나왔다.


의사 선생님은 양호한 검사 결과를 앞에 두고도 6개월 더 진단서를 써 줄 수 있냐는 내게 화를 내셨다. 그동안 진료받으러 안 온 것을 보니 안 힘들었나 보다면서 무엇을 근거로 진단서를 더 써주냐고 역정을 내셨다.


전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너무나 암담했다. 이제 더 이상 병가의 근거가 없지만 나는 여전히 다시 복귀하여 교육과정부장일을 못하겠는데, 생각만 해도 다리가 떨리고 맥박이 미친 듯이 뛰는데~

교장선생님, 부장선생님께 메시지를 드렸다. 풀배터리 검사 몸은 어느정도 회복됐지만 다시 복귀하여 부장 역할을 수행하면 적응장애가 재발할 것 같다고, 부디 부장 보직 사임을 허해달라고~


너무나 감사하게 나랑 친한 선배 선생님이 대신 맡아해 주기로 하면서 드디어 악몽을 꿀 정도로 무겁디 무거운 이 역할이 나에게서 벗겨졌다.

남은 3주 편안히 쉬다가 복귀하면 되겠다고 생각하며 친정엄마와 울었다 웃었다 하며 전화통화도 했다.


그런데 다음날 이상했다.

도저히 침대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간신히 일어나 가족들 아침을 챙겨주고, 나도 아침을 먹고 빨래를 개는데 양말 한 짝을 들어 올릴 수가 없었다. '아~ 20년이나 지났지만 익숙한 이 기분. 우울증이다.'


이제 더 이상 부장일을 안 해도 되는데, 모든 문제가 해결됐는데 왜 우울증이 걸렸을까 돌아봤더니 몸이 긴장하고 있다가 확 풀리면서 아팠던 게 드러난 것 같다. 그리고 한번 손상된 뇌 기능은 한약을 먹는다고 회복되지 않았었다.


동네 한 바퀴 산책하는 것도 힘을 쥐어짜야 되고, 단순한 집안일도 너무나 힘이 들고, 정상적인 대화도 어려운 나를 보고 있는데 너무 싫었고 죽고 싶었다. 정확히 말하면 누가 죽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무기력과 나의 가치없음에 눌려 암흑속을 헤매던 중 친정엄마께 타임빌라스에 가서 점심을 사 드리겠다고 약속한 날이 되었다. 너무나 기다렸던 시간인데 도저히 집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아~ 이건 아닌데, 이러면 학교는 더 못 가는데~' 뭔가 결단을 내려야 했다.


친정엄마에게 전화를 드렸다.

"엄마, 저 우울증인 것 같아요. (울음) 죄송하지만 오늘 약속은 못 지키고 저 병원 찾아서 진료받고 약 먹어야 할 것 같아요."

엄마는 마음 아파하셨지만 잘 생각했다고, 잘 다녀오라고 말씀해 주셨다. (엄마도 울음)


이렇게 죽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나를 사랑하고 보고 싶어 하고 귀히 여기는 가족, 학교 선생님들, 학생들을 떠올리며 정신없이 여기저기 정신건강의학과에 전화를 했다. 초진은 예약을 해야 돼서 오늘 바로 안 된다는 이야기를 다섯 번 즈음 들을 때쯤 오늘 오전 11시 전에만 오면 초진 받을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바로 옷을 입고 택시를 잡아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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