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ll in TooN_스토리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으니 주의하세요
이번에 제가 소개해볼 애니메이션은 넷플릭스에 있는 '기생수'입니다. 사실 잔인한 만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첫인상으로는 징그러운 느낌 때문에 보지 않으려고 했었는데, 막상 보니까 정말 명작이었어요.
게다가 넷플릭스에서 총 24화로 전부 보는데 그렇게 긴 시간이 소요되지 않기 때문에 볼만했다고 생각합니다. 주제가 마치 진격의거인처럼 철학적이기도 했고, 많은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진격의거인 작가님은 술이 된통 취해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를 보고 공포심을 느껴 작품을 구상했다고 하는데, 기생수도 비슷한 동기가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 바로 리뷰 시작해 볼게요.
주인공은 신이치입니다. 초반에 나오는 신이치는 보시면 아시겠지만 굉장히 순둥하고 여린 마음의 소유자입니다. 그런 신이치가 어느 날 정체 모를 지렁이 같은 생명체가 나타나 신이치의 팔로 침투하게 되는데, 신이치는 그 생물이 위로 올라오는 것을 막기 위해 듣던 이어폰 줄로 자신의 팔을 묶습니다. 그렇게 잠잠해지며 상황을 모면한 줄 알았더니, 기생생물이 신이치의 손부터 팔까지 자라나게 되죠.
기생생물의 원래 목적지는 머릿속 뇌까지 침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 인간을 조종할 수 있게 되고, 인간을 먹이로 삼아 살인을 저지르는 종족이죠. 하지만 신이치의 기생생물은 오른손에 정착되었기 때문에 신이치와 공존하는 삶을 살아갑니다. 다른 기생생물처럼 인간을 잡아먹거나 하지 않고 신이치가 먹는 영양분을 공유하는 형태로 살아가요.
신이치는 오른손의 괴물에게 이름을 지어줍니다. 일본어로는 미기, 한국어로는 '오른쪽이'. 신이치는 평범한 고등학교 생활을 하다가 최근 늘어난 기생생물을 마주하며 자주 위기에 처하죠. 그럴 때마다 오른쪽이가 함께 싸우며 기생생물을 죽이곤 했습니다. 오른쪽이는 첫날 언어를 익히고, 책을 좋아하는 지식이 발달한 기생생물이었어요. 하지만 신이치의 인간적인 감정과 오른쪽이의 완전한 이성적인 감정은 전혀 어울리지 못하죠. 그러다 신이치의 어머니가 기생생물에게 죽임을 당하는 끔찍한 일을 겪게 됩니다. 그 기생생물이 신이치의 어머니의 모습을 하고 나타나자 신이치는 저항도 못하고 심장을 찔려 죽습니다. 오른쪽이는 자신이 살기 위해 신이치의 심장이 되어 신이치를 살리고, 다시 오른쪽이로 돌아옵니다.
오른쪽이는 자신의 몸을 떼어내 30%는 심장에, 그리고 나머지 70%는 오른쪽이로 돌아오는 데 성공하지만, 심장에 들어간 오른쪽이의 세포가 신이치의 몸 곳곳으로 퍼져나갔죠.
신이치는 사토미를 좋아하고 원래는 감정적이었지만, 점점 오른쪽이처럼 감정이 사라지고, 강한 신체를 얻게 됩니다. 사토미와는 점점 멀어졌지만, 강한 신체와 성격 덕분에 신이치 어머니의 복수는 성공합니다. 그렇게 분노와 복수심으로 많은 기생생물들을 죽이려고 하는데, 오른쪽이를 이용하려고 하죠. 그러다 카나를 만납니다. 카나는 기생생물도 아닌데, 기생생물을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인간이었어요. 카나는 그 능력이 신이치와 자신이 운명이라는 오해를 하게 됩니다. 그래서 다른 기생생물을 따라가는 위험도 있었죠. 신이치는 그걸 막고 싶었지만, 결국 막지 못하고 카나는 죽습니다. 신이치는 점점 자신의 주변인이 죽는 것을 보며 고뇌를 느끼죠. 하지만 감정적으로 슬픔을 느끼지는 못합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사토미도 점점 겁내죠.
타미야 료코라는 강력한 기생수가 인간아기를 낳고 기르다가 점점 감정적으로 변하게 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어머니라는 존재를 이해하고 아기를 끝까지 지킨 채 신이치에게 맡기게 되죠. 기생수답지 않은 행동이었습니다. 그리고 아기의 미래를 위해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입니다. 오른쪽이는 그런 타미야 료코의 모습을 보고 처음엔 이해하지 못하지만 점점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게 됩니다. 그리고 타미야 료코의 죽음을 통해 어머니를 떠올린 신이치는 심장이 치유된 이후 처음으로 눈물을 흘리게 됩니다. 사토미는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돌아왔다고 기뻐하죠.
이후 가장 강력한 기생생물 고토와 싸움을 하게 되는데, 그는 오로지 생존만 관심 있는 살인 기생생물이었고, 어떻게는 고토를 막으려고 하는데 역부족이었죠. 오른쪽이는 신이치를 위해 희생합니다. 신이치도 오른쪽이가 없는 동안 큰 슬픔을 느끼고 고토에게 복수하러 찾아가요. 인간이 버린 독이 묻은 쓰레기를 통해 고토를 처리한 신이치는 고토의 일격에 죽음을 각오했을 때, 고토의 몸속에 있던 오른쪽이가 통제를 벗어나 신이치에게 돌아옵니다. 결국 고토를 물리치는 데 성공하죠. 이후 오른쪽이는 자신의 활동을 멈추고 자신이 얻은 방대한 지식을 스스로 생각해 보며 다른 방향으로 살겠다고 신이치에게 작별을 고합니다. 그렇게 신이치는 오른쪽이가 나타나지 않은 채로 공존하는 삶을 이어갑니다.
고토 패거리를 잡기 위해 경찰이 이용했던 연쇄살인마 우라가미가 혼란을 틈타 탈출했었는데, 우연히 신이치를 보게 됩니다. 그래서 함께 있던 사토미의 목숨으로 협박했으나 신이치는 그를 공격하여 잡게 되고, 죽을 위기에 처한 사토미는 오른쪽이의 도움으로 구하며 끝나게 됩니다.
사실 가벼운 내용일 줄 알았지만 끝으로 갈수록 굉장히 철학적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영화 킹스맨의 내용과도 어느 정도 이어진다고 봅니다. 킹스맨에선 인간의 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우월하고 선택받은 인원들만 살고 나머지는 죽이려고 하죠. 하지만 영화에서 주인공이 그런 빌런을 막습니다. 기생수도 내용적으로 비슷합니다. 기생생물이 인간에게 들어가 지구에게는 어쩌면 바이러스와도 같은 존재인 인간의 개체수를 줄이겠다는 것이죠. 연쇄살인마 또한 비슷한 말을 합니다. 인간은 옛날부터 서로를 죽여왔으나 현재는 그러지 않으니 인간의 수만 넘쳐난다. 그러니 모두의 본능을 참고만 있으면 안 된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말들이 굉장히 충격적으로 와닿았습니다. 사실 인간은 지구에서 가장 똑똑하고 강하다는 이유로 돼지, 소, 닭, 심지어 식물까지 다양한 종의 목숨을 빼앗고, 섭취합니다. 그렇게 보면 인간이 가장 나쁜 동물이지 않을까요?
타미야 료코는 말합니다. 기생생물은 숙주가 없으면 살지도 못하는 약한 존재이다. 그러니 너무 미워하지 말라고요. 그래서 고토를 죽인 뒤, 고토가 부활하려고 할 때 처음엔 신이치가 불쌍히 여겨 그를 하늘에 뜻에 맡기려고 합니다. 하지만 결국 인간의 이중성인지 인간을 위해 죽이는 선택을 하게 되죠.
이처럼 모순적인 말이 많습니다. 만화 기생수에서 나오는 내용 중에선 환경보호라는 말이 인간이 살기 위한 쓰는 말이라는 것에도 굉장히 놀랐습니다. 틀린 말 같지 않았어요. 모든 식물을 죽이고 인간은 절대 살 수 없으니까 말이죠. 결국 인간을 위해 하는 말입니다. 만화 기생수는 기생생물을 통해 인간에 대한 고찰을 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주관적으로 기생수 총점은 5점 만점에 4.5점입니다. 짧지만 굵은 느낌이었어요. 내용적으로 충격적이었던 것도 많았고, 잔인한 만화였지만 잔혹성보단 철학적인 내용에 더 중점적으로 둔 느낌이었네요. 그래서 크게 불쾌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액션도 흥미진진해서 몰입감이 넘쳤습니다. 에피소드가 많지 않아서 일주일 내로 충분히 볼 수 있기 때문에 아직 안 보신 분들이 계시다면 한 번쯤 보시는 거 추천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