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돈을 쥐어줄 수는 없기에
리시케시에서 인도 어린아이들과 두 번의 교감이 있었다.
첫 번째는 갠지스강 근처 뿌자의식을 하는 모습을 앉아 구경하고 있는데 10살-11살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꽃이 든 바구니를 들고 우리에게 왔다.
바구니 안에는 불을 붙일 수 있는 초와 주황색 꽃이 조금 들어 있는 작은 접시들이 가득 있었다.
그 아이는 우리에게 너무 프로페셔널한 표정과 말투로 작은 꽃접시를 사달라고 권하며 당당하게 500루피라고 말했다.
그 순간 그 아이의 눈빛은 그 나이대 어린아이에게서 나올 수 없는 눈빛이라 당황하기도 했고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그렇지만 마음이 아프다고 500루피에 그 작은 꽃접시를 살 수는 없었다. 우리는 당연히 거절을 했지만 그 아이는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계속 대화를 이어나가려 했고 우리 보고 어느 나라 사람이냐 물어봤다. 한국사람이라고 하니 "코리안 굿~!"이라고 하며 또 꽃접시를 권유하였다.
계속되는 권유에도 볼구하고 우리가 사주지 않자 아이의 눈빛은 조금씩 바뀌었다. 시무룩해하는 그 나이대의 아이 표정이 살짝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가 계속 라이터를 켜며 초에 불을 붙이려 하자 와노보노는 손으로 불을 계속 꺼버렸다. 그런 실랑이가 있자 둘은 어느 순간 웃으며 장난을 쳤다.
잠시지만 우리는 그냥 그 아이와 웃으며 장난을 치고 노는 시간을 가졌다. 그 나이대의 순수한 웃음을 보았다.
그래도 애긴 애구나... 처음에 아주 프로페셔널한 표정과 말투로 당당하게 500루피를 말하던 아이는 10여 분 만에 그냥 그 나이대의 순수한 아이의 표정을 보여주었다.
저 멀리 많은 서양인 관광객들이 보이자 그 아이는 우리에게서 멀어졌다. 그리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내 옆으로 왔다. 꽃접시를 팔지 못했는지 울상인 표정으로 나에게 100루피에 사달라고 말을 건넸다. 나는 사주지 않았다.
무엇이 이 아이를 아이답지 않게 만들었을까?
진정 스스로 원해서 이렇게 돈을 벌고 있던 것일까?
뿌자 의식이 끝날 무렵 그 아이는 중년의 여자에게 돈을 드렸다. 혼자만의 상상이 시작되었다.
그 여자는 아이를 이용하여 돈을 벌고 있던 것일까? 그 아이의 엄마일까?
어른의 욕심으로 인해 이 아이는 자기 나이대에 어울리지도 않는 일을 하고 있던 것일까?
정확한 사실을 알 수는 없으나 확실한 것은 어른답지 못한 어른으로 인해 아이는 아이답지 못하게 크고 있는 것 같았다.
두 번째는 람줄라 다리를 건너기 위해 그쪽 방향으로 향하던 중에 우연히 만난 여자애들이다. 총 3명이었는데 얼추 12살, 10살, 8살 정도 되어 보였다.
처음에는 돈을 달라고 했다. 꽃접시를 파는 남자아이처럼 영어를 유창하게 하지는 못했다. 그냥 "머니 머니, 100루피, 달러"라는 말을 할 뿐이었다.
돈을 주는 것은 이 아이들에게 절대 좋을 것이 없다고 생각해서 나는 "나도 돈이 없어. 노 머니 노 머니"를 외쳤다.
하지만 쉽게 포기하지 않는 아이들은 계속해서 우리를 따라다녔다. 나중에는 "짜파티 짜파티"를 외치며 먹을 것을 요청했다.
순수한 눈망울로 먹을 것을 계속 사달라고 하니 마음이 엄청 약해졌다.
"그래, 짜파티 사 먹으러 가자!"라고 하며 함께 람줄라 다리를 건넜다. 신나서 길을 안내하는 아이들은 우리의 손까지 덥석 잡았다.
짜파티를 파는 가게를 찾지 못해 아이스크림으로 메뉴를 변경했다.
아이스크림을 고르는 아이 중 한 명이 통으로 된 아이스크림을 고르길래 "야 그거는 비싼 거잖아! 콘으로 해!"라고 말했다.
아이스크림을 파는 분도 우리가 이 아이들을 사주는 것을 아는지 바로 제 가격에 파신 것 같았다.
신나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아이들이 귀여웠다. 아이스크림을 파시는 분께 부탁해서 사진을 찍었다. 아이들이 사진을 보여달라고 해서 보여주니 까르르 웃더라.
내가 느낀 이 아이들의 순수함이 진짜 순수함이었기를 바란다. 아이들은 표정을 숨길 수는 없는 것 같다. 그 환하게 웃는 표정을 잊을 수 없다.
그리고 작은 손으로 내 손을 잡았던 그 감촉 또한 잊히지 않는다.
여행을 하다 보면 돈을 요구하는 아이들을 종종 만난다.
처음으로 함께 손을 잡고 가 먹을 것을 사준 아이들이다.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배낭여행자의 신분으로 내가 이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했다.
단순이 내 여행자금의 일부를 주는 것은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되는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나와 같이 있는 순간 만이라도 어린아이의 순수한 웃음을 지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나도 그 나이대의 동심으로 돌아가 함께 순수하게 웃을 수 있는 순간이 행복했다.
그리고 마무리로 맛있는 아이스크림이나 초콜릿 정도가 가장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