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코모도 섬 여행기 #2
코모도 드래곤 투어 중 고작 몇 마리를 보는 경우도 허다 하지만, 레인저의 말마따나 이번 여정은 특히나 행운이 따랐다. 숲을 헤치며 레인저의 발자국을 그대로 밟아 20여 분 걸어가자 생경한 광경이 펼쳐졌다.
이틀 전 사냥당한 물소 한 마리를 둘러싸고 코모도 드래곤 무리가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레인저를 바짝 쫓아 서서히 거리를 좁혀 갔다. 까만색 머드를 뒤집어쓴 채 게걸스럽게 식사하는 모 습을 보고 있자니 물소의 사체에서 나오는 악취마저 망각할 정도였다.
숨소리까지 죽여가며 다가갔건만 생존본능과 호기심의 욕구가 치열한 줄다리기를 하며 좀처럼 발이 앞으로 나아 가질 못했다. 레인저의 옷깃을 움켜쥔 악력이 과했던지 뒤를 돌아본 그는 안심하라며 ‘캄 다운’을 연발했다.
그 뒤로 한번 배를 채운 코모도 드래곤의 경우 한 달 정도는 사냥에 나서지 않는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였다. 아뿔싸. ‘헌팅’이라는 적나라한 표현에 진정이 될 리 만무했다. 차라리 ‘우리 코모도 드래곤은 물지 않아요’ 같은 거짓 섞인 위로나 던져줄 것을.
아무리 백문이 불여일견이라지만 투어인 만큼 코모도 드래곤에 대한 이모저모도 빼놓을 수 없다. 코모도 드래곤은 세계에서 가장 큰 육지 파충 류로 알려져 있다. 통상적으로 길이는 2~3m에 이르지만 최대 313cm 크기의, 공룡이라 불러도 손색없는 코모도 드래곤도 발견됐다고 한다.
코모도 드래곤은 낮에는 체온을 높이기 위 해 햇빛을 쬐고, 밤에는 땅속을 파고 들어가 휴식을 취한다. 먹이로는 섬에 있는 원숭이나 염소부터 사슴, 멧돼지 심지어는 물소까지도 그 대상이 된단다.
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인도네시아 정부 차원에서 코모도 국립공원을 조성해 개체 수 보호에 나서고 있다. 그러니까 레인저들이 들고 있는 끝이 Y자 모양의 막대기는 사람들의 방어를 위함인 동시에 인간으로부터 코모도 드래곤을 보호하려는 용도였다.
여기서 코모도 드래곤에 대한 마지막 TMI. 코모도 드래곤의 가죽은 가공이 어려워 밀렵의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고. 쓸모가 없어 참으로 다행인 셈이다.
코모도 섬의 자랑이 꼭 코모도 드래곤만은 아니다. 코모도 국립공원 일대는 해양생물의 천국이기도 하다.
특히 최근 다이빙 목적지로 인도네시아가 조명받으면서 코모도 국립공원 일대가 주요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코모도 섬으로 향하는 길목에서도 스노클링 체험이 가능하다.
멘제리트 섬이 소문난 명당인데, 섬 자체는 그리 특 별할 것 없다지만 섬 주변으로 색색의 산호초가 자리하고 있다. 덕분에 이를 터전으로 삼는 다양한 해양생물들도 함께 관찰할 수 있다.
저녁 시간대에 즐길거리도 따로 있다. 일몰 시간에 맞춰 호핑 투어를 떠난다면 노을을 배경으로 수만 마리의 박쥐가 하 늘 위를 수놓는 장관을 만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시간만 허락한다면 해변이 핑크색으로 물든 핑크 비치, 파다르 아일 랜드 투어, 랑코 동굴에 들어가 보는 이색 체험도 가능하다.
로비가 11층에 자리한 만큼 아야나 코모도 리조트의 로비에서도 시원한 조망을 선물 받을 수 있다. 때마침 해 질 녘이 가까워질 때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늦을세라 리조트 로비 한편에 자리한 유니크 루프탑 바로 향했다.이브닝 칵테일을 한 잔 든 채 시시각각 색을 달 리하는 하늘을 감상하고 있으니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이 얄궂게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