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5. 감정 치료
S#11 장례식장 / 밤
상복을 입은 동진은 멍하니 동진의 어머니 영정사진을 본다. 그때 혜진이 들어와 동진의 가족에게 인사를 드린다. 그리고 동진에게 다가가 가볍게 인사 후 동진의 어머니 영정사진 앞에서 절을 한다. 이후 돌아와 동진을 껴안으며 말하는 혜진.
혜진 : 괜찮아?
동진은 혜진의 품에서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혜진 : 어머니께 인사드리고 싶었는데, 이렇게 뵐 줄은 몰랐어.
동진 : 응, 그러니까.
혜진 : 분명 좋은 곳에 가셨을 거야.
동진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동진의 여동생은 혜진에게 다가가 어깨를 톡톡 친다.
혜진이 동진의 여동생을 바라보자, 동진의 여동생은 밖을 손가락질하며 말한다.
동진의 여동생 : 잠깐, 이쪽으로.
혜진 : 네. (일어나며) 잠깐만 동진아.
혜진은 동진의 여동생을 따라간다. 동진은 그대로 멍하니 앞만 보고 있는다.
동진의 여동생은 밖에서 혜진에게 말한다.
동진의 여동생 : 오빠 이상하지 않아요?
혜진 : 네? 뭐가요?
동진의 여동생 : 원래 저러지 않았는데, 멍한 표정만 짓고 가만히 있어요. 마치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혜진 : 원래 좀 무뚝뚝하지 않나요? 너무 슬퍼서 그런 거 같은데..
동진의 여동생 : 오빠가 무뚝뚝하다고요? 연애할 때는 다른가? 아무튼 이상해요.
혜진 : 감정적인 모습을 별로 못 보긴 했어요. 그래서 동진 씨가 침착한 성향이라고 생각했어요.
동진의 여동생 : 오빠가 차분하긴 하죠. 그래도 어머니가 위독하다는데 일부터 다 끝내고 오는 그런 사람은 아니었는데..
혜진 : 네? 동진이가 정말 그랬어요?
동진의 여동생 : 네, 그래서 우리 엄마.. 의식 있을 때 오빠 찾았는데 보지도 못하고 갔어요. 그래서 오빠만 보면 지금 화가 나요.
혜진은 말없이 동진의 여동생을 바라봤다. 동진의 여동생은 이마를 짚으며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동진의 여동생이 말한다.
동진의 여동생 : 아무튼, 와줘서 고마워요. 둘이 있을 땐 다른가 했어요.
동진의 여동생이 다시 돌아간다. 혜진은 멍하니 동진의 여동생이 가는 곳만 바라본다.
(Title) 일주일 후
S#12 술집 / 밤
동진과 혜진이 술집에 마주 보고 앉아 대화한다. 테이블에는 소주와 김치전이 놓여있다.
혜진이 동진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혜진 : 동진아, 이제 좀 괜찮아졌어?
동진 : 뭐가?
혜진 : 자기, 어머니 돌아가신 거.. 당연히 힘들겠지만, 아직도 많이 힘든가 했어.
동진 : 괜찮아.
혜진은 동진의 무심한 말에 놀란다.
혜진 : 괜찮으면 안 되는 거 아냐?
동진 : 뭐?
혜진 : 아니, 자기 슬프면 나한테는 말해도 돼. 말해야 풀리는 감정도 있어.
동진 : 아니, 나 진짜 괜찮다니까. 왜 그래?
혜진은 잠깐동안 동진을 그대로 바라본다. 동진은 궁금한 표정으로 혜진을 본다.
혜진은 한숨을 쉬고는 말한다.
혜진 : 자기, 솔직히 말해봐. 요즘 뉴스에 뜨는 주사.. 그거 맞았지?
동진 : (혼자 소주를 마시며) 응. 예전에.
혜진 : (놀라며) 뭐? 왜 근데 말 안 했어?
동진 : 자기가 나한테 안 물어봤잖아.
혜진 :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하, 그러면 나랑 헤어지면 또 맞겠네?
동진 : 아니, 이제 안 맞지. 뉴스에서 그렇게 난리인데. 그리고 이미 몇 번 주사 맞은 이후엔 이별하고도 아프지 않더라.
혜진 : 몇 번?
동진 : 응, 여러 번 맞았어.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혜진 : 어쩐지 이상했어. 내일 병원 가보자. 자기 그거 병이야.
동진 : 어? 아무렇지도 않은데 병원을 왜 가. 아플 때 가는 게 병원이지.
혜진 : 사람이 당연히 감정적으로 아플 때도 있어야지. 지금 그런 게 없잖아. 가장 최근에 행복했던 기억이 언제야?
동진 : 행복했던 기억..?
동진은 턱에 손을 대고는 생각하는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말한다.
동진 : 일 끝나고 퇴근할 때?
혜진 : 그럼 가장 화났던 기억은?
동진 : 최근에 화날 일이 없었는데..
혜진 : 그럼 가장 재밌었던 기억은?
동진 : 게임할 때!
혜진 : 나랑 있는 순간은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구나.
동진 : (당황하며) 아니, 자기랑 있는 순간은 늘 재밌고 좋으니까 전제조건이라 생각했지.
혜진 : (자리에서 일어서며) 아니, 우리 헤어져. 나랑 어떤 감정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과 만날 수는 없어.
동진 : (일어서는 혜진을 잡으며) 혜진아! 미안해. 나도 요즘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혜진 : 나도 오빠랑 헤어지기 힘들어. 그럼 나를 사랑할 수 있게 해 봐. 오빠 스스로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된다면 떠나지 않을게.
동진 : 응. 알겠어.
혜진 : 그럼 내일 병원부터 가보자. 고칠 수 있다고 그랬어.
동진은 고개를 끄덕인다.
S#12 병원 / 낮
동진과 혜진은 진료실 앞 의자에서 대기한다. 간호사의 부름에 동진과 혜진은 진료실로 같이 들어간다.
의사(남) :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나요?
동진 : 저.. 그.. 다프네주사를 여러 번 맞은 뒤로 감정이 잘 안 느껴져요.
의사(남) :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이요? 그렇게는 처방이 안될 텐데..
동진 : 네, 감정적으로 힘든 게 싫어서 좀 다른 방법으로 주사를 구하기도 했어요..
의사(남) : 일단 검사를 받아보긴 해야겠지만, 한 번 주사를 맞은 게 아니라면 치료가 될지 확실치 않습니다.
동진 : 아.. 그래도 고쳐보고 싶어요.
의사(남) : 알겠습니다. 감정을 되찾는데 치료는 더 비싸고, 기간도 오래 걸려요. 그래도 국가에서 문제라고 생각하여 지원금이 나오니까 많이 부담되진 않아요.
동진 : 네.
의사(남) : 그럼 시술 날짜는 밖에서 간호사에게 잡도록 하시죠.
동진 : 네
동진과 혜진은 진료실을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