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일하는 김에 놀러 다니기
일정 요약
7월 29일
잘츠부르크 (Salzburg) + 잘츠캄머굿 (Salzkammergut)
교통: Monatsticket Region Salzburg+Nord
숙소: St. Virgil
일정: 리허설 / 몬트제 호수 (Mondsee)
7월 30일
잘츠부르크 (Salzburg) + 잘츠캄머굿 (Salzkammergut)
교통: Monatsticket Region Salzburg+Nord
숙소: St. Virgil
일정: 장크트 길겐 (St. Gilgen) / 슈트로블 (Strobl) / 장크트 볼프강 (St. Wolfgang) / 푸슐 호수 (Fuschlsee)
아침부터 바빴다. 리허설은 오전 10시 시작인데, ‘30분 전 도착 의무’가 있다. 규칙이 있으면 당연히 지키는 분위기라서 다들 최소 45분 전에 온다.
이게 참 신기하다.
한 15년 전쯤 베를린 필 리허설을 구경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달랐다. Richard Strauss의 Till Eulenspiegel 리허설이었는데 단원이 절반밖에 없었다. 호른만 있으면 괜찮은 건가...
10분쯤 지나니 슬슬 늦게 들어오고, 아무렇지 않게 앉더라. 지금 생각하면 참 대조적이다.
잘츠부르크에 있는 1차 기간 내내 비가 온다는 충격적인 일기예보를 접한 뒤,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비 안 오면 무조건 나간다.
리허설 중간 쉬는 시간에 일기예보를 체크했고, 오후 2시부터 해가 뜬다더라.
원래 생각해 둔 베르히테스가덴이나 볼프강 호수는 반나절로는 불가능. 갑자기 어렴풋이 본 기억이 있던 몬트제가 머릿속에서 반짝였다.
리허설이 끝나자마자 호텔로 달려가서 악기를 침대 위에 조심스럽게, 안전하게 던져놓고, 혹시 모르니 우산을 챙겨 중앙역으로 출발했다.
잘츠부르크 중앙역에서 140번 버스를 타고 한 시간 반쯤 달리면 몬트제에 도착한다.
정보가 없어서 멀미에 시달리면서도 핸드폰을 꺼내서 정보를 수집했다.
나에게는 아무런 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탈것을 타는 순간 멀미에 시달리지만, 어쩔 수 없이 핸드폰을 꺼내서 몬트제에 관한 정보를 수집했다.
늘 도레미송까지만 보고 잠들어서 내용은 모르지만, 누군지 모를 결혼식 장면을 찍은 성당이 있다더라.
나머지는 구글지도를 켜서 보라색 동그라미 아이콘이란 아이콘은 죄다 눌러서 미술관, 박물관, 기타 유적지, 뷰 포인트 등을 체크했다.
버스가 호수에 가까워질수록 먹구름이 걷히고 해가 쨍쨍해졌다.
멀미와 함께 아름다운 전경을 즐기고 호수에 내렸다. 우선 호숫가를 살짝 걷고 시내로 들어가 성당을 보고 언덕 위에 올라가서 호수를 바라보고 집에 돌아가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내가 잊고 있던 한 가지. 나는 날씨요정이다.
좋은 날씨, 나쁜 날씨 따위는 인간이 만들어 낸 개념이다.
좋고 나쁜 날씨는 없다.
해는 좋은 것이고, 비는 나쁜 것인가?
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비는 나쁜 것이었다.
호숫가에 발을 내딛는 순간 맑던 하늘은 사라지고 강력한 비바람이 불어왔다.
어쩔 수 없이 성당에 들어가 비를 피했다.
나올 때는 오히려 더 세차게 내렸다. 괜히 다시 들어가기는 싫어서 관광안내소로 가서 지도랑 책자를 한가득 챙겼다. (맨날 모아 와서 스캔해 놓고 평생 안 본다.)
비가 그쳤다. 일기예보는 해 쨍쨍이라는데, 내 눈앞에는 먹구름뿐이다.
시내 뒤 쪽으로 몬트제베르크라는 산, 또는 언덕이 있었다. 구글지도에 따르면 뷰 포인트가 두 곳 있단다.
몬트제에 도착한 지 30분 만에 비바람 때문에 다시 잘츠부르크로 돌아가기는 싫었다. 고민 끝에 올라가기로 했다.
인도가 없다. 왕복 2차선 아스팔트 도로 밖에 없다.
가다 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걷는데, 차들이 지나가다 창문을 내리고 태워줄까 하고 묻는다.
누가 봐도 돈 없는 그지 같이 보이는 애 하나가 비 오는 날 우산 들고 찻길로 걸어서 산 위로 올라가고 있으니 불쌍해 보였나 보다.
그냥 탈 걸.
구글은 믿을 게 못된다. 길을 알려주긴 했는데 사유지를 통과하란다. 오스트리아 시골은 구글지도 믿으면 안 된다.
30분이나 걸어 올라왔는데 막혔다. 결국 15분 더 돌아서 원래 길을 찾아 계속 올라갔다. 중간중간 보이는 전경은 나쁘지 않았다. 하늘색만 파랬으면 좋았을 텐데.
길가 집들이 부러웠다. 도로에서는 나뭇가지 때문에 호수가 제대로 잘 안 보인다. 그렇다고 남의 집에 무단침입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15분쯤 더 올라갔을 때 탁 트인 공간이 나왔다. 1시간 만에 처음으로 사람을 봤다. 그마저도 차 타고 올라온 가족. 1시간 동안 사람보다 소를 더 많이 봤다.
어느덧 첫 번째 뷰포인트. 의심했는데, 괜찮았다.
문제는 두 번째 뷰포인트. 올라가서 후회했다. 30분 날렸다.
잘츠부르크로 가려고 돌아섰는데, 내 뒤에서 햇빛 한 줄기가 비쳤다.
설마 했는데, 먹구름이 걷히고 있었다. 그것도 내가 내려가는 방향 그대로.
햇빛은 나보다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덕분에 내려가는 내내 좋은 경치와 하늘을 보며 내려왔다.
이러려고 차를 안 탔나 보다.
호숫가도 다시 맑아졌다.
잘 구경하고, 버스 시간에 맞춰 정류장으로 가서 버스를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당연히 돌아와서 파스타를 먹었다.
스파게티 면 1kg, 볼로네제 소스 400g 2병 이면 딱 4끼 나온다.
5유로 정도 나온다.
호텔 조식 덕분에 1일 2식이다.
오스트리아 일기예보는 좀 특별하다.
비엔나에 살 때도 느꼈지만, 방식이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지역별 일기예보.
땅이 좌우로 길다.
두 번째는 고도별 일기예보.
해발 600m, 1200m 이런 식으로 끊어서 예보를 한다.
이 두 가지를 잘 조합해야 한다.
어차피 안 맞는 건 어느 나라 기상청이나 똑같다.
오늘은 노는 날이다. 리허설이 없다.
아주 민주적인 페스티벌이다.
공연장은 하나고, 오페라는 여러 개가 번갈아가며 올라가니, 다른 팀들도 리허설을 해야지.
일기예보는 오늘 하루 종일 해가 뜬다고 한다.
무조건 나가야지.
호텔 조식은 맛없다. 그래도 살아야지. 빵 하나랑 커피 한잔 이외에 놀고 돌아와서 애착 테무 냄비를 사용하기까지 음식은 없다.
미라벨 정원 맞은편 Andrä 교회에서 전시를 하던데 버스 시간이 많이 남아서 잠깐 보고 갔다.
잘츠부르크 중앙역에서 150번 버스를 타고 장크트 길겐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모차르트의 엄마 생가가 있다.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만 연다. 게다가 닫는 날이 더 많다.
시간 맞춰 갔는데 닫혀 있었다.
사이트를 확인해 보니, 미리 메일을 보내야 최대한 일정에 맞춰 열어준단다.
모차르트가 유명한 거지, 엄마가 뭐.
스스로를 다독이며 시내를 둘러봤다.
시청 앞 분수 옆에 모차르트 동상이 있고, 생가 옆에도 엄마 동상이 있던 것 같은데 화내느라 제대로 보지도 않았다.
근처 성당은 모차르트가 세례 받은 교회.
옆에는 국제학교가 있는데, 레드불 본사 직원 자제들이 다닌다 한다.
설탕물 제조업자들. 심장병 유발자들. 공놀이 선수 몸값 올려놓은 주범들.
이제 선택지는 세 가지.
츠뵐퍼호른 산 케이블카 타고 올라가기
볼프강 호수 구경하기
장크트 볼프강 시내 구경
케이블카는 당연히 사치다. 우선은 패스.
며칠 뒤에 다시 와서 생가 구경하고 산 올라갔다 와야지 하는 계획을 잠깐 세웠다.
바로 앞에 보이는 호숫가로 걸어갔는데 길이 좀 이상하다.
집들에 가려서 호수도 안 보인다.
그래서 장크트 볼프강으로 방향을 틀었다.
문제는 대중교통으로 가기가 좀 귀찮다는 것이다.
150번 버스를 타고 슈트로블 까지 가서, 그곳에서 546번 버스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볼프강 호수를 기준으로 남쪽은 잘츠부르크 주, 북쪽은 오버외스터라이히 주에 속한다.
즉, 내가 가진 티켓으로는 못 간다.
구글 지도는 나보고 베드로가 되어 호수를 걷는 기적을 행하라 한다.
차라리 생선이랑 떡 장사를 하라고 하지.
우선은 슈트로블까지 갔다. 환장할 버스 시간표는 누가 만들었는지 여기서 45분을 기다리란다.
슈트로블 시내로 들어가 교회와 호수를 보고 여유롭게 버스 정류장으로 돌아오면 버스는 또 안 온다. 늦는다 당연히.
장크트 길겐이나 슈트로블에서 배를 타고 장크트 볼프강으로 넘어가는 방법도 있지만, 시간대도 별로고 비싸다.
바퀴 안 달린 탈 것은 사치다.
어차피 장크트 길겐, 슈트로블, 장크트 볼프강을 보면 볼프강 호수 절반 이상은 보는 거다.
경치는 반대편 땅에서 보면 되는 거다.
티켓을 사려고 했는데 아저씨가 바쁘다고 그냥 빨리 들어가서 앉으란다.
2일 치 저녁이 생겼다.
장크트 볼프강에 도착해서 시내 구경도 하고 볼프강이 지팡이 던져서 세운 교회도 보고 호수도 봤다.
슈트로블로 돌아가는 버스에서도 아저씨가 그냥 태워줬다.
결국 4일 치 저녁과 간식 값이 생겼다.
장크트 길겐에서 슈트로블로 가는 버스 안에서 보니, 호수 주변에 걸어갈 만한 좋은 스팟들이 있었다.
기억해 두자 했는데 3시간 뒤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파스타만 먹어서 그런가.
그래서 결국 그냥 다시 장크트 길겐에 내렸다.
정류장 사이가 너무 멀어 걸어가긴 힘들다. 그런데 마침 슈트로블로 가는 버스가 와서 탔다.
아무 생각 없이 한 정거장 뒤 누가 봐도 현지인인 아저씨를 따라 내렸더니, 바로 호숫가로 이어지는 길이 나왔다.
호숫가를 따라 쭉 걸어서 15분 정도 올라가면 다시 장크트 길겐 버스 정류장이 나온다.
다시 150번 버스를 타고 잘츠부르크로 향했다.
가는 도중 푸슐 호수가 보였다.
또 그냥 내렸다.
정류장 앞 교회를 보고 나와서 호숫가로 무작정 갔다.
호수 앞은 펜션, 호텔 천지. 투숙객 아니면 못 들어가게 해 놨다.
옆길로 겨우 들어간 공용 호숫가는 그저 그랬다.
그 와중에 날씨요정이 또 출몰했다.
도착했을 때는 역광이더니, 결국은 먹구름, 비바람 엔딩.
아침에는 그렇게 좋더니.
어차피 다 똑같은 물인데.
몬트제도, 볼프강 호수도 봤으니 됐다. 그냥 다시 버스를 탔다.
본의 아니게 (아마 의도적으로) 내가 서있던 곳에 바로 문이 열려서 새치기를 했다.
다음 정거장에서 설탕물 회사 인턴 무리가 우르르 탔다.
버스는 꽉 차서 잘츠부르크 까지 무정차로 운행했다.
아까 새치기 덕분에 앉을 수 있었다. 신의 한 수.
버스 안에 있던 버림받은 보라색 우산에 눈독을 들였는데, 앞에 있던 할머니가 버스 기사한테 물어보더니 가져갔다.
잘츠부르크 도착 후, 미라벨 정원에 내렸다가 우산을 놓고 내려버렸다.
냅다 뛰어 버스를 세우고 다시 챙겨 나왔다.
미라벨 정원이나 대충 쓱 보고 호텔로 갔다.
이날은 파스타가 아닌 식빵을 먹었다.
냄비에 대충 구워서, 파리에서 가져온 누텔라와 함께.
누텔라 한 병을 사놓고 두 입 먹고 안 먹고 놔뒀는데 유통기한은 다가오고 버리기도 애매해서 꾸역꾸역 짐으로 챙겨서 들고 왔다.
돈이나 아끼려고.
이날도 역시 신발에 휴지를 쑤셔 넣고 드라이기로 말리고 잤다.
푸슐, 슈트로블의 작은 교회들을 들어가 보면 공통점이 있다.
바로 오르간 뒤편 구조가 3층으로 나뉘어 있다는 것이다.
1층은 회중석, 2층은 추가 성도석, 그리고 가장 위층에 오르간이 자리 잡고 있다.
맨날 대도시의 큰 성당만 보며 지냈기에 이러한 구조가 꽤 신선하게 다가왔다.
볼프강 교회는 확실히 특별했다.
건축 방식도 독특하고, 규격화된 성당들과 달리 자유롭게 지어진 느낌이랄까.
덕분에 사진 찍기 엄청 힘들었다.
모든 교회가 똑같은 구조였다면 아마 이만큼 재미있진 않았을 거다.
잘츠부르크 밖으로 나가는 버스들은 배차 간격이 길고 일찍 끊긴다. 목적지에 도착하는 순간, 돌아가는 버스 시간을 확인해 놓자.
버스 기사들이 티켓 판매로 인한 지연을 피하려고 가끔 3-4분씩 일찍 출발해 버린다.
150번 버스는 푸슐 호수부터 왼쪽 창가에 앉으면 볼프강 호수 뷰를 독점할 수 있다.
오스트리아 대도시를 제외한 곳에서 구글지도의 길은 사유지 통과, 걸어서 호수 통과, 케이블카에 몰래 매달려서 통과 같은 기행을 요구한다. 실제 거리와 걸리는 시간을 잘 체크해서 두 번 세 번 의심하자. 잘츠부르크 지역에서는 SVV 사이트를 차라리 이용하자.
St. Gilgen Lueg 정류장에서 내려서 호숫가 따라 걷기 혹은 자전거 타기. 구글지도에는 길이 없지만, 버스정류장에서 내리면 누가 봐도 수상한 호수로 가는 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