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은 집에서 전철 세 정거장 떨어져 있었고 전철역 근처에 있어서 생각보다 찾기가 쉬웠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몇 명 없었다. 별로 사람들이 안 오는 병원에 왔나 싶었는데 그 후 토요일에 진료받으러 가니 병원 문 밖에 놓여 있는 의자까지 꽉 차서 서서 기다릴 정도로 환자가 많은 곳이었다. 사실 정신건강의학과는 대부분 사람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다. 내가 진단서를 받았던 병원은 오전에 진료받으러 가도 거의 오후 늦게까지 기다려야 진료가 가능했다. 이것이 내가 사는 동네와 최대한 가까운 곳에서 병원을 다시 찾은 이유이다. 가뜩이나 무기력한데 병원까지 가는 것도 힘들고, 가서도 엄청 기다려야 하면 너무 지치니까~ 그리고 처음 몇 주 간은 약이 잘 맞나 확인해야 돼서 매주 오라고 하니 더더욱 그렇다.
처음이라 주민등록증 확인하고 대기명단에 이름을 적고 앉아서 기다렸다. 조용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조명도 은은하니 편안한 분위기였다. 물론 내 마음은 전쟁터였지만~
"000님, 1 진료실로 들어가세요."
조심히 문을 열고 들어가니 한 50대 정도 돼 보이시는 의사 선생님이 앉아 계셨다.
"어떻게 오셨어요?"
"제가 너무 무기력해서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조차 힘들어요. 밤에 잠도 잘 못 자고요."
"언제부터 그러셨어요?"
"사실 제가 교사인데 올해 부장을 맡고 일이 너무 어렵고 저에게 맞지 않아 과한 스트레스로 적응장애 판정을 받아 병가를 내고 쉬는 중이에요. 맥박도 너무 빠르게 뛰고 해서 한의원에서 한약 먹고 침 맞고 했는데 몸은 좀 괜찮아지는 것 같은데 무기력이 너무 심하게 몰려와서 병원에 찾아왔어요."
"우울증이네요. 그런데 우울증인데 왜 한의원에 갔어요? OECD 국가인 한국에 살면서 참 이상하네요. 아마 우울증인데 한의원 가서 침 맞는 민족은 우리나라 사람들 밖에 없을걸요? 뇌의 장애를 입었으면 병원에 와서 약을 처방받아야지 그게 침으로 고쳐져요?"
"......"
"약 처방 해드릴게요. 일주일 먹고 다시 와서 봐요. 그리고 검사지 2개 하고 가세요."
"선생님, 약 먹으면 낫을까요? 지금 너무 힘들어요."
"네, 일주일에 10퍼센트씩 좋아집니다. 우울증은 뇌의 장애문제고, 요즘 약이 너무 좋아서 꼭 낫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진료실을 나왔고 우울증, 불안이 어느 정도 있는지 확인하는 검사지 두 장을 체크했고, 처방전을 받고 나왔다.
의원이어서 그런지 초진에 약처방, 진료받았는데 12,800원 정도밖에 안 나왔다.
약은 자나팜정 0.125mg
파마파록세틴정 5mg
스리반정 1mg
이렇게 3종류를 처방받았다. 자나팜정은 항불안제인데 아침에 먹으라고 했고, 파마파록세틴정과 스리반정은 우울증 치료제이며 자기 전에 먹으라고 했다. 찾아보니 SSRIs(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였다.
약국에서 일주일치 약을 받았는데 6천 원 정도 했다.
이날 집에 와서 우울증 관련된 기사를 찾다가 인상 깊은 구절을 발견했다.
"우울증은 혼자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중략) 우울증은 뇌의 질병으로 치료하면 70~80%의 환자가 좋아집니다."
이날 자기 전 처음으로 우울증 약을 복용하며 다음과 같이 기도를 드렸다.
'하나님, 이제 조금 있다 취침 전 약을 처음으로 먹을 건데 너무 떨려요. 안 먹으면 무기력이 커져서 학교 복귀가 불가능할 것 같고 먹으면 부작용이 나타날까 봐, 엄청 오래 먹어야 될까 봐 두려워요. 주님, 저 도와주세요. 불쌍히 여겨 주세요. 살려주세요. 건강히 치료해 주세요.
어차피 지금 이 상태로 학교 복귀 못하니 다시 해 볼 수 있는 노력을 해 볼게요. 이렇게 약 먹고 노력해도 학교로 복귀할 수 없을 정도여서 의원면직 하더라도 하나님 저와 가족의 삶을 책임져 주세요.'
(2024.6.28. 블로그 비공개 글)
지금 건강해져서 돌아보니 하나님께서 가장 최고의 기도응답을 해주셨음이 느껴져 다시 감사기도를 드리게 된다. 그러나 이때에는 너무 절박하고 무서워서 약을 먹은 후 눈물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