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ll in TooN_스토리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으니 주의하세요
이번에 소개해볼 만화는 '신세기 에반게리온'입니다.
포스터만 본다면 단순한 로봇 애니메이션으로 알고 계실 분들이 많겠지만, 실제로 보면 상당히 심오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995년 10월, 제가 태어났던 해와 크게 다르지 않은 년도에 제작된 옛날 만화인데 지금 봐도 재밌는 걸 보면 확실히 명작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 시기에는 잘 발달되지 않았을 만한 내비게이션이나 코인세탁방, 등 작가님의 상상력이 실제로 미래에 반영된 것도 신기했습니다.
그럼 바로 신세기 에반게리온 리뷰 시작해 볼게요.
먼저 주인공은 아카리 신지입니다. 일반적으로 일본 성장만화의 주인공들은 활발하고 열정적인 인물이 많지만 신지는 그렇지 않습니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께 사랑을 받지 못하고 혼자 자라서 굉장히 자존감이 결핍되어 있는 인물입니다. 또한 신지의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자신을 버렸기 때문에 싫어하고 있었죠. 그러다가 신지의 아버지 겐도가 신지를 자신의 연구소로 부릅니다.
신지는 더 아버지다운 좋은 일이 생길 거란 기대로 연구소로 갔지만, 겐도는 신지를 이용하기 위해서 부른 것이었죠. 초호기에 탈 수 있는 인물이 자신의 아들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신지는 그토록 싫었던 에바 초호기에 탑승하게 됩니다.
초호기라는 로봇은 사도라는 지구를 침범하는 외계종족을 복제한 것인데, 탑승하여 로봇이 상처를 입으면 파일럿인 본인도 그대로 통증을 느끼게 됩니다. 그 싱크로율이 높을수록 로봇을 잘 운행할 수 있는 파일럿이지만 그만큼 고통도 따르게 되죠. 신지는 싱크로율이 높은 편이었습니다.
매번 지구를 지키면서도 고통 때문에 힘들어하지만 그럴 때마다 멘털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 것은 대위 미사토의 도움이 컸습니다. 신지와 같이 살면서 가족이 어떤 느낌인지를 알려주었죠.
청소년만 탑승할 수 있었던 에바 시리즈에는 다른 파일럿도 있었습니다. 2호기 파일럿, 독일에서 온 아스카는 본인의 강함을 증명해 보이고 싶어 하는 성격이었습니다. 0호기 파일럿, 레이는 수동적인 성향이 강한 존재였죠. 레이의 비밀은 나중에 나오게 되지만, 겐도의 이기심으로 복제한 인간들이었어요. 그래서 레이는 죽어도 죽어도 계속해서 살릴 수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대체품이 존재했기 때문에 레이는 막 다뤄지는 존재였습니다. 아스카는 신지에게 점점 질투심을 느끼고 있었고, 더 강해지고 싶은 욕심을 내다가 나쁜 상황을 초래하기도 하죠.
계속해서 사도를 물리치며 신지는 자존감을 회복합니다. 누군가를 챙겨줄 수 있는 위치가 되기도 하죠. 그런데도 계속 이용당하고, 사람을 죽인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자 그는 더 이상 에바를 타고 싶지 않아 합니다. 하지만 자신이 그럴수록 더 많은 사람들은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죠. 그래서 또 억지로 탑니다. 악순환이었어요.
끝에 다다를수록 점점 내용이 심오해지고 잔인합니다. 계속 같은 장면이 반복되며, 멘털이 흔들리고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 같아요. 은근히 기분이 나쁘면서도 공감되는 내용이 많았던 만화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엔 신지가 여러 사람들에게 박수받으며 "나는 여기에 있어도 괜찮다."라는 말로 끝나는데, 내용자체가 난해하게 끝나다 보니 이후의 이야기는 극장판으로 다뤘습니다.
사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론 끝났을 때, 왜 명작인지 의문인 만화이기도 했습니다. 생각보다 저한텐 지루한 부분도 많았고, 같은 장면이 반복되며 심오하게 설명하는 내용이 나올 땐 기분이 불쾌해지는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당시에 만들어졌다는 만화로는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센세이션이 컸을 것이라 생각이 들긴 합니다.
겐도가 이뤄내려고 했던 '인류보완계획'은 마치 어벤저스의 타노스처럼 극단적인 해결법이지만 그렇게 하나 되는 세상보다는 아픔과 함께 공존하는 세상을 택하는 것이 결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아픔이 있어야 그것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나름 깨달음을 주는 만화라고 생각되기도 했어요.
주관적인 생각으로 5점 만점에 3.0점입니다. 다시 정주행 해보고 싶은 만화는 절대 아니지만 한 번쯤은 볼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진격의 거인처럼 단순히 거인만 나오는 만화가 아니라고 느꼈듯이, 신세기 에반게리온도 단순히 로봇 만화가 아님을 잘 알 수 있었습니다. 내용이 굉장히 심오하면서 어렵기도 했네요. 하지만 공감이 되기도 해서 나름 재밌게 보긴 했습니다. 안 보셨다면 한 번쯤은 볼만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마지막 박수장면은 퇴사짤로 유명한데, 신세기 에반게리온에서 나온 거였네요. 연출도 똑같아서 조금 웃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