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칩(Memory Chip) - PART 8
민수는 복수를 위해 가능하면 은정과 종현이 가진 돈을 모두 회수하고 싶었다. 하지만 종현이 훔친 돈의 위치는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나질 않았다.
민수가 은정을 데려갈 장소로 도항호수를 선택한 이유는 돈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단순히 그곳이라면 지하실이 있어 은정을 죽이기 쉽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종현의 모든 기술을 기억하고 있지만, 종현과 신체가 다른 민수는 그대로 행동할 수는 없었다. 어느 정도 따라 하는 것만 가능했기에 은정을 그냥 죽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도항호수로 갔기에 은정을 쉽게 죽일 수 있었다. 중간에 불을 피우는데 잠시 멈칫하긴 했지만, 민수는 아마 종현의 메모리 칩 탓일 것이라 생각했다.
차량을 타고 이동하면서 은정과 종현이 혜정을 죽이게 된 이유를 기억을 통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동안에 민수와 혜정은 은정과 종현 사이에 접점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종현의 기억 속 그는 누군가에게 협박을 당했다. 15억 원의 돈을 가져오지 않으면 메모리 칩을 통해 행동을 조작하여 은정을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민수는 종현의 기억 속에도 도대체 왜 본인과 아내 혜정이 표적이 된 지 이해할 수 없었다. ‘단순히 재수가 없어서?’, ‘비싼 아파트에 살고 있어서?’ 민수는 수많은 의문이 가시질 않았다. 아무튼 종현이 민수의 집을 관찰했을 때, 혜정은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날의 살인사건은 민수가 일하러 가서 집을 비운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하지만 약해 보였던 혜정은 의외로 그들에게 저항하였고, 그녀의 저항이 귀찮았던 은정과 종현은 혜정을 잔인하게 죽인 것이었다.
종현의 기억 속, 처음 은정을 죽이겠다는 협박전화를 받았을 때 종현은 물론 믿지 않았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종현의 벨소리)’
띡
“누구십니까?”
“가만히 듣기만 하세요.”
종현의 수화기 너머로 기계음이 섞인듯한 저음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장난전화 하지 마라. 죽고 싶지 않으면.. “
종현은 신경질적으로 대답했다.
“은정 씨 죽여도 상관없을까요?”
종현은 자신의 여자친구의 이름이 들리자 흥분하여 소리쳤다.
“너 누구야! X새끼..!”
“가만히 듣기만 하세요.”
전화에선 반복적인 저음의 목소리가 나왔다. 목소리를 변조하는 듯했다. 전화기 속 목소리의 인물은 자신이 메모리 칩을 개발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덧붙여 인류는 한층 더 성장했다며 임상실험 성공에 축하한다는 말을 했다. 종현은 빨리 전화를 끊고 추적하고 싶었지만 자신의 여자친구를 죽이겠다는 말이 나오자 께름칙하여 잠자코 듣기만 하였다.
메모리 칩은 사실 설명드렸던 것 외에도 추가기능이 있다고 말하였는데, 바로 칩을 이식한 사람을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종현은 그 말을 듣자마자 흥분하며 한마디 했다.
“X소리 하지 마세요.”
그리고 전화를 끊었다.
잠시 뒤, 종현은 거리를 걷다가 머리가 몽롱해지더니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그는 처음 보는 어떤 건물 옥상에서 누워있는 상태였다. 그때, 그의 전화기가 울렸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벨소리)’
아까와 같은 번호였다. 종현은 다급히 전화를 받았다.
낮은 저음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이제 믿으십니까?”
“씨X!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
“저흰 분명 임상실험 전 설명서에 적어드렸습니다.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은 그쪽의 문제이죠.”
“뭐? 천만 원 준다니까 그냥 했지.. 그래서 뭐! 어떡하라고! 이 XX새끼야! “
“간단합니다. 15억 원을 준비하세요. 그동안 범죄도 많이 저지르셨던데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15억 원이 간단하냐? 그만한 돈 없어 새X야. 우린 태생이 굉장히 사치스럽거든.”
“어떻게든 구하세요. 기간은 한 달 드립니다.”
“아니 못한다니..”
“만일 한 달 안에 15억 원을 구하지 못한다면 본인의 손으로 은정 씨를 잔인하게 죽이게 될 겁니다. 돈 버는데 필요한 문자를 보내드리죠. “
이후 모르는 번호로 문자가 왔다. 그 문자는 위치와 죽여야 하는 타깃이 적혀있었으며, 성공할 때 보수까지 적혀있었다. 그중 민수는 가장 큰 금액이 걸려있었다. 하지만 민수의 집은 경비가 삼엄하여 침입이 쉽지 않았다. 운 좋게도 기회를 잡았을 때, 집에는 혜정만 있어 희생되었다. 이후 민수가 살던 건물은 더욱 보안이 강화되었고, 종현은 그를 죽이는 것을 포기했다.
그렇게 종현은 여러 범죄를 행하고 은정의 돈까지 몰래 훔쳐 13억 5천만 원의 돈을 모았다. 그리고 그는 그 돈을 자신만 아는 장소에 숨겨두었다. 15억 원까지, 나머지 1억 5천만 원을 채우는데 이틀의 시간이 남았었다. 시간이 부족했다. 5천만 원으로 카지노를 통해 돈을 불리려다가 오히려 남은 돈까지 까내리며 더 잃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때 종현은 은정에게 발각되어 설명조차 하지 못하고 죽임을 당한 것이었다.
민수는 아무리 본인의 여자친구를 구하기 위해서라고 하더라도 남의 인생을 희생하면서까지 해내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어찌 되었든 간에 은정과 종현은 죽었다. 민수는 아내인 혜정의 복수를 한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종현의 기억을 가진 민수는 종현의 복수를 끝내지 못했다.
민수의 원수인 종현에 대한 기억과 함께 감정도 이식되었는지 찜찜한 느낌이 들었다.
또한 민수는 본인이 왜 타깃이었는지 밝히지 못했다.
민수는 절대 종현의 복수를 대신해주고 싶지 않았고, 겁이 났다. 하지만 아무리 잊으려고 노력해도 분노한 감정이 사그라들지 않았다. 마음이 복잡했다.
‘메모리 칩의 개발자는 누구인가?’
펄센코사의 비밀리에 부쳐져 있는 개발자.
메모리 칩을 개발한 이후 수많은 돈을 벌고, 잠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종현을 협박한 그를 찾기 위해서는 연관성이 있는 인물을 찾아야 했다. 민수는 펄센코사에 오래 근무했던 박사 K를 떠올렸다. 민수는 기억이 돌아와 그를 다시 마주하는 것이 힘들긴 하지만 기억을 조작할 수 있는 박사 K를 찾아가야만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민수는 차를 끌고 박사 K의 저택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