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다 끝나가는데도 유람해보는 리움미술관
카텔란은 도덕적 합리성이나
계몽적 이상을 설파하는
예술가 역할을 거부한다.
그는 사기꾼, 협잡꾼, 악동이라
불리는 걸 두려워하지 않으며,
어릿광대를 자처하고
스스로를 희화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인간의 본성을
정확히 꿰뚫어 보고
우리 삶의 폐부를 찌르는
예리한 현실 비평가이기도 하다.
- 전시 소개글 중 -
< 전시회 정보 >
마우리치오 카텔란 ⟪WE⟫
2023년 1월 31일 (화) ~ 7월 16일 (일)
리움미술관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55길 60-16)
전시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
Open
10AM - 6PM(화~일)
※ 매주 월요일 휴관
리움미술관 홈페이지에서
예매 후 무료 입장
※ 스압주의 ※
예매가 쉽지 않은
리움미술관의 마우리치오 카텔란전!
호시탐탐 기회를 노려보았지만
실패한 적 한두 번 아닌 것,,,
포기하지 않고
광클에 광클을 거듭한 결과..
마침내 예매 성공!
전시가 끝나가는 시점이지만
전시를 볼 수 있다는 게 어디냐며...
일단 전시회 유람을 해보기로 합니다T_T
당일, 장맛비를 뚫고
리움미술관에 도착했는데요.
궃은 날씨임에도 불구
전시 막바지여서 그런지
사람이 엄~청 많았어요.
전시는 2층부터 지하 1층까지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직원분께서 2층부터 먼저 보고
지하 1층으로 내려오면 된다고
안내해 주셨어요.
2F
넓은 공간의 한구석에
미니어처처럼 자리 잡은 작품인데요.
처음에는 귀엽고 아기자기했지만
막상 가까이 들여다보니
다람쥐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걸
쉽게 짐작할 수 있었어요.
이쯤 되면 명언이 생각납니다.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것을.
좀 더 둘러보니 뉴스에 나왔던
그 유명한 '바나나' 작품을 드디어 영접!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바나나를
벽에 테이프로 고정시켜
작품이라고 포장한 것 뿐인데,
무려 1억 5천만 원에 팔렸답니다.
바나나(가 아닌 어떤 물체든)가
어떤 공간에 있는지,
의도는 무엇인지 등에 따라
예술 작품인지를 판단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전시 설명에 따르면, 누구나 알고 있지만
대놓고 말하지 못하는 문제를 일러
'방 안의 코끼리(Elephant in the room)'라고
표현한다고 하는데요.
작가는 흰 천을 뒤집어쓴 코끼리를 통해
언급을 꺼리는 미국 내 사회적 갈등을
암시했다고 해요.
미국의 백인 우월주의 결사단체(KKK)의
전형적인 의복을 상기했음을 알 수 있었어요.
바닥에 놓은 조각들을 보니
천으로 덮인 시신을 표현했다는 걸
알 수 있는데요.
보다 보니 작년에 있었던
이태원 참사를 떠올리게 되더라고요.
작가의 의도대로,
관람객들 각자의 마음속에 새겨진 비극을
생각나게 하도록 만든 것 같아요.
보면 볼수록 숙연해지는 작품이에요.
그리고 그 옆에 사람들이
줄 서고 있는 이유는
바로, 아래 작품을 보기 위해서인데요.
이렇게 협소한 공간이다 보니
관람인원 제한 두는 것도 이해되고
줄 서는 것 또한 수긍하게 되는 것..!
예전에 바티칸에 있는
시스티나 성당에 간 적이 있는데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천장부터 바닥까지
열심히 잔뜩 눈에 담고 왔었어요.
작가는 바티칸의 시스티나 성당을
그대로 옮겨와 축소판으로 제작했어요.
이렇게 보니 작가의 과감함이
너무너무너무 놀라운 것이에요...
종교적 권위에 도전하는 느낌이랄까..!!
1F
사진으로는 잘 보이지 않겠지만(...)
자세히 보면 검은색으로 뒤덮인 성조기에요.
게다가 총알 자국이 많이 보이는데요.
전시 설명글에 따르면,
검게 채색된 성조기에
크기가 제각각인 실탄을
여러 차례 발사했다고 해요.
전쟁, 총기 소지, 인종차별 등
국가가 가진 어두운 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미술관 로비뿐만 아니라
전시장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비둘기.
천장에도 있고, 바닥에도 있는데
관람객을 지켜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전시 설명 글을 보면
카텔란은 장소와 맥락에 따라
비둘기에 다른 이름을 붙였다고 하는데요.
이 작품을 처음 공개할 때는
<관람객>이라는 이름을 붙였고,
그 이후 <타인>, <유령>, <어린이>와 같은
이름을 붙였다고 해요.
이번 전시에는 <유령>이라고 부르기로!
두 명의 경찰이 거꾸로 서있는데요.
저는 이 작품을 보면
무고한 시민을 총격한 사건이 떠올랐고,
이에 미국 시민의 경찰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는 걸
의도한 건 아닌가 생각했거든요.
흥미로운 것은 이 작품이
9.11 테러 직후에 전시되었는데,
당시, 한 관람객이 이 작품을 보고
'국민을 지켜내지 못한
국가의 실패'로 읽었다고 하더라고요.
보는 사람이 어떤 상황에 놓여있느냐에 따라
관점이 달라지는 점이 흥미로웠어요!
전시 관람하다가 소리가 나길래 봤더니
소년이 높은 곳에 앉아
드럼을 치고 있더라고요.
전시 관람하는 사람들의
주의를 끄네요 ㅎㅎ
B1F
양복을 입고 누워 있는 이 모습은
장례식장을 연상하게 하는 것..!
카텔란의 얼굴과 닮았기도 했고
무엇보다 너무 정교하게 만들여져서
보기만 해도 섬뜩해 보였어요.
삶과 죽음, 권위에 대한 작품인데
그중 창백한 얼굴을 한 사람은
우리 안의 내적 갈등과 모순을
들여다보도록 하는 의도라고 해요.
사람들이 모여있길래
궁금해서 보니
머리를 내밀고 있는 작품이었어요.
비정상적인 경로로
바닥을 뚫고 머리를 내민 모습은
카텔란 본인을 은유한 듯한데요.
기성 미술의 흐름과 맞지 않은,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은 것 같은
카텔란 자신의 위치를 드러냈다고.
사람들이 무릎을 꿇어가면서까지 보길래
뭔가 했더니 조그마한 엘리베이터였어요.
그것도 실제로 작동하고 있는 엘리베이터!
일상 속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을
축소시켜 작품의 권위를 걷어내고,
낯설게 함으로써 주변을 되돌아보게 하는
경험을 주고 싶었다고 하네요.
눈을 뗄 수가 없었던 그의 많은 작품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싶을 정도로
그의 재능이 비범하게 느껴졌어요.
또 보고 싶은데...
전시가 곧 끝나니
너무 아쉬운 것이에요.
흑흑...
전시를 다 둘러보고 나면
노숙자 모형을 한 작품을 볼 수 있는데요.
작품임을 모르고
지나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작품을 감상하는 미술관에서
노숙자를 직면하게 함으로써
선입견에 도전하는 의도라고 하네요.
마지막으로
정해진 시간마다 나타나는
자전거 탄 찰리를 운 좋게 봤답니다.
이제 진짜 끝!
전시회 유람은 앞으로도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