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모도, 지금 만나러 갑니다

인도네시아 코모도 섬 여행기 #1

by 파주
습관처럼 떠오른다면 그게 바로 사랑

다소 낯간지런 가사로 사랑에 대한 수줍은 개똥철학을 읊조리던 노래를 접했다. 코모도 섬에서 돌아온 이후에도 무시로 그곳의 석양을 떠올리곤 했으니, 지독하게 앓았던 상사병은 어쩌면 코모도 섬을 향해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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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보다 유명한 코모도


그 이름부터 ‘인도양의 섬들’이라는 의미를 품고 있는 인도네시아는 ‘섬의 나라’라고 칭해도 무색하지 않다. 인도네시아의 둘레에 있는 섬만 1만 7,500여 개에 이른다고 하니, 하루에 1개의 섬을 방문한다 해도 꼬박 48년의 세월이 족히 걸리니까.


라부안 바조 역시 인도네시아 전역에 산재해 있는 섬 중 하나로 인도네시아 남동쪽 플로레스 섬 인근에 위치해 있다. 난해한 이름을 걷어내고 조금 더 알기 쉽게 풀자면, 발리에서 국내선을 이용해 동쪽으로 1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곳이다. 지명을 기억하려고 가이드에게 몇 번이고 되물었지만 낯선 명칭 탓에 잊어버리기 일쑤였다.


그러다가 도착한 공항이 라부안 바조 코모도 공항이라는 걸 듣고 난 후부터 그제야 이곳이 어디쯤인지를 머릿속에 각인시켰다.


코모도1(3day).jpg 라부안 바조 코모도 공항. 발리에서 약 1시간 거리로, 프로펠러 비행기를 이용했다


코모도 드래곤(코모도 왕 도마뱀)의 서식지로 더 유명한 코모도 섬은 라부안 바조의 서쪽에 자리를 틀고 있다.코모도 섬을 비롯해 인근의 섬과 해역은 코모도 국립공원으로 명명된 동시에 1991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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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의 전체 면적은 바다를 포함해 1,800㎢에 이르는데, 이중 코모도 섬의 크기는 390㎢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인 거제도(379.5㎢)와 비슷한 규모다. 코모도 섬은 현재 야생 상태의 코모도 드래곤을 만날 수 있는 4개의 섬 중 하나로 전 세계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오로지 코모도 드래곤을 만나기 위해 이 섬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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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모도 국립공원 주변 섬의 주민들에게는 코모도 드래곤 이 지역의 자랑거리이자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셈이다. 그만큼 코모도 드래곤에 대한 갖가지 정보도 쉽게 들을 수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큰 도마뱀, 대형 포유류를 사냥하는 포식자, 살아있는 공룡 등 코모도 드래곤을 칭하는 온갖 수식 어구를 접하곤 단번에 ‘코모도 덕후’가 되고 말았다.


이 인근에서 최상위 포식자의 타이틀을 지닌 코모도 드래곤을 하루라도 빨리 알현하고 싶어 안달이 났지만 무작정 향할 수는 없었다.




코모도의 영역으로 한 걸음


베이스캠프로 삼은 곳은 라부안 바조 유일의 5성급 리조트인 아야나 코모도 리조트 와웨치추 비치였다. 라부안 바조 코모도 공항에서 차로 약 15분 거리에 자리하고 있었는데, 차가 엔진을 쉴 새 없이 굴리며 언덕을 몇 차례 오른 끝에 리조트가 모습을 드 러냈다. 아야나 코모도 리조트는 바다를 전면에 두고 절벽에 콕 박혀있는 듯했다. 그 모양새를 보고 있자니 한국인 이 특히 선호하는 배산임수가 따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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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조트 로비에 들어서자 발리에서부터 시작된 험난한 여정을 보상해주겠다는 듯 아름다운 풍광을 선사했다. 널찍이 펼쳐진 푸른 해변을 감상하며 세차게 불어오는 해풍을 맞고 있으니 한껏 쌓였던 불쾌지수도 바람과 함께 깨끗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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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코모도 드래곤을 만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리조트를 나섰다. 리조트가 소유한 고래 모양의 보트 ‘라코 타카’에를 타고서였다.


코모도섬 day4(코모도드래곤)_1.jpg 라코타카에 올라 섬으로 향하던 길. 다른 배들도 코모도 드래곤을 보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코모도섬 day4(코모도드래곤).jpg 리조트에서 준비해 준 아침식사. 간단하게 끼니를 때울 수 있는 빵과 주스 등이 들어있었다


코모도섬 day4(코모도드래곤)_3.jpg 코모도 국립 공원으로 입장


1시간가량이 흘러 코모도 드래곤이 살고 있다 는 섬에 다다랐다. 섬에 들어서자 간신히 살아남은 나무 몇 그루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강한 햇볕이 내리쬐는 탓에 나무도 쉬이 자라지 못하는 척박한 환경에서 기인한 풍경이었다. 사막을 연상시키는 이국적인 풍경에 코모도 드래곤의 영역으로 발을 들였다는 묘한 긴장감이 더해지니일행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뒷걸음질 치며 서로의 등을 밀기에 바빴다.


코모도섬 day4(코모도드래곤)_4.jpg 코모도 섬은 햇빛이 워낙 강해 풀이 자라기 힘든 환경이다
코모도섬 day4(코모도드래곤)_5.jpg 그늘에 앉아 쉬고 있는 사슴들
코모도섬 day4(코모도드래곤)_6.jpg 이 섬에서는 물소의 뼈를 쉽게 만날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오합지졸끼리 코모도 드래곤을 직관하는 불상사는 없었다. 본격적인 코모도 드래곤 투어에 앞서 섬에 상주하는 코모도 레인저들이 나타나 주의사항을 알렸다. 제 몸보다 큰 물소까지 사냥하는 포식자이기도 하지만, 코모도 드래곤의 입 안에 있는 박테리아가 사람에게 특히나 치명적이라는 설명이었다.


코모도섬 day4(코모도드래곤)_9.jpg 코모도 레인저의 특강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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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여 한 번 물리기라도 한다면 생존을 위해 재빨리 해당 부분을 절단해야 한다는 섬뜩한 이야기도 덧붙였다. 몇 번이고 주의를 요하는 레인저도, 그 내용을 전달하는 가이드의 목소리에서도 긴장감이 역력했다. 괜스레 어깨에 메고 있던 카메라를 손에 꽉 쥐며 나름의 무장을 시도했다. 비상상황에 언제든 카메라를 둔기 삼아 휘두를 정신무장도 함께였다.


코모도섬 day4(코모도드래곤)_17.jpg 이번 여정의 목적이 코모도 드래곤임을 가이드도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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