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칩(Memory Chip) - PART 7
도항호수는 은정과 종현의 또 다른 은신처였다. 인적이 드물고 한적하여 총기 훈련을 하기에도 제격이었던 장소였다. 은정은 차량을 몰고 도항호수로 가는 길, 종현과의 추억이 떠올랐다.
“내가 너보단 잘 맞춘다.”
종현은 은정의 도발에 헛웃음을 치며 말했다.
“네가 날 이기잖아? 오늘 하루종일 형님이라고 부를게!”
“야, 여자친구한테 형님이 뭐냐? 이기면 주인님이라고 불러.”
“오케이!”
종현과 은정은 오두막 밖으로 숲 속 사이사이에 세워둔 나무표적을 총으로 겨눴다.
탕!
종현이 먼저 빠르게 격발 했다. 표적은 시원하게 부서졌다.
“네~일단 1점 앞서고요.”
그러자 은정도 질세라 주변에 있던 표적을 향해 격발 했다. 표적은 살짝 위쪽을 맞아 갈라졌지만 박살나진 않았다.
“금방 따라잡죠?”
종현은 코웃음 치며 말했다.
“킥, 제대로 안 맞긴 했는데, 인정! 어차피 우승은 나니까! “
사격 외에도 모든 내기는 늘 종현이 이겼었다. 절대 여자친구라고 한 번이라도 져주는 일이 없었다. 밤이면 늘 그곳에서 그들은 격하게 사랑을 나누곤 했었다. 은정은 종현과의 기억이 좋았다. 그래서 돈을 훔친 그에게 사랑하지만 미운 애증을 느꼈다.
늘 떠들며 시끄럽던 은정이 조용히 운전만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눈에선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민수는 은정의 눈에서 떨어지는 눈물을 보았지만 그저 무시한 채 창밖만 바라보았다. 현재 민수는 종현의 기억을 알고 있기에 은정이 무슨 기억을 떠올리는지 알 수 있었다.
어느새 도항호수에 도착했다. 오두막은 나무로 되어있고 매우 조그마했다. 사람 둘이 들어가면 가득 차게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가운데는 호수가 있고 주변은 숲으로 이루어져 매우 평화로운 장소였다.
은정은 차에서 내려 오두막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민수에게 말했다.
“지하실에 있는 거지?”
민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은정은 오두막 안에 있던 지하실로 향하는 나무문의 손잡이를 양쪽으로 당겨 열었다. 안은 매우 깊었고 일정한 간격으로 전등이 켜져 있었다. 은정은 지하로 혼자 걸어 들어갔다. 은정이 가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민수는 조심히 지하로 향하는 문을 닫았다. 끼릭거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천천히 닫았다.
텅
지하실 문을 닫은 민수는 주변에 있던 나무 막대를 주워 그대로 양쪽 문손잡이에 걸었다. 안에서 은정이 쉽게 나오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오두막 안에 불을 지르기 위해 마른 짚에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그러다 고민하던 민수는 불을 발로 껐다. 잠깐 머리를 잡고 괴로워하다가 양옆으로 털더니 다시 마른 짚에 불을 지피고 던졌다. 나무로 된 오두막은 불길이 금방 번져 퍼지기 시작했다. 민수는 재빨리 차량으로 달려가 피스톨과 라이플을 한 자루씩 챙겼다. 그리고 기억 속 종현이 자주 다뤘던 단검까지 챙기고 오두막이 타는 것을 지켜봤다.
나무로 된 오두막은 점점 불에 걷잡을 수 없이 휩싸이기 시작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지하실문이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지하실 입구로 돌아온 은정이 문을 열려는 소리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일정하게 쿵쿵거리던 소리는 점점 빠른 속도로 쿵쿵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은정의 비명이 들렸다.
민수는 눈물을 흘리며, 묘한 쾌감을 느꼈다. 이미 삽시간에 번진 불길은 집을 온통 태우고 있어 주변만 다가가도 뜨거운 정도였다. 쿵쿵거리던 소리가 사그라드나 싶더니 팍 하고 나무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까맣게 그을린 무언가 나무문을 부수며 튀어나왔다. 땅에 구르면서 튀어나온 사람의 형체는 몸에 붙은 불을 껐다. 가쁜 숨을 내쉬며 천천히 몸을 일으킨 사람의 형체는 바로 은정이었다. 은정은 전신화상으로 인해 얼굴의 피부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머리카락은 반쯤 타서 대머리와 같은 모습이었다. 옷은 대부분이 타서 빨갛게 그을린 젖가슴의 일부가 드러나기도 하였다. 신발은 사라져서 맨발인 은정은 헉헉거리며 민수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주.. 죽여버릴 거야..”
민수는 그런 은정의 모습에 겁이 나 차량 운전석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차문을 닫고 시동을 걸었다. 액셀 페달을 밟으려던 민수는 잠시 생각하다가 총을 들고 차량 밖으로 나섰다.
은정은 어느새 차량 근처까지 다가와있었다. 그녀는 허리춤에서 단검을 꺼냈다. 은정은 온몸이 말을 듣지 않는 것처럼 보였으나 숙련된 자세가 안정적으로 보였다.
민수는 총을 꺼내 은정을 위협했다. 그러자 은정이 헛웃음 치며 말했다.
“초.. 총 써본 적..이나 있어?”
은정은 왼쪽다리가 불편한지 절뚝였지만 마치 좀비처럼 민수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나, 호.. 혼자는 안 죽어.”
민수는 은정에게 총을 겨누다가 능숙하게 장전하더니 은정의 오른쪽 다리에 격발 했다.
탕!
은정의 그나마 멀쩡했던 오른쪽 다리에 명중한 총알은 꿰뚫으며 피가 튀었다. 은정은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은정은 엎드린 자세로 쓰러졌다.
민수는 그런 은정을 보며 무표정하게 말했다.
“사람을 잘못 골랐어.”
은정은 민수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계속 신음하면서도 민수에게 두 팔로 기어갔다.
민수는 은정의 머리에 총을 빠르게 겨누었다. 그리고 말했다.
“총 쏴본 적 있느냐고? 나는 없지. 네 남자 친구는 많대.”
탕!
은정의 머리에 총알이 박히자 그대로 머리가 떨궈진 채 멈추었다. 죽은 은정을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가 민수는 그대로 차량 운전석에 다시 탔다. 그리고 차량을 거칠게 몰아 이동했다. 그리고 민수는 머리를 감싸 쥐고 생각했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