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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아보다 Feb 23. 2019

듣는 음악과 아이돌의 간극 메우기

아이돌 음악 입문기

 개인적으로 다른 사람이나 세대와 지속적으로 마주하는 직업을 지망하고 있었기 때문에 소통은 필수적인 과제였다. 그러다가 중학교 때 만났던 내 부모님 또래의 선생님 두 분이 떠올랐다. 한 분은 아이들의 문화에 관심이 많으신 국어 선생님이었다. 아이돌 음악을 적극적으로 즐기거나 좋아하시지는 않았지만, 학생들과의 대화가 순조로웠다. 다른 한 분은 영어 선생님이셨는데, 교육 목표 달성 외에는 관심이 없으셨다. 교사는 가르쳐야 하고, 학생은 들어야 하며, 들었으면 알아야 한다는 식이었다. 교과 교사 혹은 담임 교사로서의 책무 외에는 대화 주제와 내용이 전무했다. 생동감과 황량함의 온도 차이는 극명했다.


 음악 애호가이면서 아이돌 음악을 전혀 듣지 않았던 내가 아이돌 음악을 듣기 시작한 이유 또한 소통이었다. 전역 후 후배들의 대화를 전혀 못 알아듣는 내 모습에 충격을 꽤 받았고, 대책을 찾기 시작했다. 내 취향과 가까우면서도 다른 사람과 소통이 가능한 주제는 음악과 스포츠 정도였다. 스포츠는 향유층 사이에서 대화가 쉬웠지만 음악은 공부가 필요했다. 군 시절 알음알음 접했던 걸그룹을 포함해 아이돌 전반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아이돌 가수들에 대한 정보와 그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블로그를 하기 시작했고, 그 글들 중 하나를 통해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아이돌 음악과 산업에 대해 공부했다고 해서 아이돌 산업을 전적으로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아이돌 산업의 문제점들을 극도로 혐오하여 아이돌 산업의 붕괴를 바라지도 않는다. 아이돌 산업과 아이돌 현상을 있는 그대로의 문화 현상으로 인지하고, 이에 대한 주관적인 기준을 세우는 것이 목적이었다. 안무, 뮤직비디오, 무대 영상, 세계관, 아이돌 가수들의 소셜 미디어 활용, 팬덤 활동의 직간접적인 체험 등 지금까지 관심을 두지 않던 분야에 대해 많은 것들을 배우고 체험했다. 덕분에 나름의 취향도 생겼고, 음악의 생산과 소비에 대한 시야도 넓어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음악의 '듣는' 행위와 요소에 집중하는 이유는 청취가 음악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결국 음악은 듣는 것이다. 음악가가 청중에게 감동을 전하는 가장 빠르고 정확한 방법은 결국 각자만의 발성과 화법으로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것이다. 아이돌 산업은 음악을 포함한 여러 요소와 매체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지만, 여전히 음악이 좋은 가수가 흥행한다. 아이돌을 감상하고 판단하는 기준 또한 음악이라는 뜻이다.


  아이돌이라는 타이틀에 붙는 프리미엄과 선입견을 모두 때어 내고 '듣는 음악'으로서의 본질적 측면에 집중하다 보니, '지금의 아이돌 음악은 듣는 음악으로서도 경쟁력이 갖춰진 편'이라는 다소 의외의 결론에 다다랐다. 가창력 부재를 면피하기 위해 아이돌이라는 타이틀을 앞세운 팀들도 여전히 존재하지만, 다채로워진 청중의 취향을 공략하기 위해 다양한 아이돌 가수들이 제작됨으로써 아이돌 산업의 음악적 기반이 넓어졌다. 국내는 물론 해외 작곡가들 또한 케이팝 음악 생산에 참여하여 다양성이 확보되고, 자기 음악 세계를 갖춘 '뮤지션형 아이돌'이 다수 생겨남에 따라 음악의 '중개자'에서 벗어난 '생산자'의 위치를 확보한 가수들이 많아진 것이다.


 다른 뮤지션들의 음악과 마찬가지로, 아이돌 음악 또한 듣는 음악의 측면에서 조명할 예정이다. 아이돌 음악은 꽤 즐길만한 수준에 도달해 있는 대중음악의 한 시류이다. 따라서 그 음악들 나름의 매력과 경쟁력에 집중하고자 한다. 취향에 100% 꼭 맞는 노래만 듣다 보니 정체되어가던 때로 돌아가지 않으려 한다. 어쨌거나 결론은 다시 '듣는 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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