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칩(Memory Chip) - PART 10
박사 K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말했다.
“알고 있네. “
민수는 박사 K의 앞으로 다가가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제발, 개발자가 누구인지 말해주세요. 제 인생이 걸려있습니다.”
박사 K는 손으로 이마를 감싸 쥐며 말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자네의 인생은 아니지 않은가? “
민수는 무릎을 꿇은 채 엎드려 외쳤다.
“제발요! 박사님, 제발요! 이제는 제 인생이기도 합니다! “
박사 K는 천천히 민수에게 다가가 그의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알겠네, 말해줄 테니 이제 그만 일어나시게나. “
민수는 금방이라도 울듯한 표정으로 박사 K를 바라보며 말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
민수는 박사 K의 부축을 받아 일어섰다. 그리고 다시 의자에 앉았다.
“그러면 누구인지 말해주세요.”
박사 K는 초록찻잔에 있는 차를 천천히 음미하다가 말했다.
“뭐가 그렇게 급한가? 천천히 함세.”
민수는 박사 K의 심정이 변하지 않도록 맞추며 자신의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네, 천천히, 그리고 자세하게 알려주십시오. “
박사 K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하기 시작했다.
“펄센코에는 사람들이 모르는 'J'라는 인물이 있었네.”
박사의 말은 이러했다. J라는 인물은 어릴 적부터 과학의 신동으로 불렸으며, 본인이 있던 펄센코라는 대기업에 특별채용으로 들어왔다. 그는 다른 박사들보다 훨씬 어린 나이였지만 같은 연봉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시기와 질투를 받았다. 하지만 특유의 붙임성으로 금방 친해질 수 있었고, 박사 K 본인도 처음엔 J가 신경 쓰였지만 J의 욕심 없는 모습에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금방 친해지게 되었다고 말했다.
J는 말 그대로 욕심이 없었다. 그래서 본인의 연구결과를 쉽게 다른 연구원들에게 알려주곤 했었다.
K도 그중의 한 명이었다. J덕분에 본인들의 실적도 쌓였으니 여러 연구원들은 고마운 마음으로 J의 연구 또한 돕기 시작했다.
그런 과정에서 J가 관심을 가진 뇌칩연구가 성공적으로 임상실험까지 끝내게 되었다. 펄센코는 더욱 거대한 영향력을 갖게 되었고, 메모리 칩의 보급은 대중화가 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메모리 칩을 이용해 사람을 조종할 수 있음을 알게 된 J는 뇌칩인간을 조종하는 기능은 인권을 침해하는 행동이니 아예 없애자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펄센코에서는 사익이 중요했다. 뇌칩인간을 조종하는 기능이 훗날 큰 힘이 될 수 있기에 함구하고 회사에서 소유하고 있자고 하였고, 결국은 뇌칩인간을 조종할 수 있는 메모리 칩의 기술은 교묘하게 감춘 채 보급되기 시작했다. 결국 회사에 환멸을 느낀 J는 가장 연구에 많은 도움을 주었던 K에게 공을 돌리고, 잠정적 은퇴를 한 것이었다.
그리고 J의 행방을 아는 자는 없다고 했다.
박사 K의 말을 듣던 민수가 말했다.
“그러면 J가 어딨는지 박사님도 모른다는 말인가요?”
박사 K는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말했다.
“아니, 아마 유일하게 나만 알고 있을 걸세.”
민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누군가요 J는?”
그때 박사 K는 본인의 다 마신 초록색 찻잔 위에 한 세트인 초록색 티팟을 올려 정리하며 말했다.
“차는 좀 맛있었는가, J? “
“네? 그게 무슨.. “
그 말을 듣자 갑자기 민수의 머릿속에 주마등처럼 수많은 기억이 지나갔다. 민수는 머리가 깨질 듯 고통스러워 엎드렸다.
‘으윽.’
점점 민수의 시야가 흐려졌다. 눈을 감았다 떴다를 반복해 보았다. 그리고 손으로 눈을 마구 비볐다. 하지만 점점 안개 낀 듯 시야가 흐려지며 결국 민수는 땅에 머리를 처박고 기절했다.
박사 K는 민수가 마신 하얀색 티팟과 찻잔을 본인 것과 함께 정리하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여전히 사람을 너무 쉽게 믿네, 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