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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술에빠지다 Jul 28. 2020

시간을 조각하는 드로잉 보라리작가

섬세하지만 연약하지 않고 웅장하지만 위협적이지 않은 작품

https://www.youtube.com/watch?v=y7XRVfJKMck&feature=youtu.be



대구에 보라리 작가님 만나러 가겠다고 하니
대구까지 마중 나와주신 우리 작가님~ㅎㅎ
작가님 작품은 크고 시간이 많이 가는 작품인 만큼
사람들한테 많은 생각과 여러 감정을 
전달해 주는 것 같습니다





보라리 작가님 작업실(레지던시) 내부










작가님의 작품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와 어렵다
제가 되게 많이 쓰는 말 중에
시간으로 조각하는 드로잉 작업이라는 게 있고

 공간 안에서 섬세하지만 연약하지 않고
웅장하지만 위협적이지 않은
그런 공간을 만드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여러분의 눈에는 어떻게 보이시나요 ㅎㅎ




털실이라는 소재를
사용하게 된 계기?

저는 그림을 공부로 배웠잖아요 

그게 어느 순간이 되니까 
아 이게 정말 내 길이 맞나
내가 정말 잘하는 게 뭔가? 
내가 원하는 예술, 그림이
뭔가 막 고민을 했던 것 같아요

그냥 전공이 서양화라서 
캔버스 앞에서 그림을 그리고 
시키는 데로 똑같이 그리는 거는 
웬만큼 하면 되잖아요. 


그런데 그걸 되게 잘하는 것 같지도 않고
색깔을 천재적으로 쓰시는 분들도 있고 
자유롭게 페인팅하는 분들도 있는데

나는 그게 아닌 것 같아서
고민을 하다가
페인팅에서 벗어나고자 
공간에다가 직접 그림을 그려보자

뜨개질이라는 게 
수학적으로 점들이 모여서 
 선이 되고
선이 모여서 입체가 되고 이러잖아요

그래서 이걸로 드로잉을 하면 되겠다
이런 생각을 한 것 같아요


늘 잘 했던 게 뜨개질이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뜨개질을 잘했어요

스웨터를 짜고 목도리를 짜고


그래서 준 것들 모으면 옷 가게를 차렸을걸?


그런 손재주는 어디서?
 손재주.. 
손재주.........


그러게요?

저도 유튜브 보고 배웠어요
ㅎㅎㅎㅎ
유튜브가 최고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 작품에 기술이 많이 필요한 건 아니에요
저는 언어를 전달하는 사람이지
기술을 뽐내는 사람이 아니니까요


저 기다란 성은 무엇인가요?
저 성의 모티브는 라푼젤이
성 꼭대기에서 머리를 늘어뜨리잖아요

그것이 저한테 어떻게 왔냐면
내가 나 자신을 성에 가두다 보니까
나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 기제이기도 했지만
그게 상대방이 나한테 접근할 수 없는
계속 탑이 높아지는 거예요
내 안에 갇혀서


라푼젤처럼 누군가
나한테 와주길 바라니까
나한테 와라
머리를 늘어뜨리는 듯한
그런 생각이 들어서
되게 견고하지는 않지만
계속 높아지는 성을 만들어보자
해서 성 시리즈를 하고 있고

라인들도 그런 느낌인 것 같아요
저한테는 내가 다가가지 못한 시간들
그런데 그 마음이 담겨있는 것들이
공간에 표현이 되었으면 좋겠다






뜨개질을 하다 보면
코가 빠지는 경우가 있을 텐데

엄청 많죠이제는 많이 해서 익숙하니까
다시 만들어서 해요
 
막 꼬이고 그럴 땐 어떻게 하세요?
짤라요
하하하하하 
실이 생각보다 가격적인 면도 있고
실이 낭비되는 것에 대해서
참 많이 아껴보려고 했는데
그 아끼는 시간보다 잘라내고 잊어버리는 게
시간이 더 빠르다고 생각이 들어서
꼬이면 자르는 편이에요
 
그런데 사람의 감정은
쉽게 안 잘라지잖아요
그래서 이거라도 촥~ 
기분 좋게 컷 자르고
뒤돌아보지 않고
다시 연결해서 쓰고



작품의 털실을 고르는 기준?

상업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이게 공산품이다 보니까

똑같은 털실의 작년 제품과

올해 제품이 다른 거예요

 

그런 미묘한 차이가 있어요


 저의 큰 작품 경우는

2,3년 짜야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실이 조금 달라도

저는 느끼잖아요. 

 

2020년에 찍은 실을 짜기 시작하면

그 실만 사려고 해요. 


 특별히 사용하는 털실이 있으신가요?


자연의 소재로 만드는 실을 쓰면

습도나 온도 때문에 수축 이완이 돼서

머리카락처럼, 모피처럼 자연적인 것 말고

아크릴, 폴리에스테르 같은 인공적인 것을 사용합니다


혹시 뜨개질을 할 때 꿀 팁이 쓰신가요?


다들 아시겠지만

속에서부터 꺼내지 않으면

꼬이기 시작하거든요


작업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요?

다른 페인팅 작업에 비해서는

똑같은 유화를 써도

되게 많은 작품들이 나오잖아요. 


 실이라는 재료 자체가

일상의 도구이기도 하고

되게 표현하는 데 한계가 많아요. 


 그래서

다른 작가님 거를 많이 찾아보고

거기서 많이 배우는 편이기도 해요. 







작가님의 작품이 대형이다 보니
천장에 매달 때 도 있잖아요


저 정말 개인적으로
사다리 그만 타고 싶어요 ㅎㅎ


위험도 하고 무서워요
그리고 사다리도 갤러리에서 하다 보면


 설치하고 나면 그 다음날 아침에 딱 느낌이

한 백 명이 나를 밟고 지나간 느낌


그래도 너무 그런 큰 공간, 

화이트큐브는 공간이라는 갤러리가

되게 일상생활에서 접하기 힘든 공간이잖아요 


그 공간에 제 작품이 들어갔을 때

그것 때문에 하는 거죠. 

약간 마약 같아 끊을 수는 없고 
안 하면 안 되니까.. 힘들고 그래도 하게 되는


그러니깐요 이게 참 … 그래서 왜 설치를.. 

천장에 다는 설치를 시작했을까.. 

그냥 이렇게 다른 방법도 있을 텐데


그런데 요즘에는 훅 올라가서 달면 된다?

그래도 만약에 돌아가서


설치 시작할 때쯤 돌아가면

그때 보라에게 이야기하고 싶어


야 진지하게 생각해봐 감당할 수 있겠니

너의 체력이 감당이 되겠니

혹은 이거 언제까지 할 수 있을 것 같아?


제일 기억에 남는 작품?

다 기억에 남지만

관객 반응을 생각하면

한 번은 그 갤러리에서 뜨개질을 하면서

늘려가는 작업을 했었거든요

전시장에 가있는데 앉아있는 것보다

계속 뜨개를 하는 게 좋겠다 생각해서

전시 기간 내내 뜨개질을 했어요. 


그래서 신기하시는 분들도 있고 


사람이 생각하는 게 다 다르고 보는 게 다르구나

이런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시간을 동여매는, 
시간을 조각하는 드로잉"


이 공간은 가만히 있는데


이 공간의 시간이 바뀌고
그 안의 사람이 바뀌잖아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사람은 감정이 쌓이는 동물이잖아요

감정이 쌓인다는 것 자체가


감정이 물질이 아니어서
쌓일 수가 없는 거고


또 그런 감정들이 쌓이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공간도 저는 딱 물질화

시킬 수 없다고 생각해요


시멘트 사각형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하지만

저 공간의 역사와 그런 것을 생각했을 때

물질화가 될 수 없는 공간인데

우리는 관념적으로 물질화를

시킨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그 안에 있던 여러 가지 있던

시간들을 동여매는 거죠


그래서
시간으로 조각하는 드로잉이라고 표현을 해요


너무 어렵나? 흐흐ㅓ


작가님에게 예술이란?


많이 듣는 것 중에 하나가

예술 어떻게 시작해야 해요,

뭐부터 시작해야 해요?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네가 하고 싶은 말이 제일 뭔지를 찾으라고

말을 하고 싶어요


네가 표현하고자 하는 너만의 언어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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