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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아보다 Aug 06. 2019

물빛으로 반짝인 윤하의 여름

'윤하' 2019 소극장 콘서트 "潤夏: 빛나는 여름" 리뷰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다. 공연장 밖에는 사람들이 차분하고 조용하게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윤하 팬이 된 지는 12년 째이지만 콘서트는 처음인 입장에서, 공연을 기다리는 관객들 또한 윤하만큼 베테랑이 된 것처럼 보였다.



마냥 설레지만은 않았다. 12년 간, 특히 사춘기동안 윤하 목소리가 내 삶에 차지하는 비중은 다른 어떤 가수보다도 컸다. 오랜 시간이 지나는 만큼 나도 윤하도 많이 변했겠지만, 어쨌든 윤하의 노래를 매개로 가수 윤하와 그의 팬들은 같은 시간을 공유했다. 내게는 그 시간을 만나는 것 같은, 사뭇 준엄한 마음가짐이 찾아왔다. 윤하 음악은 결코 가벼이 들은 적이 없으므로, 그를 대하는 나의 자세 또한 그렇게 되어갔다.






#0: 빗소리


빗소리가 잔잔하게 들려왔다. 7월 2일 발매된 윤하의 미니 4집 “스테이블 마인드셋 Stable Mindset”의 테마가 비였기에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었으나, 공연 시작 전 이어지는 빗소리를 맞고 있으니 어딘가 마음이 차분해졌다. 물을 테마로 하던 어느 공연을 보았던 때처럼, 비가 내리는 다른 공간으로 빠져드는 기분이 들었다.


공연 시작 시각이 지났지만 빗소리가 이어졌다. 진작 휴대전화를 넣어 놓았기에 정확한 공연 시작 시간은 모르겠으나, 아무튼 오래지 않아 무대 위의 빈 자리가 채워졌다. 피아노, 기타, 첼로, 그리고 보컬의 자리까지. 드럼 같은 리듬 악기가 보이지 않은 것이 신기했지만, 공연 안에 마련된 계획을 믿기로 했다.





#1: <Lonely>, <사계>, <어려운 일>


첫 시작은 미니 4집의 수록곡 <론리 Loenly>, <사계 (四季)>, <어려운 일>이었다. ‘소극장 콘서트 빛나는 여름’이 올해가 처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처음부터 신곡을 진행하여 차별화를 둔 점이 매우 좋았다. <론리>는 <우산>이 생각날 정도로 꽉 짜여진 드럼 비트의 인상이 강했기에, 리듬 악기 없는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곡이었다는 점에서 굉장히 신선했다. 무엇보다, 윤하의 보컬이 이 곡을 이끈다는 느낌이 매우 강하게 들었다. 그리고 이 느낌은 공연 내내 이어졌다.


이어지는 <사계>에서 집중력이 극대화되었다. 특유의 서정적이면서도 깔끔한 분위기가 고팠던 것인지는 몰라도, 미니 4집에서는 이 노래가 그렇게 좋았더랬다. 긴 호흡으로 서서히 끌어올리는 고음 부분에서, 음을 올리기 위한 사투와 긴장이 느껴지지 않아 듣는 내내 마음이 따뜻했다. 서정적이면서도 아늑하게 공간을 채우는 목소리에 몸을 기대는 심정으로 들었다. 윤하의 컨디션 또한 좋아 보였다. <어려운 일>은 앞서 연주된 <론리>와 마찬가지로, 원곡 음원에서 느낄 수 없는 공간감이 느껴져서 좋았다. 또한 앞선 <사계>와는 달리 슬프고 처절한 감성을 마음껏 맛볼 수 있었다. 저러다 공연 후반에 퍼지는 게 아닌가 살짝 걱정될 정도로 <어려운 일>은 강렬했다.





#2: <Strawberry Days>, <널 생각해>


공연에서 들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스트로베리 데이즈 Strawberry Days>와 <널 생각해>가 이어졌다.


<스트로베리 데이즈>는 앞서 언급한 기타 · 피아노 · 첼로에 윤하의 셰이커 연주까지 더해졌다. ‘낯선 내 이름을 기억하고 있을지 몰랐어’라는 첫 가사는, ‘다소 익숙지 않은 이 곡을 기억하고 있을지 몰랐다’는 인사처럼 들렸다. 원곡과 크게 다르지는 않은 방향의 편곡이었기에, 순식간에 2008년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낯설었기에 당혹스러웠던 첫인상과, 듣다 보니 익숙해지고 좋아졌던 이 노래 특유의 따스한 분위기와, 이 음반을 통으로 돌려 듣던 시간들까지, 입모양으로 가사를 따라하는 동안 많은 시간과 생각이 지났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널 생각해>는 선곡 자체가 의외였다. 게다가 이 곡을 재즈 버전으로 편곡할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못했다. 그러나 개인적인 인상으로, 이 노래에 다소 심심한 감이 있다고 봤기에, 파격적인 편곡은 성공적이었다고 본다. 전에 없이 화려해진 피아노 진행과 농도가 짙어진 윤하의 목소리도 재미있었지만, 공연장 전체를 울려댄 베이스 소리가 워낙 인상 깊었다. 공연에서 편곡된 버전의 곡을 듣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의견들은 일면 이해 가능하지만, 적어도 이번 공연에서는 아니었다. 오히려, 해당 공연을 보러 간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는 기존의 생각을 재확인하는 공연이었다.





#3: <Paris in the Rain>, <연애소설 (피아노 버전)>, <오늘 서울은 하루종일 맑음>, <소나기>


잠깐의 멘트 후 이어진 솔로 무대에서 윤하는 다양한 시도를 이어갔다. 미국 가수 ‘라우브 Lauv’의 <패리스 인 더 레인 Paris in the Rain>을 커버했는데, 악기 소리를 기억해 구간 반복이 가능하도록 하는 장치인 ‘루프 스테이션’을 이용한 것이 눈길을 끌었다. 키보드로 4마디의 반주를 연주하고, 다시 4마디의 핑거 스냅으로 비트를 만들었다. 그 위에 8마디 씩 허밍으로 음을 쌓아 총 4단의 코러스를 만들었다. 그 위에 다시 후렴부 코러스를 쌓았고, 그 후에야 코러스의 음량을 조절하며 노래를 이어갔다. 몽환적인 분위에서 화음을 쌓아가는 도입으로 시작하다 보니 묘하게 빠져드는 기분이 들었고, 공연 전에 깔아 놓았던 빗소리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이어서 윤하는 피아노로 이동했고, 연주를 시작했다. 확신할 수 없지만 분명 어딘가 익숙한 노래를 편곡한 버전 같았다. 후렴부 멜로디를 듣고 정체를 알아챌 수 있었던 이 3분짜리 피아노 연주곡은 <연애소설>(에픽하이)의 피아노 버전이었다. 2018년 7월 공개된 콘서트 독점 판매 한정판 “로스트 맵 2 Lost Map #002”에 수록된 곡으로, 공식 음원 사이트에 공개되지는 않아 들어보지 못한 곡이었다. 이후의 진행 멘트에서 윤하 또한 ‘팬들도 잘 모르고, 들어보지 못한 곡이기에 연주했다.’고 선곡 이유를 밝혔다. 윤하, 에픽하이, 그리고 두 팀의 조합에까지 깊은 애정이 있는지라 묘한 전율과 배려심이 느껴졌다.


토이 음악 안에서도 수작으로 꼽히는 <오늘 서울은 하루종일 맑음>과, 강렬하고 애절한 모던 록 <소나기>를 ‘피아노 + 보컬’의 구성으로 소화하는 모습은 상상 이상으로 경이로웠다. 앞선 <스트로베리 데이즈>을 들으며 잠시 2008년을 다녀 온 기분이었다면, <오서맑>은 전주만으로 내 이성을 끊어 놓았다. 윤하의 팬이 된 이후 많이 들은 곡의 순위를 매긴다면, 아마 <오늘 서울은 하루종일 맑음>과 <소나기>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로 두 곡을 좋아하기에, 이 두 곡의 감상을 글로 잘 옮겨낼 자신이 없다. 다만 윤하가 인터뷰에서 ‘팬들이 기대하는 모습은 보컬리스트에 가까운 것 같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그 생각이 반영된 것 같다는 짐작은 가능했다. 최대한 집중해서 정성스럽고 정교하게 꾹꾹 눌러 담아내는 인상이 들었다. 진작 알고는 있었지만, 노래 잘한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4: <봄은 있었다>, <미워하다>, <사랑하다>, <기다리다>


이어지는 순서는 다시 미니멀 밴드 체제로 진행되었다. 윤하 말에 의하면 ‘본격적으로 조용한 노래가 시작되’는 부분으로, ‘어쩌다 자작곡 퍼레이드가 된’ 순서였다. <봄은 있었다><미워하다><사랑하다><기다리다> 등 윤하의 트레이드 마크인 피아노 기반의 팝 발라드 4곡이 이어졌다. 일명 ‘기미사 시리즈’로 불리는 3곡은 ‘윤하 작곡 + 심재희 작사’ 조합으로, 윤하 음악 초기부터 강력한 지지를 받아 온 팝 발라드 시리즈이다. <봄은 있었다>는 2013년 발매된 미니 2집 “저스트 리슨 Just Listen”의 수록곡으로, 앞선 기미사 시리즈보다 성숙하고 깊어진 감성으로 주목받은 곡이었다. 곡의 선곡 순서는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겠지만, 앞서 강력한 곡들에 비해 서정적인 곡들이 배치된 점에서 일종의 휴식처럼 느껴졌다.





#5: <Sunflower>, <매일이 매일>, <무지개 저 편>


다음 순서는 이번 콘서트에서만 들을 수 있는 곡들이었다. 윤하 스스로 많이 부르지 않았다고 느낀 <선플라워 Sunflower (드라마 “닥터스” 삽입곡)>, 그리고 일본에서 발매된 두 곡을 번안한 <매일이 매일 (毎日が毎日 / 마이니치가마이니치)>과 <무지개 저 편 (虹の向こう側 / 니지노무코우카와)>이 이어졌다. <선플라워>는 두어 번 듣기는 했지만 다른 곡만큼 익숙했던 곡은 아닌데, 윤하 본인의 말대로 메시지가 꽤 좋았다. 최근 몇 년 간 ‘조영수’가 만든 곡 치고 귀담아 들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곡의 뭘리티를 담고 있다.


일본 정규 2집의 수록곡을 번안된 버전으로 들을 때에는 미묘한 감정이 교차했다. 윤하는 이미 12곡의 번안곡이 담긴 음반 1.5집을 발매한 적이 있지만, 이 때는 그저 ‘시켜서 하는’ 인상이 강했다. 윤하 본인도 많은 곡들의 가사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즐거운 기억이 아니라고 했다. 대중적으로 성공한 <혜성> 같은 곡도 있었고, 번안된 버전이 호평을 들은 <추억은 아름다운 기억> 같은 경우도 있었으나, 제대로 된 번안이라 보기 어려울 정도로 어딘가 떠있는 곡들도 꽤 많았다. 그러나 정규 2집의 경우 저작권 문제로 인해 번안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는데, <바람 (風 / 카제)>을 비롯한 여려 곡들의 번안 요청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안타까운 일이다. 이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공연에서는 <바람>의 번안 버전이 공개되었다. 일본 2집 수록곡들 중 <매일이 매일>과 <컴플리케이티드 Complicated>는 번안되기 힘든 곡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윤하는 직접 가사를 번안해 인스타그램에 게시했고, 이 곡을 불렀다. 와닿지 않은 상태에서 불렀던 1.5집의 수록곡들과 비교해, 윤하 본인이 콘서트를 위해 가사를 번안하고 곡을 편곡해 불렀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연을 준비하는 윤하의 프로 정신이 빛난 부분이며, 정성 자체만으로도 팬들에 대한 예우인 것이다. 게다가 가장 걱정되었던 일본어 특유의 어투가 번안한 가사에는 크게 묻어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곡 자체의 퀄리티마저 좋았다. 게다가 일본 2집에서 세네번째쯤으로 좋아하는 곡인 <무지개 저 편>마저 번안 버전으로 들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관객으로서 받을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선물을 받은 느낌이 들었다. 고등학생 때 이 공연을 봤다면 무조건 펑펑 울었을 것이다.





#6: <우산>, <연애 조건>, <My Song and...>


다음 순서는 포토 타임이 유지된 채 공연이 진행되었다. 윤하 음악 중 꽤나 유명한 편인 <우산>의 솔로 버전, <연애 조건>, <마이 송 앤드 My Song and...>의 한국어 버전이 이어졌다. 공연 시작 전부터 떼창을 바라던 윤하는 본인의 모든 재간을 활용해 <우산> 후렴부와 <연애 조건> 코러스 부분을 팬들에게서 이끌어냈고, 팬송인 <마이 송 앤드>는 사뭇 진지한 모습으로 불렀다. 특히 <우산> 후렴부는 무슨 군가처럼 들릴 정도였는데, 후렴부 떼창을 유도하는 윤하의 잔망스러운 귀여움이 포인트였다.





#7: <Home>


중간 멘트가 지난 후, 윤하 팬덤에서 많은 지지를 받은 곡인 <홈 Home>이 연주되었다. 앨범마다 틈틈이 자전적이고 철학적인 자작곡이 들어가곤 했는데, 미니 3집 “섭소닉 Subsonic”에서 그러한 역할을 하는 곡이다. 치열한 삶 속에서 되는 게 없어 방황하는 이들을 위한 위로를 담은 <홈>은 공연 후반에 울리기에 알맞은 감동적인 곡이었다. 윤하 본인의 말로는 공연 초반에는 이 부분에서 울컥했다고 한다. 곡 후반부의 코러스를 쌓는 부분에서 루프 스테이션이 다시 등장했는데, 이번에는 신기함 대신 곡에 대한 몰입감을 더해 주는 정도로 쓰였다. 공연의 끝이 다가옴을 직감할 수 있었던 선곡이고, 꼭 직접 듣고 싶었던 곡이었기에 감정이 북받쳐 올라왔다.





#8: <비가 내리는 날에는> / + <Rainy Night>


후반기(아마 겨울 쯤) 미니 음반 발매 계획과 콘서트 계획을 알린 뒤 감사 인사를 담은 마지막 멘트 후에는 <비가 내리는 날에는>이, 이후 앵콜곡으로는 <레이니 나잇 Rainy NIght>이 연주되었다. 공연의 시작과 끝을 새 음반의 수록곡들로 채워 공연의 테마를 분명하게 가져갔고, 난이도가 높은 <비가 내리는 날에는>을 공연 막바지에 깔끔하게 선사함으로써 마무리까지 완성도 높은 공연이 이루어졌다.


공연 시작 전에 깔리던 빗소리가 다시 깔렸고, 앵콜이 나왔다. 비 오는 날의 감상을 담담하게 읊조리는 <레이니 나잇>은 마무리가 꽤 인상적이었다. 약 4분 정도 이어지는 원곡과 달리, 곡 후반부에 다시 루프 스테이션을 이용해 피아노 반주와 코러스 화음을 쌓고, 이 위에서 피아노 애드리브를 연주하여 다시 깊은 몰입과 집중을 유도한다. 피아노 연주가 끝난 뒤에도 여전히 코러스와 반주가 오랜 시간 흘렀고, 윤하는 더 이상 어떤 말도 없이 조용히 인사를 건넨 뒤 무대 뒤로 퇴장한다. 윤하가 떠난 무대에는 여전히 음악이 흐르고, 곧이어 빗소리도 함께 들려온다. 윤하가 깔아 놓은 리프는 서서히 소리가 작아지고, 이내 빗소리로 무대가 채워진다. 윤하의 4일차 공연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알찬 내용과 적극적인 교감


선곡: 이번 공연은 기타 · 피아노 · 첼로 · 셰이커 · 루프 스테이션(+키보드)의 소규모 구성으로 진행되었으며, 앵콜곡을 포함해 총 22곡이 전부 편곡된 버전으로 연주되었다. 데뷔 싱글에 수록된 <기다리다>부터 최근 발매된 미니 4집에 수록된 5곡까지 윤하 음악을 아우르는 선곡으로 진행되었다. 팬들에게 꾸준한 지지를 받는 <오늘 서울은 하루종일 맑음>과 <소나기>, 숨은 명곡으로 꼽히는 <스트로베리 데이즈>와 <홈>, 자주 듣기 힘든 <매일이 매일>과 <무지개 저편>까지 윤하의 음악 커리어를 아우를 수 있는 곡들이 고르게 선곡되었다. 이 곡들이 소극장 콘서트 컨셉에 맞춰 전부 편곡되었다는 점, 악기 수가 적은 데다가 대부분의 노래를 앉아서 소화하는 데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긴장을 이겨내고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실력에 더해 일종의 노련미까지 느껴졌다.


구성: 공연 자체의 구성 또한 독특했다. 공연 시작과 끝에 빗소리를 깔아 놓음으로서, 비가 많이 내리는 어느 공간으로 들어갔다 나오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미니멀한 악기 구성은 일방적으로 노래를 들려주려는 모습이 아니었고, 그들의 사운드로 전체 공간을 다 채워내려는 욕심도 없어 보였다. 이번 편곡은 윤하의 목소리에 비중이 클 수 밖에 없는 구성이었고, 나머지는 관객이 각자의 그림과 색채로 채워 넣게끔 비워져 있었다. 비 내리는 어느 날, 오래 된 기억 속의 사람과 오랜만에 만나 서로의 달라진 모습을 구경하고 진솔한 대화를 이어가는 듯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러고 다시 각자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게, 마지막 무대에서 윤하는 어떠한 말없이 인사를 건네고 음악만을 남긴 채 퇴장했다.


멘트: 공연 진행 멘트를 글로 옮겨 담을 수도 없을뿐더러, 옮겨 적는다 하더라도 그 재미가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므로 생략하기로 한다. 그러나 윤하의 공연 진행 멘트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공연 중간 이어지는 진행 멘트는 매우 여유롭고 유머러스했다. 지난 회차 공연에 대한 피드백을 관객들과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이에 대해 스스로 생각한 대답과 대처 방안을 깔끔하게 전달했다. 늦게 오는 관객들이나 공연 중간 화장실에 가는 관객들을 배려하는 센스도 눈길을 끌었다. 짜 놓은 진행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과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교감하는 모습이었고, 센스 있는 멘트로 웃음을 자아낸 동시에, 가능한 최선의 배려를 하며 최대한 훈훈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스포츠에서 자주 쓰이는 상투적인 어구를 빌리자면 '베테랑의 품격'이 느껴지는 공연이었다. 어쩌다 이 콘서트를 본 사람들을 단숨에 팬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공연에는 여운이 남았고, 윤하의 멘트에는 온기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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