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여행 #2 - 전남 무안
무안으로 달려온 이유는 분명했다. 바다의 보고인 갯벌에는 볼거리도 가득했다. 특히나 무안군은 생태갯벌센터를 건립해 무안의 갯벌을 자연스럽게 소개했다. 무안생태갯벌센터에 들어서면 이름부터 흥미를 돋우는 다양한 종류의 해양 동물을 비롯해 갯벌의 생태를 살펴볼 수 있다.
특히 눈길을 끈 건 영어안내문을 유심히 보던 미국 아저씨 켄이었다. 여행 시작부터 주목을 받은 그는 결혼 27주년을 맞아 이번 전남 패키지여행에 동행했다고 말했다. 흰 수염을 멋지게 기른 그는 실내에 작게 마련된 갯벌 앞에 멈춰 서서 망둥어를 관찰했다. 문득 서양에서 연체동물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다는 사실이 떠올라 산낙지를 먹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켄 아저씨는 “맛있는 건 뭐든”이라고 유쾌하게 답했다. 우문현답이었다.
센터를 나오니 드넓은 갯벌이 펼쳐졌다. 끝을 가늠할 수 없는 갯벌에 구름이 수놓은 하늘이 얹어지니, 어디서부터 구경해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그때 일찌감치 주변을 둘러보고 오신 어르신은 일행에게 갯벌을 즐기는 방법을 일러주셨다.
가까이 가봐야 아무것도 없으니 돌아서라
그리고 멀리 보라
얼떨결에 얻은 해답이지만 고분고분 따르는 수밖에. 마침 일몰이 오고 있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낙조는 무안의 자랑이었다. 발을 옮길 때마다 수시로 변해가는 노을빛은 카메라로 미처 담을 수 없는 경관을 만들어냈다. 이런 아쉬움을 다 알고 있다는 듯 갯벌이 아름답게 보이는 자리에 창틀 모양의 포토존이 마련돼 있었다. 당신의 오늘이 사랑으로 시작해서 행복으로 끝나기를. 아래에 적혀있는 문구였다. 이번 여행이 사랑으로 시작하진 않았지만, 행복으로 끝난 것만큼은 분명했다.
볏짚으로 구워낸 삼겹살을 갈치 창젓에 찍어 양파김치를 올려먹는 ‘무안삼합’은 난생처음이었다. 정체모를 음식이었지만 그 맛만큼은 상추를 거듭 집어 들게 만들었다. 석쇠로 초벌을 해 기름을 뺀 짚불구이는 향과 맛을 함께 음미하는 음식이었다.
고기에 은은하게 배인 볏짚 향은 연신 감탄을 연발하게 했다. 양파의 고장인 무안에서 담근 양파김치는 아삭한 식감과 달콤함으로 젓가락을 부지런히 움직이게 했다. 여기에 갈치의 내장으로 만든 갈치 창젓 또한 삼합의 고소함을 배가시킨다.
삼합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작은 게를 통째로 갈았다는 뻘게장 또한 발군이었다. 게장은 언제나 옳다는 말을 몸소 증명하듯, 밥도둑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굴비정식으로 가득 채운 배를 두드리고 나올 때였다. 버스기사님이 슬며시 다가와 나주곰탕을 기대하라며 귀띔을 해주었다. 허세처럼 느껴졌던 그 말은 완벽히 적중했다. 이미 방송에도 여러 차례 나온 바 있는 하얀집은 4대째 100년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대표적인 나주곰탕 맛집이다.
보통의 뽀얀 곰탕과는 달리, 맑고 투명한 국물이 이 집의 특징. 자극적이지 않은 깔끔한 맛으로 사람들을 매료시켜 식사시간이면 늘 문전성시를 이룬다. 삼삼한 국물과 잘 어우러지는 김치도 이곳의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다. 국밥집의 척도를 깍두기에 두는 이들에게도 감히 추천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