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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포트리스 게임 너무 싫다.

by 소망이

꿈같은 결혼식, 제주도에서의 즐거운 신혼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어요.

그런데 신혼생활이 제가 생각한 것과 달랐어요.

저는 독서가 취미이고 이야기 나누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결혼하면 남편과 함께 저녁밥을 먹고 대화를 나누고 이렇게 오순도순 시간을 보낼 거라 기대했어요.

그런데 이 남자 제가 힘들게 차린 밥을 고맙다, 맛있다 말 한마디 없이 먹더니 설거지도 안하고 안방에 들어가더니 포트리스 게임을 하는 거예요. 몇 시간 동안이나~


저는 늘 식사를 할 때면 엄마가 한 요리를 맛보고는 맛있다고 칭찬해 주는 아빠를 보며 자랐거든요.

요리도 결혼 전에 거의 해 보지 않아 퇴근하고 와서 바로 요리책 보며 국 끓이고 반찬 하느라 힘들었는데 어떻게 다정힌 말 한마디 안 할까요?

그리고 밥 먹고 다시 제가 설거지해야 한다고 어떻게 이리 당연하게 생각할까요?


그래요, 이 두 가지는 우리 엄마도 하셨던 거니 저도 그냥 할 수 있는데 몇 시간 동안 말없이 포트리스 게임은 좀 너무 한 거 아니에요?


전 게임을 안 하며 살아왔거든요. 어릴 때 테트리스 게임이 워낙 인기가 있어서 한 번 했다가 밤에 자꾸 머릿속에서 테트리스 퍼즐들이 내려와서 맞추느라 잠을 못 잔 후로 아예 게임은 나와 안 맞는구나 생각하고 안 했는데, 그래서 포트리스 게임이 뭔지도 모르는데 이렇게 열심히 게임을 하고 있는 신랑을 보니 하~ 너무 속상했어요.


그놈의 날아가는 새가 얼마나 밉던지, 그 소리는 또 얼마나 시끄럽던지~ 핸드폰이 아닌 PC로 해서 그 소리와 화면을 저도 고스란히 듣고 보게 되니 너무 싫어 냉장고가 있는 약간 창고처럼 사용하고 있던 작은 방으로 가서 책을 펼쳐 들었는데 아~ 서럽고 결혼생활이 이런 거였나 회의감이 들었어요.

계속 잘 살아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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