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수호 작가님과의 인연을 쭉
거슬러 올라가자면
한창 멋모르고 열정만 가득했던 20대 때
뉴스 기사에 문수호 작가님을 보았습니다
마리오네트라는 한국에서는 생소한 것을
직접 만들고 이야기를 꾸려가시는 모습에
큰 매력을 느꼈던 것 같아요.
또한 가족사에 대해서 덤덤히
이야기 한 모습을 보고,
저도 그런 가족이 있기에
공감이 되어서 한 걸음에 달려갔습니다.
그때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꼬마 애가
문수회 작가님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겠다며 신나게 떠들어댔고
그때 작가님은 묵묵히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무엇을 하든지 간에 해보라고 하셨습니다.
결국엔 안 하고 다른 아이템을 했지만요;;
그 후 뉴스 기사에 문수회 작가님이
여럿 차례 나온 걸 보고
정말 정말 내가 봤던 그 작가님이
이렇게도 더 큰 사람이 되셨구나 하고
안부 인사만 일 년에 한 번씩 했었는데
거의 3년이 지난 지금
또 한달음에 달려가게 됐어요
그때도 지금도
달라진 게 하나도 없이 인자하시고
웃는 모습이 매력적이시고
제 감정을 다 받아주시고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는 분이셨습니다!
달라진 게 있다면
결혼하신거!!ㅎㅎ
(아쉽게도 포커스가 나간채로 사진을 찍어버렸네요ㅠㅠ
이거는 문수호작가님이
부인에게 프로포즈할때 만든 마리오네트에요
너무 로맨틱하죠?!!!!!!)
[몇 년 전 연남동에 있다가
이곳 전주로 옮기셨는데 어떠세요]
조용해서 너무 좋아요
[요즘 뭐하셨나요?]
평창올림픽 때 너무 바빴어요
그런 후에
어느 순간 가치관이 달라진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요즘은 집 짓는 거에 집중을 하고
작업실도 짓고
소소하게 내가 하고 싶은 작업들
이런 것들을 했어요
원치않게 코로나로 나갈수가 없으니까
작품에 어떤 터닝 포인트가 될 거라고
생각을 하면서 조용히 지내고 있어요
그런 시기가 있어야 하는 거 같아요
쭉 달리지 않고
어느 순간 멈춰서
나 여태 잘한 건가?
그런 시기는 반드시 필요한데
그런 시기에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격리된 사람처럼 그럴 수는 없으니까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가치를 생각해보는 거죠.
[그런데 마리오네트가 다들
이렇게 무섭게 생겼어요?]
왜 이렇게 무섭게 생겼어요?]
아무래도 영혼이 들어가지 않은
상태여서 그런 것 같아요
나도 가끔가다 무서워요.
공연하는 모습을 보면서
무섭다는 생각은 안 해봐요.
사람이 죽은 거랑 비슷한 것 같아요
[예쁜 마리오네트는 없나요?]
나는 예쁘다고 생각하고 하는 거예요.
ㅋㅋㅋㅋㅋ
예쁘다고 생각하고 정말 하는 거예요
사람들이 생각하는 오해가 있는데요
어린아이들이 인형을 좋아하는 줄 아는데
인형 싫어해요 무서워해.
우리 아기 보여줄래 이러고 데리고 와
그럼 백 퍼센트 울고 가요 무섭다고.
영혼이 없으니까.
자기랑 커뮤니케이션을 하려고
하는데 안되니까
[무서웠던 적은 없으셨어요?]
그런 이야기는 들었어요
인형이 사람하고 비슷하게
생긴 귀신이 붙는데요
쉬었다 간대. 이런 이야기는 들었어요
마네킹 이런 거에 그 이야기 듣고
기분 나쁘고 밤에 작업하기 기분 나쁘고
ㅋㅋㅋㅋㅋㅋ
작업하다가 손 다쳐서..
피 같은 거 나무에 묻으면
도깨비가 붙는대
그런데 도깨비도 도깨비 나름아닌가요?ㅋㅋ
이미지 확대보기
이런 공연용 인형들을 만들다 보면
나무 파편들이 다 떨어지잖아요
그걸로 만든 거예요
이거는 내 친구들을 다 만든 거예요
그래서 이 친구들이 가지고 있었던 에너지,
특징 생김새 특징 말고도 그냥 에너지
이렇게 새로 되어있는 이런 거 보면
꼭 저래 느낌이 뭐 이런.. 하하하
[인형을 사간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어요?]
처음에 브래드 피트가 사갔어요
그다음에 한참 있다가
대량으로 다섯 개를 한꺼번에 사 갔는데
옛날 록그룹이 있어요
그 그룹의 매니저가 선물을 한다고
가지고 갔어요
가장 중요한 건
'살아봤느냐'에요
[나무라는 소재는 어떤 매력이 있나요?]
나도 다른 물성으로 만들어
본 게 있을 것 아녜요?
플라스틱으로도 만들어 보고
가죽으로도 해 보고
천으로도 해 보고
가죽이랑 나무는 조금 느낌이 비슷해요
그런데
화학재료 특히 플라스틱
이런 거는 똑같이 만든다고 해도
그 느낌을 못 따라가는 거 같아요
한 번이라도 살아 본 적이 있는
어떤 생명을 가졌었던 소재.
가죽과 나무 이런 것들은
나중에 형태를 달리하던 뭘 하던
어떤 생명체라고 의미 부여를 받으면
살아 있는 듯한 느낌을
훨씬 더 증폭시키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그런 소재로 만들었으면
사람들이 매력을 느끼는 게 아닐까
죽은 소재를 다시 살리는...
가장 중요한 건
소재가 삶을 살아봤느냐라는 것 같아요
[그럼 마리오네트 인형은
어떤 나무를 사용하시나요?]
체코에는 립빠라는 나무가 있어요.
한국에는 피나무과인데
립빠가 작업하기 좋은 나무인데
그만큼 그런 나무가 많아요
[썩지는 않아요?]
다 만든 다음에 처리를 하죠
[우리나라에선
적당한 나무가 없을까요?]
사용하면 좋을 텐데..
나도 많이 찾아봤는데
결이 너무 세던지
너무 물러서 조각하기가 쉽지 않다든지
조각할 때 탁탁 쳐져야 하는데
이거는 찌그러져 버리니까..
그리고 어떤 건
문양이 쌔다 보니까
얘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해치는 경우도 많고
때로는 지나친 겸손함도
독이다
[마리오네트를 만들게 된 이유는?]
인형을 만들 줄은 알았어요
혼자 독학해서 어느 정도 만들 줄은 알았어요
그런데 만드는 게 내 일의 끝이 아니고
만들어서 노는 게 내 일의 끝인데
잘 만들고 나니 노는 방법을 또 배워야 하고
그러니까 노는 거를 배우러 간 거죠
사실은 인형을 만들어서
이거를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노는 거야.
그래서 그냥 갔어요
우선 제일 유명한 나라로 목각인형,
대안 연극 ,인형극이
가장 유명하고 잘하는 나라로
[체코어는 다 떼고 가신 거예요?]
무대 미술 잘하는 나라, 연극이 발달한 나라
이런 것만 알고 있었지
그 나라의
국기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고 갔죠
언어는 가서 시작했어요
이게 슬라브언지 라틴어인지도 전혀 모르고
처음에 기억이 나는 게
공항에 도착해서 방송음
이걸 과연 내가 알아들을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입학은 대학원으로 입학을 했는데
역시나 못 따라가잖아요
말도 못 따라가는데 어떻게
논문을 쓰고 연구를 해요
못 따라가니까 교수님한테 이야기를 해서
학부부터 다시 다니겠다 해서 아예 내려갔어요
그러고 나서 1년 만에 졸업을 했죠
[굉장히 독하시네요]
옛날부터 독하기로는 유명했어ㅋㅋ
체코어 배울 때도 스쿨 다니면서
이게 아니라 그냥 책 한 권 사다가
달달 달 외워버렸어요
되게 무식한 거죠 하하하
[체코 학교에서 적응은 잘 하셨나요?]
처음에 너무 멘탈 차이 때문에 힘들었어요
예를 들어서 교수님이 잘했어
이렇게 칭찬을 해주면
우리는 어떻게 하면 '아 아니에요 '하죠
의미를 담고 하는 게 아니라
습관적으로 나오는 거예요
그런데 교수님이 화내는 거예요
내가 좋다는데
왜 네가 아니라고 하느냐
사람들이 평가하면' 아 그래요 '
하면 되는데 '왜 스스로를 저하시키냐'
이런 거지
'그런 거는 작가로서 할 수 있는 행동은 아니다
그럼 너는 보여주지 말았어야지'
정확한 이야기였던 것 같아요.
그다음부터 되게 거만하게
체코 애들이 어떻게 하는지 봤어.
정말 그림 못 그리는 애한테
'너 정말 잘 그린다' 칭찬을 하면
한 시간 동안 자랑을 해
'아 저거 되게 매력 있다'
그래서 나도 내 것에 대한
애정, 애착, 프라이드를 갖게 되는 거예요
[체코와 우리나라는 공연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다를 것 같은데요.]
체코는 공연이 러프해요.
러프하고 대충 해요
그렇게 꼼꼼하게 안 해요
그냥 놀면서 편하게 보는 거예요
그런데 한국은 완벽하게 보여줘야 된다.
거의 막 투지에 차 있는 거고
체코 같은 경우는 즐기는 걸
최대한 보여주려고 하고
그게 가장 다른 시선 차이인 것 같아요
체코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극장 안에 흐르는
공간의 에너지가 얼마나 즐거웠었느냐
얼마나 의미 있었느냐 이거지
한국에서 공연하면서 느끼는 건
너무 완벽하고 철저하게 준비한다,
그래서 퀄리티가 있지만 재미는 떨어지는구나
실수도 하고 애드리브도 하고
이렇게 해봐야 관객과 피드백이 되는 거죠
그랬을 때 관객이 어떻게 하드라
이렇게 매뉴얼화 시켜야 하는데
항상 완벽한 걸 보여주면
피드백이 안되는 거거든요.
나는 할 테니 너는 봐 이건 아니라는 거죠
[십 몇년 전이었을 텐데,
인종차별은 없었나요?]
나는 전혀 모르고 지나갔어요
내가 눈치를 못 챈 건지 ...
예를 들어서 담배 한 갑을 사는데
담배를 툭 던지질 않나
'아 나 인종차별인가' 했는데
뒤를 보니까 자기네들끼리 던지더라고요.
오히려 나는 학교에서
유일한 아시아인이었으니까
조금 특혜를 받은 것 같기도 해요
[체코까지 가서 유학하신다면
자금 조달은 어떻게...]
체코에서 벼래 별일을 다했죠
처음에는 한국에서
자금조달이 되게끔 해놓고 갔어요
그전에 무대미술을 할 때
돈을 좀 벌었었거든요.
그전에 일을 정말 열심히 했어
정말 닥치는 대로 일하고 하니까
돈 쓸 곳도 없더라고요
그걸로 조그마한 카페를 차렸는데
그게 잘 되는 바람에
더 크게 카페랑 와인바랑 하다가
그 카페를 매니저한테 맡기고
나는 공구를 할래하고 간 거였죠
그런데 내가 나오니까 망했어
[맞아 사장님이 없으면 망해요 ㅋㅋㅋㅋ]
나는 낙동강 오리알이 되니까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 싶어서
거기서 별의별 아르바이트를 했죠
카페 경험이 있으니까
카페에서 알바를 했는데
체코에서는 커피를 대충
만들어서 먹거든요
나는 아예 아시아식으로
그림 그리고 이런 거 있잖아요
대박이 난 거예요
알바를 하는데 몸값이
올라가기 시작하는 거죠
그리고 통역, 번역
나름 잘 살았어요 하하하
기업에 알바 광고모델도 하고
하하하핳
되게 웃겼어요
그리고 인형 만들어서 파는 거,
그런데 그게 인기가 꽤 있었어요
유럽 애들이랑 만드는 게 다르니까
[유럽 애들과 어떤 차별성이 있었는데요?]
사람의 특징을 보는 게 다르죠.
그 사람들은 '엥? 우리가 이래?' 이러죠
유럽에 들은 대부분 전설 속에 나오는 인물,
유명한 것들을 많이 만드는데
나는 이웃들 이런 거 동네 옆집 아저씨가
런닝을 입고 다니는 게 너무 웃겨서
그런 걸 만들면
그 사람들은
이거 꼭 우리 할아버지 같다면서 사 가고
그래서 꽤 팔았어요
그러다 보니까
또 사람이 간사해진다고
내가 이러려고
여기 왔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핸디캡을 어떻게
극복하려고 하느냐에 따라
대안이 나오는 것 같아요
[이렇게 끼가 많으신 걸 보니
혹시 가족 중에 유전자를
물려받으실 분이 계신가요?
어렸을 때 어머니가 예술계..
무용을 하셨고...
그런데 유전이라고 하기 보다는
내가 봤을 땐
오히려 무용공연 같은 걸 많이 보니까
저 무대를 내가 하면 잘 할 거 같아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전에 서양화를 전공을 하면서도
무대 쪽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무대를 하다 보니까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영상이 생각하는 걸 하고 있더라고요.
이건 작품이 아닌 거 같아. 해서 '연출을 할래'
그런데 내가 사람 다루는 능력은 없다 보니까
인형은 다룰 수 있을 것 같아.
[창의성은 어디서 발현하는 것 같은가요?]
자유로움.
자유로움에서 너무 = 되는 이야기
그러니까 무언가를 어렸을 때부터
이야기했을 때
태클을 걸지 않아야 하는 거죠
나도 우리 선생님한테 들은 이야기인데
예술가는 성장하면서
상처를 받으면 안 된다는 거예요
[상처를 받아야 작품에
좋은 소스가 되는 거 아닌가요?]
인간적 상처 말고 작품적 상처를 ..
그러면 자꾸 브레이크가 걸린다는 거죠
다양하면 다양하면 다양할수록 좋은 거죠
누구 취향에 꼭 맞출 필요도 없는 거고
대중들이 선택하면 되는 거거든요
나는 나대로의 행위를 계속하고
나는 나대로의 행위를 계속하고
이게 언젠가 가치가 있어지겠지
기다리는 게 예술가지
그걸 쫓아가는 건 예술가가 아닌 것 같아요
왜냐하면 시스템 안에 있는 사람들은
너무나 바쁘고
너무나 살기 빠듯하고
또는 그렇게 치이다 보니까
바깥세상을 조금 바라보고 싶어서
예술을 찾는 거잖아요
그 안에서 아옹다옹하면
그걸 대중들이 원할까?
그럼 예술이라는 게
무슨 가치가 있을까요
예술가는 시스템 밖에서
안을 바라보는 눈이 되어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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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 예술에 빠지다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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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에 의거하여 조치를 취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